국민의힘 경선 땐 나경원에 역전… 야권 단일화 경선선 안철수에 '15%p' 뒤지다 역전
  •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및 서울당협위원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이종현 기자(사진=국민의힘)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 및 서울당협위원장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이종현 기자(사진=국민의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야권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최종 결정되면서 10년 만에 서울시장 재탈환에 도전한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당내 유력 후보였던 나경원 후보에게 이긴 데 이어, 초반 지지율 1위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까지 꺾으며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다.

    '조건부 출마' 선언부터 나경원·안철수 꺾기까지

    오 후보가 '친문(親文)' 지지세를 업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까지 제치고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정권교체의 교두보' 역할을 한 주역으로 평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후보 개인으로도 시장직 사퇴 뒤 10년간의 공백기를 끝내고 '성공적인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서울시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오 후보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오 후보가 지난 1월 출마선언을 한 이후 야권 최종 후보로 결정되는 과정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오 후보는 지난 1월7일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에 들어와 선거를 치른다면 저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조건부 출마선언'을 하면서 시작부터 국민의힘 안팎으로부터 비판에 직면했다.

    일주일 뒤인 1월14일 공식 출마선언 때 "야권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충정에서 한 결단이었다"고 해명하면서 당원 등에게 사과의 뜻을 표했지만 오 후보의 출마선언에 비관적 분위기는 가시지 않았다. 

    이러한 논란에도 오 후보는 지난 2월5일 국민의힘 예비경선을 무난히 통과했다. 그러나 함께 통과한 후보 3명 중 '유력 주자'였던 나경원 후보에게는 뒤처지는 상황이었다. 나 후보는 '책임당원투표 20%+시민여론조사 80%'로 이뤄진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했다. 오 후보는 2위였다.

    본경선(시민여론조사 100%)에서도 나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지만, 오 후보가 최종 후보로 발표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오 후보가 지난 4일 총 득표율 41.64%를 얻어 최종 후보가 된 것이다. 나 후보(36.31%)와 격차는 5.33%p로 예상 밖이었다.

    오 후보는 단일화 초반만 해도 안철수 후보에게 밀렸다. 안 후보는 PNR리서치가  2월28일 만18세 이상 서울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머니투데이·미래한국연구소·경남매일 의뢰)에서도 오 후보와 가상 단일화 대결에서 15.0%p(안철수 41.1%, 오세훈 26.1%) 차이로 앞섰다.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3월 중순 들어서야 좁혀졌고, 지난 11일 발표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비로소 오 후보(38.4%)는 안 후보(38.3%)를 0.1%p차이로 역전했다.(KBS 의뢰, 지난 8~9일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00명 대상)  

    안 후보와 단일화 과정도 난항이었다. 오 후보는 안 후보와 단일화 세부 방식 등을 두고 이견을 표출했고, 결국 '17~18일 여론조사, 19일 단일후보 발표'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두 후보는 20일에야 단일화 방식에 합의했다.

    10년 전 무상급식 사퇴 후 재입성 가능할까 

    '10년 전 서울시장 사퇴' 역시 오 후보가 넘어야 할 산이었다. 오 후보는 2011년 무상급식 관련 주민투표를 실시했으나 투표율 미달로 시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여권에 서울시장을 넘겼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여전했다. 나 후보 등 상대 후보와 토론회에서 줄곧 거론된 점도 이 부분이었다. 
  •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우). ⓒ이종현 기자(사진=국민의힘)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우). ⓒ이종현 기자(사진=국민의힘)
    오 후보는 그러나 결국 서울 거주자 3200명을 대상으로 22일 실시한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를 꺾었고, 10년 만에 서울시장에 세 번째로 도전하게 됐다.

    오 후보는 최종 후보로 결정된 23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10년을 무거운 심정으로 살아왔다"며 "스스로 담금질하면서, 시민 여러분께 진 마음의 빚을 일로써 갚을 수 있는 날을 고대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오 후보가 박영선 후보까지 제치고 서울시에 재입성한다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의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최종 후보가 된 오 후보를 향해 "부활했다"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오 후보가 안 후보를 꺾으면서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주도권을 갖게 됐다는 내부 시각도 있다.

    정치평론가들 역시 이번 단일화의 결과가 오 후보에게는 10년 만의 정치적 재기를, 국민의힘에는 '제1야당 역할 확대'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 후보가 처음부터 입당해 나경원·오세훈 후보와 경쟁하지 않은 데다 마지막까지 '기호 4번'을 고집하는 등 입당 가능성을 배제한 점, 오 후보에게 국민의힘 지지층의 표가 결집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이번 결과가 오 후보에게는 정치적 재기의 기회가 됐고, 국민의힘으로서는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 후보가 이번에 반전을 두 번이나 썼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치적 재기가 가능해졌다"면서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제1야당의 영향이 강화돼 선거에서 이길 경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이 국민의힘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PNR리서치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5.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5%p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