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고위급 인사서 '민정수석 패싱' 논란… 중간간부 인사 코앞인데 尹과 만남 일정도 없어
  •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상윤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본색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초 박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화해국면을 조성하며 '추미애 시즌2'라는 오명을 떨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난 7일 검찰 고위급 간부 인사를 앞두고 윤 총장의 의견을 들었을 뿐 반영하지 않았고, 이번에는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의견까지 '패싱'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법조계에서는 조만간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도 독단적으로 행할 것이라는 의심이 팽배하다. 

    중간간부 인사, 다음주 초반께로 연기 전망

    17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국과 대검 기획조정부는 여전히 검찰 중간간부 인사안 관련 논의를 거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법무부는 늦어도 이번주 후반에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다음주 초반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법무부는 이날까지도 검찰인사위원회 일정조차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통상 검찰 인사 전에 인사위를 열어 인사 관련 주요 사항들을 심의한다. 

    물론 인사 규모가 소폭일 경우 인사위 절차를 생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무부도 "인사 규모가 가장 큰 평검사 인사는 이미 추미애 전임 장관 시절 단행됐고, 중간간부 인사도 소폭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급할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지난 고위간부 인사의 여진 탓에 중간간부 인사가 지연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朴, 윤석열 이어 신현수까지 패싱… 추미애 '독단인사' 판박이 

    박 장관은 지난 고위간부 인사 당시 "윤 총장과 최소한 두 번 이상 만나 인사 관련 의견을 듣겠다"고 예고했다. 실제로 박 장관은 윤 총장과 두 차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총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심재철 전 법무부 검찰국장(현 서울남부지검장) 교체,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첫 만남부터 이를 모두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윤 총장이 추 전 장관 측근들로 포진된 대검 참모진의 교체만이라도 요구했지만, 박 장관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기습적으로 독단인사를 발표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 장관은 신 수석의 의견마저 '패싱' 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신 수석이 박 장관과 윤 총장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했는데, 박 장관이 신 수석에게도 말하지 않고 인사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에 신 수석은 "창피해 더는 못하겠다"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까지 표명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을 봉합하겠다는 의미에서 지난 연말 임명한 문재인정부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다.  

    고위급 인사 때는 '시끌벅적' 2차례 만남… 이번엔 면담 일정조차 미정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는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윤 총장 패싱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의 경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인사 대상에 '채널A 사건' 수사지휘 라인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 등 주요 보직이 포함된다. 일각에서는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1차장 자리에 자신의 측근을 앉히기 위해 박 장관에게 물밑작업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러한 관측을 방증하듯 현재까지도 중간간부 인사 관련 박 장관과 윤 총장의 면담 일정이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간부 인사 때만 해도 윤 총장을 두 차례 만나면서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추미애 시즌2'라는 말이 괜히 있었겠나. 일각에서는 박 장관이 추 전 장관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고위간부 인사 때 만남도 요식행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윤 총장 임기도 얼마 안 남았으니 독단 행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