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소명 부족" 이유로 기각… 청와대-김수현 전 靑비서관 소환 '물거품'"공수처 이첩, 수사팀 교체, 윤석열 임기 7월 만료" 첩첩산중… 수사 공전할 듯
  • ▲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8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8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백운규(56)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구속영장이 9일 기각됐다. 

    당초 검찰은 백 전 장관 구속 이후 청와대로 수사망을 확대할 방침이었으나 당장 백 전 장관을 대상으로 한 보강수사가 급선무가 됐다. 

    문제는 '시간싸움'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사건을 이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수사팀이 바뀌면 수사도 원점으로 돌아가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통해 수사팀이 교체되면 수사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약 1년1개월 째 공전만 거듭하는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꼴이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오세용 "범죄혐의 소명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청구된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백 전 장관은 2019년 감사원 감사 중 월성 원전 관련 문건 530건을 삭제하도록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지시하는 등 감사를 방해하고, 2018년에는 월성 원전 1호기 폐쇄에 앞서 한국수력원자력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오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검찰로부터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백 전 장관의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부족하다. 범죄 혐의에 대해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오 부장판사는 또 “이미 주요 참고인(자료 삭제에 가담한 산업부 공무원 2명)이 구속된 상태이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여서 백 전 장관에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백 전 장관은 원전의 즉시 가동 중단을 지시하거나 경제성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오 부장판사는 "백 전 장관이 직권을 남용했고, 산업부 관계자들이 이 지시에 따라 강요된 행위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이미 구속된 산업부 관계자들의 혐의까지만 입증됐다는 취지다. 

    檢, 백운규 보강수사부터 착수… 수사 장기화 전망 

    이에 따라 월성 원전 관련 수사는 최대 난항에 부닥쳤다. 구속영장 기각 여부는 혐의의 유무죄 판단과 무관하지만, 법원이 '소명 부족'을 기각 사유로 내세운 만큼 당장 백 전 장관 혐의에 따른 보강수사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당초 검찰은 백 전 장관 구속 직후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소환조사할 방침이었다. 채 사장은 당시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지시를 내린 당사자다. 또 당시 탈원전정책을 이끌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 소환조사도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백 전 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청와대로 향하던 수사가 일시 중단된 셈이다. 

    당장 백 전 장관 구속영장 재청구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강수사를 선행해 추가 증거를 확보해 구속영장 발부 요건인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을 충족해야 구속영장 재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수처 이첩, 檢 중간간부 인사 '최대 변수' 
     
    이렇듯 수사 장기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수처와 검찰 중간간부 인사도 큰 변수다. 우선 공수처는 인사 절차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중순 이후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공수처가 월성 원전 사건의 이첩을 요청하면, 공수처법상 이첩요청권에 따라 검찰은 이에 응해야 한다. 

    수사팀인 형사4부의 이상현 부장검사가 오는 7월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장검사는 지난해 대전지검으로 전보돼 필수보직기간 1년을 꼬박 채운 상황이다. 여기에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7월 대대적 인사 단행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수사팀 교체에 따른 수사 와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추미애 장관이 인사 단행을 통해 수사팀을 와해시킨 사례가 빈번하다.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 수장을 빈번히 교체하고,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수사팀을 교체한 것이 대표적 사례"라며 "7월이면 윤 총장도 없다. 박 장관이 분명 월성 원전 수사팀 교체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시절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수사팀은 순차적으로 교체됐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해당 사건을 지휘하던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평택지청장으로 전보했다. 

    또 해당 사건 수사실무를 맡은 후 수사팀에 지원했던 김성주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장도 당시 인사에서 울산지검 형사5부장으로 좌천됐다. 이에 김 부장은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을 떠났다.

    1월 인사에서는 유임됐던 당시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수사팀장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은 지난해 8월 인사에서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사실상 좌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