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단순한 장난' 판단했는데… "중대사안 아닌데도 부모 호출, 심각한 인권침해"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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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 동작구 K고등학교에서 칠판에 '좌파친북 문재인' 등의 문구를 낙서한 학생에게 반성문 작성 강요에 이어 '학부모 상담'까지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학교 교감이 학생의 칠판 낙서를 '단순한 장난'으로 판단했음에도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반성문을 강요하고 이후 학부모 상담을 감행했다는 사실이다.

    '좌파친북 문재인' 썼다고 경위서·반성문에 학부모 소환까지

    야당은 "학생에게는 '부모님 모셔오라'는 것이 사실상 제일 무서운 징계 아니냐"며 교육계의 정치편향 문제와 학생의 표현의 자유 억압을 크게 우려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4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과 후 칠판에 '좌파친북 문재인' 등 정부 비방글을 쓴 K고교 학생은 지난달 20일 경위서와 반성문을 작성하고 이튿날인 21일에는 '학부모 상담'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생은 지난달 18일 방과 후 칠판에 '좌파친북 문재인' '문재인 심판론' 등의 문구를 낙서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개된 해당 '칠판 낙서' 사진에는 'Coupang Baby(쿠팡 베이비)' '미국과 군사훈련 시 북한과 협의' '입양아 교환' 등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1월18일) 발언을 조롱하는 내용도 적혀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정 의원에게 제출한 '학생에게 상담조치한 절차' 등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방과후수업 담당교사는 낙서를 지운 후 학생에게 현장에서 지도했고, 이튿날인 19일 학교 교감이 사안을 인지한 후 학생의 '단순한 장난'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담임교사는 하루가 지난 20일, 학생을 불러 상담한 이후 경위서와 반성문을 작성하게 했다. 다음날인 21일에는 학생의 부모까지 학교로 호출했다. 이어 담임교사와 학생생활지도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 내용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담임교사가 학생을 상담한 내용에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자유가 있으나 타인 비방 등은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포함됐다.

    또 자료에는 담임교사가 학생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고, 이전에도 유사한 일이 있어 재발 방지를 위해 조치했다"는 내용으로 교육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K고 담임교사의 이러한 조치에 "사실상 처벌이자 겁박"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고등학교 교사는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아이의 단순한 칠판 낙서로 '엄마 데리고 와' 하는 것은 과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학교폭력·절도 등 중대한 사안 아닌데도 학부모 소환… "인권침해"

    이 교사는 "'학부모 소환'이라는 것은 교내흡연·커닝·학교폭력·절도 등 범죄 또는 학교 규칙을 위반한 중대한 사안일 경우 성적관리위원회·학교폭력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 이뤄지는 것"이라며 "정규 수업시간도 아니고 칠판에 낙서한 것으로 학부모를 소환하기까지 한 것은 심각한 학생인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도 통화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학생도 대통령을 향한 비판을 포함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언제나 가능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어린 학생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 명예훼손 등을 언급하면서 경위서와 반성문을 쓰게 한 것은 과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심지어 학부모까지 불러 상담한 것은 학생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