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 '996 시스템' 고발… 오버차지·연차 포기계약도
  • ▲ 중국 광둥성 선전시.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래 IT기업 등 첨단산업 업체들이 많이 들어섰다.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중국 광둥성 선전시.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래 IT기업 등 첨단산업 업체들이 많이 들어섰다.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의 대기업은 주 40시간 근무하며, 정시퇴근이 일상적”이라는 주장을 펴는 한국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중국 IT기업에 다녔던 사람이 "가축 같은 대접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최소 주 72시간 근무 ‘996 근무규칙’… 초과근무수당·연차 포기계약까지

    호주 ABC방송은 지난 2일 중국 IT 업체 ‘화웨이’에서 5년 동안 근무한 엔지니어 쩡멍의 사연을 소개했다. 쩡은 IT 대기업 여러 곳을 다니다 2012년 화웨이에 입사해 생산관리자로 근무했다.

    쩡은 ‘화웨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996 근무’를 한다고 폭로했다. ‘996’이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말한다. 주 72시간이다. 쩡은 “오후 11시를 넘어서까지 회의를 하는 일이 잦았다”며 화웨이 직원들은 가족과 함께할 시간은커녕 잘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쩡에 따르면, IT 기업이 많은 선전에서는 ‘996 근무규칙’이 일반적이다. 2019년 4월 ‘996 근무규칙’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중국 내 여론이 들끓었다. 

    이때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젊었을 때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고 옹호했다. 그 후로 알리바바·화웨이·샤오미 등 주로 IT 대기업들에서 ‘996 근무규칙’을 대놓고 적용했다고 한다.

    2020년 8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선전경제특구 지정 40주년 기념식에서 ‘996 근무규칙’을 사실상 인정해버렸다. 시 주석은 과거 어촌이었던 선전이 40년 만에 기적처럼 성장했다며 ‘제2의 기적’을 이룰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후 중국 공산당이 지정한 ‘특수산업’ 종사자에게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기 시작했다고 쩡은 설명했다. 때문에 중국 IT 근로자들의 불만도 커졌다고 한다. 

    방송은 “2019년 중국 온라인에서는 ‘996 ICU’라는 단어가 인기였다”고 전했다. “996 근무규칙대로 일하면 기다리는 것은 ICU(중환자실)”라는 뜻이다.

    화웨이는 다른 기업보다 더 심한 짓을 했다고 쩡은 전했다. 화웨이는 모든 직원에게 “자발적으로 초과근무를 수락하고 수당을 청구하지 않는다. 유급 연차를 포기한다”는 ‘투쟁계약(Struggle Agreement)’을 강요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쩡은 자신도 ‘투쟁계약’에 서명하지 않으면 회사에서 나가야 할 듯한 분위기에 압도돼 서명했다고 털어놨다. 

    초과근무수당청구소송 했다 잡혀가기도… ‘996 근무’ 소개 않는 한국 언론들

    방송은 중국 IT 대기업의 ‘996 근무규칙’에 저항한 쩡이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도 전했다. 

    쩡은 퇴사 후 화웨이를 상대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달라고 소송을 했다. 화웨이는 패소했다. 항소도 하지 않았다. 쩡은 1만5000위안(약 250만원)을 받게 됐다. 

    그로부터 18개월 뒤 쩡은 태국에서 부친과 식사하던 도중 중국 공안에 체포돼 끌려갔다. 화웨이 측에서 “쩡이 영업기밀 누설을 위반했다”고 신고했기 때문이었다. 

    쩡은 변호사 접견도 거부당한 채 90일 동안 구금됐다고 한다. 그리고 석 달 뒤 풀려날 때는 그의 혐의가 ‘사기’로 바뀌어 있었다. 방송은 “이 주장과 관련해 선전시와 화웨이 측에 논평을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럼에도 국내 온라인에는 “중국기업의 근무조건이 좋다”는 내용의 글이 많다. 현재 한글로 검색되는 중국 근로기준법과 중국기업의 근무시간 등에 관한 글과 국책연구원 보고서에는 인민일보 등 중국 당국이 대외적으로 발표한 내용과 중국에 우호적인 내용만 있을 뿐 공산당 소유 기업들의 노동착취 실태를 전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 인민일보는 지난해 8월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주5일제 40시간근무제를 시행하며, 추가 근로는 1일 1시간 월 36시간 한도 이내에서 가능하다”며 “추가근로시간에는 평일 급여 기준 50%, 주휴일 근로는 100%, 법정휴일 근로는 200%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