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치료제" 강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노영민 靑 실장과 고향 같고 동갑文 '치료제 신속개발' 과신한 듯… '문책' 우려한 공무원 복지부동도 결정적
  • ▲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편에 선 인물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다. 문 대통령 왼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있다. ⓒ연합뉴스
    ▲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문 대통령 오른편에 선 인물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다. 문 대통령 왼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있다. ⓒ연합뉴스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백신 확보가 늦어지는 원인을 둘러싸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 이른바 '충북마피아'의 존재와 그 책임론이 등장했다. 이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코로나 치료제 국내개발 가능성과 관련한 과신을 주입해 정부가 백신 확보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10월15일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치료제는 올해 안에 본격 생산을, 백신은 내년까지 개발 완료를 기다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치료제 개발을 확신함과 동시에 백신보다 치료제가 더 빨리 개발되리라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23일 중앙일보는 백신 확보가 늦어진 배경에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오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입한 배경에 노 실장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충북마피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는데 청와대는 제대로 된 대응도 못하고 있다"는 여권 인사의 탄식을 전했다. 

    "내년 1월 국산 코로나 치료제 시판될 것" 환상에 젖어… 문 대통령도 국내 개발에 집착

    몇 달 전부터 여권에서는 내년 1월 국산 코로나 치료제가 시판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혔고, 이 같은 국산 치료제 개발에 따른 맹신의 핵심에 셀트리온이라는 회사가 있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바이오 의약품 제조업체로, 현재 코로나 치료제 개발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이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모두 충북 청주가 고향이며, 나이도 64세로 같다. 정치권 인맥도 두터운 서 회장은 지난 6월3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초청으로 비공개 강연을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는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9년 1월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서 회장이 주요 그룹 총수들을 뒤로 하고 문 대통령 바로 옆에 서서 산책하던 모습은 그의 위상을 상징하는 보여주는 장면으로 꼽힌다.

    서정진 회장 "코로나 퇴치하려면 치료제가 먼저, 백신은 나중"

    서 회장은 2000년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 등에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재계에서 입지도 탄탄해,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뒤를 이을 인물로 최태원 SK 회장 등과 함께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서 회장은 지난달 25일 '한겨레'와 단독 인터뷰에서 '선 치료제, 후 백신' 논리를 폈다. 

    서 회장은 "코로나 퇴치를 위해서는 먼저 치료제가 필요하고, 백신이 뒤따라와야 한다"며 "내년 초에는 치료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치료제 생산을 이미 시작했기 때문에 식약처 승인을 받으면 바로 나올 수 있다. 치료제가 나오면 국민이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봄에는 한국이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보다 치료제가 먼저' '내년 초에는 치료제 시판' 등 치료제 조기 개발을 향한 서 회장의 이 같은 자신감이 청와대와 여권 물밑에서 확산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 ▲ 2010년 1월, 현역 군인들을 대상으로 신종플루 예방접종이 실시되는 모습. 사진은 경기 화성에 위치한 육군 51사단 장병들이다. ⓒ뉴시스
    ▲ 2010년 1월, 현역 군인들을 대상으로 신종플루 예방접종이 실시되는 모습. 사진은 경기 화성에 위치한 육군 51사단 장병들이다. ⓒ뉴시스
    신종플루 사태 때도 꼼짝 않던 공무원들… "잘못되면 다 내 책임" 의식 탓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춤하면서 일선 공무원들은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백신을 비싸게 또는 너무 많이 구입했다는 여론이 확산하거나 백신의 부작용이 커질 경우 그 비난을 모두 담당 공무원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9년 정부가 모범적으로 대처했다고 평가받는 신종플루 사태 때도 정부 내 리더십 부재로 인해 백신 확보에 실패할 뻔했다. 

    당시 국무총리실에서 신종플루 대책을 맡았던 전직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당시 백신 보유량은 800만 명분 정도로 전 국민에게 접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전 세계가 백신 확보에 혈안이 돼 백신 가격이 크게 뛰었고, 승인받은 예산으로는 목표량의 절반밖에 구입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때 열린 긴급실무대책회의에서는 우선 그만큼이라도 구입하기로 결정했지만, 담당 공무원들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나중에 국회 또는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당국자는 "상황이 끝나면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을 현업 공직자들이 너무나 많이 겪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봐주기로 하자 신속히 백신 확보" 

    이후 이 당국자는 감사원을 설득해 이 문제가 국회 감사 등에서 문제될 때 감사원에서 그 불가피성을 해명해주기로 약속했다. 그러자 담당 공무원들이 신속히 움직였고 백신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22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셀트리온을 찾았다.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치료제 임상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제때 허가를 받아 국민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특효약이 개발된다면 우리나라가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