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정책에 막강한 영향력 행사하는 싱크탱크…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갈수록 사면초가
  • ▲ 자유북한연합 박상학 대표가 지난 6월 26일 오후 동생 박정오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일원동 사단법인 큰샘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자유북한연합 박상학 대표가 지난 6월 26일 오후 동생 박정오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 일원동 사단법인 큰샘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이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헤리티지재단은 브루킹스연구소와 함께 미국의 양대 전문연구소로 꼽히며, 미 정부 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이 헤리티지재단마저 대북전단금지법 비판에 가세하면서 한국 정부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헤리티지재단은 21일(현지시각) <전단금지법이 남·북한 모두의 자유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제목의 논평을 재단 홈페이지에 실었다. 재단은 이 논평에서 "12월 3일 한국 국회가 시민의 자유를 타격(blow)했다"고 비판하며 "간단히 줄여 '전단금지법'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금지하는 것은 전단뿐 아니라 선전물·돈·이동식저장장치(USB) 등 북한에 보낼 수 있는 물품이 광범위하게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언론·표현의 자유와 북한주민 정보접근 위축"

    논평은 이어 "전단금지법은 군사분계선에서 포스터 등 시각자료를 게시하는 것을 금지하고 확성기를 통해 메시지를 방송하는 것도 금지했다"며 "이 법은 한국 국민과 한국 시민단체의 언론·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에도 검열적 효과(chilling effect)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영문 표현 'chilling effect'는 주로 언론인들이 과도한 규제와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를 검열하는 수준으로까지 언론·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고 느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논평은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해 "전단이 국가안보에 위해를 가한다고 선언함으로써 북한의 요구에 순순히 응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논평은 "최근 몇 달 동안 문재인 정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 등 북한 내 정보접근 촉진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을 직접 공격의 목표로 삼았다"며 "한국 통일부는 현재 최소 289개 시민단체들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의 자유에 대한 전례없는 공격(attack)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북한이 한국 입법까지 통제한 위험한 선례… 김정은에 머리 조아린 것"

    논평은 이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법 통과가 북한에 주는 메시지"라며 "일부에서는 이를 김정은 정권에 머리를 조아린 것(kowtow)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한국 의회에 입법 의제까지 만들어준다면 그 다음에는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고 경고했다.

    논평은 지난 2007년 북한을 탈출한 박연미 씨 사례를 들어 "그는 타이태닉 같은 영화를 보고 탈북을 결심했다고 말한다"며 "정보에 대한 접근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생명선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 중 외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용감하게 탈출을 결행할 희망과 영감을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용감하게 북한에 머물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논평은 "물론 대북전단만이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시민단체의 활동이 제한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며 "특히 북한이 요청했다고 그와 같은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차기 美행정부, 한국에 문제제기해야… 첨단기술 활용해 북한 뚫자"

    논평은 차기 미국 행정부에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았다. 논평은 "차기 미 행정부는 남북한 국민들의 민주적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동맹국인 한국과 보다 잘 협력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비공개로 이 법에 대한 부동의 의사를 전하고 북한의 정보 접근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새로운 첨단기술을 활용해 폐쇄된 북한 사회를 뚫는 활동에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북한 주민의 정보의 자유를 촉진할 수 있는 미국만의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공화당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까지 대북전단금지법 비판에 가세하면서 미 의회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입지는 더욱 약화됐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본지 통화에서 "미국 보수주의의 본산인 헤리티지에서 이 문제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며 "이는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옹호주의와 결합해 공화·민주 양진영에서 문재인 정부의 반인권적 정책을 초당적으로 비판하게 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2일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포안이 심의·의결됐다. 이후 대통령 재가를 거쳐 관보에 게재됨으로써 공포되고,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개정법률과 관련)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는 만큼 관련 단체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개정 목적에 부합하게 법이 이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