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야당 법제위 간사… '운행 중' 범위에 주·정차 포함, 강력주장해 개정
  • ▲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뉴데일리 DB
    ▲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뉴데일리 DB
    이용구(54) 법무부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논란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5조의 10)의 개정을 전해철 행정안전부장관후보자가 주도한 것으로 지난 20일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달 초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술에 취해 잠든 자신을 깨웠다는 이유로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은 이 차관을 대상으로 아무런 조치 없이 내사종결했다. 정차한 뒤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특가법상 '운행 중' 기사 폭행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2015년 특가법은 '운행 중'의 범위에 주·정차 상태도 포함하도록 개정됐다. 경찰은 현행법 대신 2017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이유로 삼았다. 개정 전 법률과 관련해 "계속 운행할 의사 없이 주·정차한 경우는 법관 해석에 의해 운행 중 의미에서 배제된다"고 해석한 대목이 그 근거다.

    이에 검사 출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특가법을 적용해야 할 사건에 경찰이 엉터리 해명을 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이 법안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사람은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었지만, 가결로 이끈 사람은 전해철 후보자였다.

    김 의원은 ▲계속된 운행이 예정돼 교통안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고 ▲운전자의 심리적 불안으로 2차 사고 위험성이 증가하며 ▲기존 판례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의 범위가 협소하게 해석된다는 이유로 법 개정안을 냈다. 그런데 당시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소극적인 상황이었다.

    김주현 당시 법무부차관은 "이미 판례 등을 통해 해석된 것이라 큰 필요성이 없다"고 했으며, 이한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법이 너무 구체적이다. 판례에 위임해놓은 것인데 오히려 해석상의 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도읍 당시 새누리당 의원도 "주관적 구성요건은 입증사항이니 그것을 법문화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였던 전 후보자가 상황을 바꿨다.

    2015년 4월 법사위 소위원회 속기록을 살펴보면 김주현 당시 차관이 "굳이 이 개정안을 이렇게 개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전 후보자는 "2013년 대법원 판결을 보면 (운행 중의 범위를) 한정적으로 해석한 것이 맞지요? 그렇지요? 운행 중이라는 것을 개정안처럼 해놓으면 이런 판례는 안 나올 것 아니에요. 그것은 맞는 것 아니에요"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후 김 차관은 5월에 다시 열린 소위에서 "큰 필요성은 없지만, 정책적인 이유에서 하신다면 조항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결국 '운행 중'의 범위에 운전자가 여객의 승차·하차 등을 위해 일시 정차한 경우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개정안이 2015년 5월 열린 본회의에서 가결돼 그해 6월부터 시행 중이다.

    특가법 제정 논의 당시 참여했던 한 법조인은 "경찰이 법 개정 전 헌재의 주문을 들이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사건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웅 의원도 "당시 민주당이 강력하게 주장해 통과시킨 법인데, 자기들이 무너뜨리려 한다"며 "개정 전 법률에 대한 헌재의 결정을 개정 후 범죄에 적용하는 것은 정의와 원칙을 왜곡하는 사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여권이 만든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유사한 사건을 맡게 됐을 때 그런 궤변을 늘어놓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