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역사 근처에 설치…무료 진단에 인파 몰려 '북새통' 바이러스 유포 가능성도
-
"다음에 받을까? 밥이나 먹으러 갈래?"18일 오후 1시께 무료 검사가 가능한 서울 강남역 9번 출구 코로나 임시선별진료소에서 대기 중이던 30대 여성은 다른 여성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직장 동료로 보이는 다른 여성은 "그냥 받고 가자"라고 했다. 총 4명이 한 무리였던 이들은 자신들의 대기 순서가 될 때까지 한참을 큰 소리로 웃으며 수다 삼매경에 빠진 모습이었다.같은 시각, 그 무리보다 뒤쪽에 대기 중이던 여성은 모자를 눌러쓴 채 연거푸 기침을 했다. 안색을 보아 증상이 나타나 진료소를 찾은 듯 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침은 잦아졌다.그러자 그 여성의 바로 앞에 서 있던 60대 여성이 "누가 이렇게 기침을 해"라며 힐끗 쳐다봤다. 기침을 하던 여성은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지퍼를 올린 점퍼 안쪽으로 고개를 박은 채 기침을 참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핀잔을 줬던 60대 여성은 "안에서 몇 명이나 검사하고 있는지 보고 와야지"라며 들뜬(?) 발걸음을 옮겼다. 대기줄 곳곳에는 강남역 인근에서 전단지 배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단체로 온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대기자들, 수다 삼매경… 기침하자 '눈치'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14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향후 3주간을 '집중 검사 기간'으로 정하고, 수도권 150곳에 임시선별진료소를 설치했다. 임시선별진료소는 서울역과 용산역, 강남역 등 주요 지하철역 인근과 대학가에 설치됐다.이러한 방침은 코로나 확진세가 계속됨에 따라 무증상자들에게도 '무료 검사'를 가능하게 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당초 무료 검사 대상자는 질병관리청 역학조사 결과 밀접접촉차 또는 확연한 호흡기 증상자 등으로 한정됐다.그러나 임시선별진료소를 도입한 지 5일이 지난 후에도 현장은 이러한 취지가 무색한 모습이었다. 지나가는 길에 진료소를 들른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코로나 증상이 의심되는 사람들은 눈치를 봐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무증상자와 증상자를 혼재해 검사를 받게 하면서 도리어 감염 확률을 높일 수도 있는 노릇이다.
증상 호소했으나 "오후에 오라"는 말에 인근 식당으로이에 앞서 오전 11시 50분께에는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사람도 있었다. 현장 관계자가 "오전 검사가 종료됐다"고 하자, 여성은 "너무 아파서 그런데 그냥 검사받게 해주시면 안 돼요?"라고 물었다. "죄송하다. 1시에 다시 오셔야 한다"는 대답에 여성은 인근 패스트푸드점으로 들어갔다.여성은 아마 오전 검사를 위한 대기가 11시 30분에 종료된다는 걸 몰랐던 모양이다.문제는 그 여성이 정말 코로나 감염자일 수도 있단 것이다. 정부에서 설치한 임시선별진료소는 대부분 대학가나 지하철역 인근, 즉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다.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감염자가 검사를 위해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았다가 인근 식당이나 지하철을 이용한다면 불특정 다수의 감염 확률이 더 높아지는 셈이다. 선제적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뚜렷한 계획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