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부채 2조원 감축' 혁혁한 활약에도 변창흠 취임 후 사실상 쫓겨나… 직원들 대법원서 승소
  • ▲ 지난 2019년 9월4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 기공식 및 비즈니스 포럼'에서 변창흠 당시 LH공사 사장(왼쪽)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협산단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뉴시스
    ▲ 지난 2019년 9월4일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 기공식 및 비즈니스 포럼'에서 변창흠 당시 LH공사 사장(왼쪽)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협산단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뉴시스
    변창흠 국토교통부장관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재직 시절, SH 부채 3조원가량을 감축하는 등 공로를 크게 인정받은 비정규직 직원들을 배제하고 자신의 제자를 채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거세다. 

    '무기계약직 전환'이 확실시됐다가 '부당처우'를 받은 이들 비정규직 직원들은 SH를 상대로 소송해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이와 관련해 야당에서는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변 후보자의 차별적 처우 및 인식이 심각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문재인정부의 '사람이 먼저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국정철학과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변 후보자는 대표적 '친문 인사'로 알려졌다.

    '무기계약직 전환' 희망고문해놓고 부당처우… 지인 채용 의혹도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받은 SH 자료와 '근로자 지위확인청구(소송) 판결문' 등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SH에서 사실상 '무기계약직 전환'이 확실시되던 일부 계약직 직원에게 사퇴 종용에 버금가는 부당처우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은혜의원실에 따르면, 변 후보자가 SH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SH는 2013년 1월31일 기준 12조9835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었다. 이에 SH는 마케팅 조직을 강화해 택지를 매각하고 이를 통해 부채를 감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H는 2013년 3월 절차를 거쳐 7명의 마케팅 전문가를 채용했다. 당시 채용공고문에는 "실적이 우수한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이들 중 A씨와 B씨는 각각 2회, 4회에 걸쳐 '판매왕'으로 선정되는 등 SH 내에서도 '우수사원'으로 인정받았다. 이들의 연이은 매각활동을 통해 2014년 4월 기준 SH의 부채는 10조3000억원으로, 무려  2조6835억원 감축됐다. SH는 이들의 우수한 토지 매각 실적에 포상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4년 11월10일 SH 사장에 취임한 변 후보자는 A씨와 B씨를 비롯한 계약직 직원 7명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사실상 거부했다. 

    변 후보자는 2015년 3월6일 서울시의회 도시계확관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계약직 직원들이) 마케팅 쪽에서 엄청난 역할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지금 현재는 여력이 거의 없다"며 무기계약직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4·5급 상당 마케팅 전문가에게 9급 제안… 사실상의 사퇴 종용

    이보다 앞서 SH 마케팅실장은 같은 해 2월 기획경영본부장에게 "비정규직들 가운데 희망자 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달라"고 요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 후보자는 실무진의 요구와 채용 조건에도 당시 마케팅 전문가들에게 기존 업무를 이어가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신 '9급 사무지원원' 전환을 제안했다. 이는 마케팅 전문가들의 처우나 직군의 성격으로 볼 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사실상 사퇴를 종용한 것과 다름이 없는 셈이었다. 다만 7명 가운데 4명은 사무지원원 전환을 수용했고 3명은 거부해 계약해지당했다.

    A씨와 B씨의 계약직 채용 당시의 직급은 각각 다급(정규직 4급 상당, 연봉 5155만80원)과 라급(정규직 5급 상당, 연봉 4418만5780원)이었다. 그러나 사무지원원(9급)으로 전환되면 약 1000만원에 육박하는 연봉이 삭감되며, 진급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SH는 비슷한 시기인 2015년 6월, 새롭게 전문가 채용공고를 올렸다. 같은 해 7월 채용공고를 통해 채용된 인물은 변 후보자의 세종대학교 제자 방모 씨로 알려졌다. 방씨는 SH 공공개발사업본부 개발사업부에서 근무했으며 2018년 12월 퇴사했다.

    부당처우 직원들, SH 상대로 소송... 대법원서 최종 승소

    이에 A씨와 B씨는 전환을 거부하고 소송에 나서 2017년 2월 대법원에서 승소했다. 1심에서는 SH가, 항소심에서는 직원들이 승소했고, 대법원은 SH의 상고를 기각했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SH가 A씨와 B씨의 '우수' 성과를 인정하고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신뢰를 부여했다고 판단했다.

    김은혜 의원은 "정규직과 일은 동등하게 하면서도 처우는 부당한 비정규직 문제는 공기업·부처의 수장으로서 자질과 도덕성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해당 비정규직 청년들은 뛰어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채용공고 때와 다른 고용불안으로 내내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이는 약자인 비정규직 청년들에 대해 변 후보자가 공정과 정의를 저버린 사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변 후보자의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차별적 처우 및 인식이 문재인정부의 국정철학은 물론 공정과 정의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