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9일 대국민 사과 예고에… "돌려차고 싶은 심정" "文정부 탄생이나 사과해라"
  •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016년 11월29일 민주당 의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에 서명하고 있다.ⓒ뉴시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지난 2016년 11월29일 민주당 의원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에 서명하고 있다.ⓒ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9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및 탄핵 등과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예고하자 "문재인정부 탄생이나 사과하라"는 등 당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내부에서는 "돌려차기 하고 싶은 심정"이라는 격한 반응도 나왔다.

    김 위원장이 '사과'를 예고한 12월9일은 국회가 4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결의안을 가결한 날이다.

    "뜬금포 사과하려면 文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하시라"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누가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켰나. 김 위원장마저 전 정부 타령하시려는가"라며 "이미 옥에 갇혀 죽을 때까지 나올까 말까 한 기억 가물가물한 두 전직 대통령보다, 굳이 '뜬금포' 사과를 하겠다면 문재인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주셔야 맞지 않는가"라고 김 위원장의 과거 이력을 꼬집었다.

    배 원내대변인은 "이 나라 헌정사를 뒤엎고 국민 삶을 뒤엎는 문재인정권을 탄생시킨 스승으로서 '내가 이러라고 대통령 만들어준 줄 아냐' 이 한마디 뜨겁게 기다렸다"며 "우리 원내대표가, 그것도 국회에서 청와대 경호원에게 수모를 겪었던 바로 그날, 시정연설 당시 당당한 척 국회를 방문한 문 대통령에게 한껏 꾸중해주실 거라 기대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인지부조화"라고 지적한 배 원내대변인은 "2020년 오늘, 우리가 어느 지점에 분노하고 있는지 비상시를 맡은 위원장께 현실인식의 용기와 지혜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탄핵파들의 입장만 두둔하고 '與 이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김 위원장의 사당이 아니고, 의원들과 당원들은 김 위원장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사과가 취임의 조건이었다면 애당초 김 위원장은 이 당에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의원은 "정통성 없는 임시기구의 장이 당의 역사까지 독단적으로 재단할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단 한 번의 의원총회도 거치지 않은 사과가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사과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당내 최다선 의원을 비롯한 많은 의원들과 당원들이 반대하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사과'를 강행할 경우 당내 반발이 커질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여당 이중대로 가는 마지막 관문"이라고 혹평하며 "우리는 이·박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공과를 안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사과는 전 정권들을 모두 부정하고 일부 탄핵파들의 입장만 두둔하는 꼴이고 더불어민주당 이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탄핵은 거짓의 산" 주장도… "김종인, 탄핵집회 과오 정당화하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의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오는 9일 이·박 전 대통령 과오에 대해 사과할 것"이라며 "비대위라는 것이 이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회의 직후에도 9일 전후로 사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 판단대로 할 것"이라며 당 안팎의 반대 목소리에는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보수진영에서는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탄핵한 것과 관련, 법적 절차와 당위성 등의 부분에서 허술함이 많다는 점에서 탄핵 사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적지 않다.

    탄핵정국 당시 박 전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채명성 변호사는 지난해 <탄핵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저서를 통해 2016년 12월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일련의 탄핵 과정 등에 관한 소회를 밝히며 "탄핵은 거짓을 산처럼 쌓아올려간 과정으로 요약된다"며 당시 상황이 '정치재판'이었음을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 예고에 "돌려차기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다소 과격한 반응을 숨기지 않으며 "현재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한 시점에 굳이 대국민 사과를 고집하는 것은 김 위원장이 지난 탄핵정국 당시 박 전 대통령 탄핵 집회에 나갔던 자신의 과오를 정당화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