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위 "김해 신공항 추진 근본적 검토 필요"… "표 얻으려고 100년 대계 뒤집어" 맹비난
  • ▲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김해 신공항 추진계획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검증 지시 1년8개월 만에 백지화됐다. 

    정부는 김해 신공항 계획안은 안전성 등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사업 확정 당시 부산시와 협의가 없어 절차적 흠결이 있다며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부산시장보궐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 선거용 정책 뒤집기로 김해 신공항 계획을 폐기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위원장 김수산)는 17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해 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우선 "김해 신공항 계획안은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봤다. 

    검증위 "김해 신공항 계획 상당부분 보완해야"… 文 재검증 지시 20개월 만에 백지화

    검증위는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을 사실상 폐지한 이유로 '장애물을 절취할 경우 국토부가 해당 지자체(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는 공항시설법 34조에 근거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들었다. 

    기존 계획 수립 당시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 안전을 위협하는 산을 깎아내는 등 장애물 절취작업에 대한 지자체 간 협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아 절차적 흠결이 있다는 것이다.

    검증위는  "지자체의 협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장애물제한표면 높이 이상 산악의 제거를 전제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해석을 감안할 때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 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경운산·오봉산·임호산 등 진입표면 높이 이상의 장애물을 절취할 경우 관계 행정기관장(부산시장)의 협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증위는 또 "안전과 시설 운영·수요, 환경, 소음분야에서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고, 국제공항의 특성상 각종 환경의 미래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간 검증위는 김해 신공항의 쟁점들을 안전, 소음, 시설운영·수요, 환경 4개 분야로 구분해 11개 쟁점, 22개 세부항목을 대상으로 검증작업을 벌였다. 또 현장조사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일부 쟁점의 경우 국제 민간항공기구(ICAO)·법제처 등 관계기관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ADPi 검증 결과 "가덕도 신공항, 접근 불편하고 해양환경 훼손"

    앞서 박근혜 정부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검증 결과를 토대로 동남권 신공항 추진사업을 백지화하고 김해공항을 확장 운영하는 방안으로 결론 낸 바 있다. 당시 ADPi는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 최남단에 위치해 접근이 불편하고 해상을 매립해야 함에 따라 해양환경이 훼손된다고 평가했다.
  • ▲ 김수삼 위원장은 김해신공항 확장 계획과 관련해
    ▲ 김수삼 위원장은 김해신공항 확장 계획과 관련해 "안전·소음·시설운영 및 수요·환경 등 4개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상윤 기자
    실제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추진할 경우 바다를 메워야 하기 때문에 활주로 1개 건설 시 7조4700억원, 2개 건설시 10조7578억원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활주로 1개를 추가 건설하는 김해 신공항 사업비 4조1700억원 대비 최대 약 6조원의 사업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등 광역단체장 간 유치경쟁이 수그러들지 않자, 문 대통령은 총리실 산하에 검증기구를 마련해 기존 결론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이 백지돠면서 부산시가 그간 주장해온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곳곳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내년 부산시장보궐선거를 의식해 국책사업을 번복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정치적 목적으로 정책 뒤집는 것은 문제… 역사적 범죄"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엄청난 매립비용이 드는 점도 문제다. 또 2040년까지 경남 창원 쪽에 제2신항이 조성되는데, 그렇게 되면 가덕도와 대죽도 사이 수로를 사용해 이동하는 대형 상선들에게도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 가덕도 신공항은 대구·경북에 개항 예정인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경합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특히 코로나 여파로 여객 수요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신규 국제공항을 설립한다는 것은 현재 허브 공항인 인천공항의 수익성마저 저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미 2000년대 중반 설립된 양양과 무안 등 신설 공항들이 만성적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정책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봐서 결정해야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며 "명분적으로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수용했지만, 사실 선거를 앞두고 부산지역 기대감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치가 정책을 뒤엎어버린 것"이라며  "프랑스 업체에 검증을 맡겨 2016년 김해 신공항으로 결론이 나왔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 문제를 다시 재검토시킨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평론가는 "국토부에서는 가덕도보다 김해 신공항을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잠정적 결론이 나왔는데도 내년 부산시장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결국 그 결과를 뒤집었다"고 지적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퇴로 부산 표를 얻기 위한 선거용 정책 뒤집기"라며 "정책을 정치적 이해목적에 따라 엎었다 뒤집었다 하는 것은 역사적 범죄 "고 힐난했다. 

    이 평론가는 "정책에 대한 결정이 여당의 특권은 맞지만 문재인 정부는 좀 과한 것 같다"면서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을 뒤집으면서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