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총 80억원 들여 가림막 구매…"시험지 보다 작은 책상에 가림막까지" 불만 봇물
  • ▲ 2021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9월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시험지를 배부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2021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9월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시험지를 배부받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음달 3일 치러지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험장에 책상 '가림막'이 설치되는 것을 두고 수험생들의 불만이 커졌다. 가림막이 시험지보다 좁은 책상의 공간 활용을 방해하면서 불편함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림막 설치는 수험생을 전혀 배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며 효용 가치가 떨어지는 세금 낭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5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각 시도교육청은 수능 때 사용할 가림막과 관련해 조달청 입찰을 통해 최근 계약을 체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가림막 12만개를 구매하는데 19억원을 지출했다. 전국 수능 응시자가 49만 3433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전체에서는 가림막 구매에 약 80억원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험 당일 가림막은 책상 왼쪽과 오른쪽에는 설치되지 않고 앞쪽에만 설치된다. 가림막은 가로 60cm, 높이 45cm 크기의 상판과 이를 받치는 두 개의 바닥 판으로 이뤄져 있다. 가림막에 시험지가 반사되는 등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반투명으로 제작된다.

    책상 작은데 '가림막'까지… 수험생 "세금 낭비·방역 효과 없다" 분통

    그러나 정작 가림막을 사용할 수험생들 사이에선 "탁상행정"이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험지만 올려도 책상이 비좁은데, 가림막 설치로 공간 활용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험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림막의 방역 효과와 효용 가치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의견도 이어진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한 재수생은 "시험 당일 책상에는 4절지 크기의 시험지와 필기도구, 수험표, 신분증, 시계, OMR 카드 등을 올려둬야 해서 공간이 비좁다"며 "여기에 가림막까지 설치하면 너무 불편하다. 작은 변수에도 예민한 수험생을 생각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동작구의 고3 수험생은 "차라리 학생 간 거리를 넓히거나 시험지 사이즈를 줄이는 방법이 더 낫다"며 “어차피 시험 내내 마스크를 쓰고 묵언수행을 해야 할 텐데 방역을 위해 책상 앞 가림막이 꼭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 가림막 설치 비용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수능 시험날 책상 앞 가림막 설치 반대' 청와대 청원도

    가림막 설치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잇따라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탁상공론과 국가 세금 낭비, 수험생 불편 가중이라는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해 중단을 촉구드린다"며 "(가림막 설치는) 효용가치가 없는 심각한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학부모라고 밝힌 또다른 청원인은 "시험장에서 누가 비말 튀기며 말을 하겠냐"며 "가림막 설치는 세금 낭비이자 수험생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가림막 설치 등 수험장 내 방역 수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가림막 우려와 관련해 "좌우 간격은 확보됐지만, 앞뒤 간격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점심에 식사도 해야 하기에 방역 당국에서 가림막 설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험생 간 앞뒤 거리두기를 위해 선택한 불가피한 조처라는 것이다.

    한편 수험생 개인은 물론 일부 학교와 학원에서는 가림막을 따로 주문해 설치에 나서는 모습이다. 항의를 한다고 방역지침이 바뀌지 않을 것 같으니 미리 적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온라인 상에서는 교육부 규격 수능 가림막이 2만원 내외로 판매 중이다. 

    경기도 부천시의 한 수험생은 "가림막을 2개 구매해서 학교와 학원에 설치해 적응 중인데 너무 불편하기만 하다"며 "시험 당일 가림막이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겠지만 답답하고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