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5일 김백준 상고심서 무죄 판단 유지… 특활비 전달 진실은 미제, 다스 횡령·삼성 뇌물 진술도 의구심
  • ▲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정상윤 기자
    ▲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정상윤 기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를 받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5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와 관련, 이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전 기획관까지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 이와 관련한 수사와 재판은 모두 마무리됐다. 

    하지만 실제로 이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가 전달됐는지 사실 확인은 검찰과 법원 어디에서도 이뤄지지 않아 진실은 미제로 남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방조와 국고손실 방조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 "국고손실 방조 아닌 횡령 방조… 공소시효 만료"

    대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전 국정원장들로부터 특활비를 받은 것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거나 대가관계에 있는 금품을 교부받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김 전 기획관이 뇌물수수 범행을 방조했다는 공소사실도 무죄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국고손실 방조 혐의와 관련해서는 "김 전 기획관은 회계관계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단순 횡령 방조죄로 처벌해야 하며, 횡령 방조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기소 전 시효가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4~5월과 2010년 7~8월 두 차례에 걸쳐 김성호·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 각 2억원을 받아 총 4억원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특활비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대통령도 국정원 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다스 자금 횡령, 삼성 뇌물수수 혐의와 함께 심리를 받았지만, 이날 대법원의 논리와 마찬가지 취지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문제는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돈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정황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전 기획관은 검찰에서 2010년 총무기획관실에서 보훈단체 지원금 예산을 누락해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국정원 자금 교부를 건의했다고 진술했다. 

    이 건의를 받아들인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전화했고, 김 전 기획관은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을 교부받아 보훈단체 지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前국정원장·기조실장 "김백준 진술 사실 아냐"

    김 전 기획관은 전임 김성호 국정원장 재직 시절인 2008년에도 이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아 청와대 예산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 ▲ 이명박 전 대통령. ⓒ박성원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박성원 기자
    김 전 기획관의 주장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나온 원 전 국정원장은 대통령으로부터 특활비 교부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 특활비를 받았다는 김 전 기획관과 특활비를 줬다는 원 전 원장의 진술이 엇갈린 것이다. 

    김주성 전 실장 역시 "내가 이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는 검찰 조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김백준 전 기획관에게 2억원을 건넨 사실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역시 지난해 10월 원 전 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김 전 기획관이 한 일이며 나는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자신의 결심공판에서도 "나는 국정원 돈을 갖다 쓴다고 하는 것에 대해 그런 개념이 전혀 없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은 "이 전 대통령이 모르게 특활비가 전달됐다고 하더라도 나중에라도 보고됐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놨다. 김 전 기획관이 무고하면서까지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리 없다는 논리다.

    다스 자금 횡령, 삼성 뇌물수수 '김백준 진술' 신빙성 의문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은 이 전 대통령의 재판과 이와 연관된 본인 재판, 원 전 원장의 재판에서 모두 신빙성을 의심받았다. 

    국정원 특활비 외에도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 이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와 관련한 핵심증인인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 총 아홉 번이나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모두 출석을 거부했다. 

    이를 두고 김 전 기획관이 증인신문에 나와 검찰에서 했던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김 전 기획관을 대상으로 한 법원 판결이 마무리되면서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실제로 수수했는지 사실 확인은 불가능하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다. 그는 수감 전 마지막 메시지로 "나를 구속할 수 있겠지만 진실을 가둘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