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총살' 공무원 아들 편지 공개…"대통령 약속에도 해경 발표에 무너져"
  • ▲ 북한 피격 공무원 A씨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 ⓒ이래진 씨 제공
    ▲ 북한 피격 공무원 A씨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쓴 편지. ⓒ이래진 씨 제공
    서해 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총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씨의 아들이 아빠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의 형 이래진(55)씨는 24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현대적선빌딩 앞에서 열린 A씨 추모 집회에서 A씨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A씨의 아들은 자필로 작성한 편지에서 "공부 잘 되냐고 물어보시던 아빠 전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해 본 적 없는데 아빠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자기들 편한 대로 말하고 판단한다"며 "아빠를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이 되는 사람은 아빠와 20년을 함께해 온 엄마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통스럽겠지만 아빠가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며 "대통령 할아버지가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했음에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증거로 내세우는 해양경찰의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만든다"고 했다. 

    앞서 해양경찰청은 지난 22일 "실종자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A씨의 아들은 또 "내가 살기 위해 힘없는 사람의 목숨 하나쯤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게 아빠가 남긴 숙제다"며 "아빠가 남긴 숙제를 큰아빠와 함께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A씨의 형 이래진 씨는 이날 "군의 오락가락 입장 번복과 해경의 부실 수사로 더 이상 값진 희생을 욕되지 하지 말라"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조속히 동생의 유해 송환과 공동조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