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도주 시나리오' 문건 만들기 전에 "청와대에 말해 막아보겠다" 대화… 중앙일보 보도
  • ▲ 텅 비어 있는 옵티머스 사무실. ⓒ뉴시스
    ▲ 텅 비어 있는 옵티머스 사무실. ⓒ뉴시스
    1조원대 펀드 사기 의혹을 받는 옵티머스자산운용 경영진이 도주 시나리오 문건을 만들기 직전 "청와대에 얘기해서 막아보겠다"며 '구명 로비'를 시도하려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중앙일보가 14일 보도했다. 이 경영진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아내에게 얘기해 사태를 무마시키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와 옵티머스 전직 간부 등에 따르면, 옵티머스 사내 이사 윤모(43‧사법연수원 41기, 현재 구속) 변호사는 지난 4월 "청와대에 있는 아내에게 얘기해서 사태를 막아보겠다"는 취지의 말을 경영진에게 했다. 윤 변호사의 아내 이모(36‧사법연수원 41기) 변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청와대에서 일하는 아내는…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출신 이모 변호사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지난 4월 무렵부터 자금 압박이 시작되자 5월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공개된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경영진 중 누가 사기행각을 주도했다고 검찰에 진술할지, 금융감독원 등을 포함해 어느 기관에 로비를 집중할지, 시간을 어떻게 벌고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문건에는 △회사 운영과 펀드 운용 등을 사외이사 윤모 씨가 주도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하자는 내용을 비롯해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도주하거나 △또 다른 펀드 수익금 등으로 전체 피해액을 줄인다는 등의 계획이 적혔다. 여기에 컴퓨터 파일과 폐쇄회로(CC)TV 장면 삭제 방안 등이 담겨 '커버 시나리오'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했다.

    해당 문건에 대해 옵티머스 전직 간부는 "환매 중단 사태를 예견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나 금감원을 통해 막아보겠다는 얘기가 나왔다"면서 "윤 변호사는 옵티머스 내에서 각종 서류 결재권을 갖고 있었다"고 중앙일보에 밝혔다. 지난 7월 기소된 옵티머스 경영진 측도 "윤 변호사가 당시 부인 얘기를 하고 다니는 걸 들었다"고 했다.

    해당 문건은 검찰과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5월 22일에 만들어진 것으로 옵티머스 사무실에 보관돼 있다가 지난 6월 23일 금감원 현장 검사에서 발견됐다. 이후 검찰은 이 문건을 지난 7월 옵티머스 경영진 일부를 기소할 당시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7월 윤 변호사의 부인인 이 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지만 정관계 로비를 직접 받았다는 증거를 밝히지는 못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까지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되지 않았다.
  • ▲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권 인사들의 연루설이 잇따르고 있는 옵티머스 자산 운용 비리에 대한 야당의 맹공이 이어졌다. ⓒ뉴데일리 DB
    ▲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여권 인사들의 연루설이 잇따르고 있는 옵티머스 자산 운용 비리에 대한 야당의 맹공이 이어졌다. ⓒ뉴데일리 DB
    이모 변호사 '셉틸리언' 최대주주… 여권 인사들과 연 쌓은뒤 靑 입성

    이 변호사는 옵티머스 지분 9.8%를 보유한 주요 주주인데도 이를 차명으로 숨기고 청와대에서 일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청와대 근무 직전인 지난해 3~10월 옵티머스가 무자본 인수·합병(M&A)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선박 부품 제조업체 해덕파어웨이에서 사외이사로 근무한 경력도 있다. 

    당시는 옵티머스가 해덕파워웨이 경영권을 얻은지 얼마 안되는 시점으로, 이 변호사는 자금세탁 창구로 의심받는 옵티머스의 자회사 '셉틸리언' 지분을 50%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옵티머스 전직 간부는 "자금을 움직이는 핵심이 아니면 시끄러운 회사의 사외이사를 맡지 않는다"며 "이 변호사가 남편(윤 변호사)을 옵티머스에 꽂아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고 해당 신문에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1년 4개월 간 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를 맡기도 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1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해 30억원을 옵티머스에 투자했으나 투자금을 모두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변호사는 2012년 대선 직전 발생한 국가정보원 직원 감금 사건으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김현 전 민주당 의원이 기소됐을 때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로 있던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에서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도 함께 일하며 청와대와 연을 쌓아왔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서울시 고문변호사와 국가정보원 법률고문,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심판위원을 맡기도 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3일 여야 합의를 거쳐 이 변호사를 증인으로 의결했다. 이 변호사는 오는 22일 금감원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