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전공의협, 파업 입장문서 '文 의료정책' 문제점 지적… "공공의료 재정·환경부터 개선해야"
  • ▲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소속 의사들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소속 의사들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총파업 궐기대회'를 갖고 있다. ⓒ박성원 기자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공공의대 설립 등 주요 의료정책을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하려는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현 상황에서 공공의대를 만드는 것은 '밑 빠진 독에 세금만 들이붓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정부가 공공의료에 따른 재정·환경개선부터 지원하면서 철저한 재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최근 '파업의 변'이라는 성명을 내고 "코로나19로 모두가 역량을 모으고 있는 시기에 정부는 공공의대 설립, 힌의원의 첩약 급여화 같은 의료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위기상황이 종식된 후 (의료정책) 논의를 진행하기를 희망했으나 정부는 이를 계속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의사 파업이라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정부는 지금 진행 중이던 정책의 일시 유보 의사를 겨우 표명했다"며 "전공의들은 정책 단순 보류가 아닌 철저한 보완과 재논의를 정부에 요구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일터를 떠나고자 한다"고 파업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에 정책 보완과 재논의 요구… "무거운 마음으로 일터 떠난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으로 과중한 업무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지는 삼성서울병원 케어기버(caregiver)들과 진료와 검사·치료 지연으로 걱정하는 환자, 보호자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의료계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첩약 급여화 ▲비대면진료 육성 등 정부의 4대 의료정책을 반대한다.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 없이 부실한 정책을 '밀어붙이기' 식으로 추진하는 정부의 행태가 문제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협의회는 공공의대 설립의 경우 '공공의료 개선'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재까지 제시된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추진하면 국가 재정만 투입될 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대 설립 추진은 곧 부실 의대 양성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의대를 세우려면 기초교수와 임상교수들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제시한 적이 없다"며 "인력 확보도 문제지만 수련병원 확보가 더 큰 문제다. 부족한 의대 설립 계획으로 실제 폐교한 서남의대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 공공의대 설립 구체적 계획 없다" 

    과거 대만과 일본의 공공의대정책 실패 사례도 들었다. 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대만은 1975년 양명의대라는 이름으로 공공의대를 도입했으나 의무복무 기간이 끝난 후 16%만 연고지에 남았다. 1988년 자비 부담의 일반학생 입학을 허용한 이후 최근에는 학생 대부분이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자비 교육생으로 바뀌었다. 

    일본은 자치의대로 공공의대 제도를 도입했지만, 정원 미달 현상이 발생하고 의무복무 규정을 지키지 않는 비율도 증가했다. 

    이들은 공공병원, 기피과의 의사 부족 문제는 단순히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환경적 지원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병원 입장에선 수가가 낮아 충분한 의사를 뽑지 못하고 적자를 피하고 있다"며 "고난이도 중증환자 수술을 맡는 의사들은 업무에 허덕이지만 병원의 적자는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인구당 의사 수 증가 속도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WHO 보고서 등에서도 의사가 부족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나라로 분류된 반면 정부의 GDP 대비 의료비 투자는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의료, 기피과에 관한 재정적·환경적 개선 없이 공공의대 설립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밑 빠진 독을 막지 않고 세금만 들이붓는 격"이라며 "어떤 경위로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업무를 다하지 못하고 파업이라는 최후의 방법에 이르게 됐는지 한번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