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8년 감사원 네 차례 감사 결과 '보 순기능' 입증… 금강 공주보, 2018년 농업용수 부족 사태 막아
  •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인사들과 함께  경기도 이천의 수해 현장에 방문했다. ⓒ권창회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인사들과 함께 경기도 이천의 수해 현장에 방문했다. ⓒ권창회 기자
    4대강에 설치된 '보'가 이번 홍수 피해를 키웠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은 사실일까.

    올여름 기록적 장마로 인한 폭우 피해와 관련 정부·여당은 4대강사업으로 설치된 보(洑) 때문이라며 '이명박 정부 탓'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오히려 4대강사업으로 홍수와 가뭄 피해가 줄었다고 반박하며, 정부·여당의 주장을 일종의 '정치 공작'이라고 지적했다.

    4대강사업은 이명박 정부 때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 강에 보 16개와 댐 5개, 저수지 96개를 설치한 사업이다. 당시 정부는 4대강사업의 목적으로 △강바닥 준설 및 제방 보강을 통한 홍수 피해 방지 △보에 채운 물로 가뭄 대비 △수량 확보와 오염 물질 정화시설 확충으로 수질 개선 △자전거길 등 친수시설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밝힌 바 있다.

    감사원 "4대강사업, 홍수·가뭄 예방 효과" 결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물난리 이후 끈질기게 물고늘어지는 것은 보의 역할이다. 4대강 보 때문에 홍수 피해가 더욱 커졌고 수질 악화 등의 나쁜 영향도 끼쳤다고 주장한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민관 합동 조사단' 구성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주장과 달리 4대강사업이 홍수와 가뭄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감사원 감사로 이미 입증된 바 있다. 감사원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총 4차례의 감사를 실시했는데, 첫 감사에서 4대강 보가 제 역할을 한다는 게 입증됐다.

    2011년 1월27일 발표된 1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실태'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감사 결과, 공사비 낭비와 무리한 공사기간 단축 등이 지적됐으나, 전반적으로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 등에 4대강사업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여권과 환경단체의 "보가 홍수를 키웠다"는 주장은 1차 감사 때부터 거짓으로 판명된 사실이었던 것이다.

    2차 감사(2013년 1월17일 발표)에서는 보의 물 관리를 일반 하천의 BOD(생화학적산소요구량)를 기준으로 관리해 수질 상태가 왜곡됐다는 지적만 나왔다. 같은 해 7월10일 발표된 3차 감사에서는 수질이나 홍수 피해 등과 관련한 감사가 아닌 시공 입찰 과정을 대상으로 한 감사가 이뤄졌다.

    4차 감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에 시작돼 2018년 7월4일 발표됐다. 감사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4대강사업의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홍수 피해와 가뭄 예방 등 보의 실제적 기능과 역할에 관한 감사는 2011년 단 한 차례만 이뤄진 것이다.

    "준설로 물 저장량 많아지면 홍수 피해 줄어드는 건 당연"

    지방의 한 대학 토목공학과에 재직 중인 A교수는 "보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작업을 해야 한다"며 "이 작업으로 인해 강물 저장량이 많아지면 홍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게 당연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 농민들이 가뭄 피해를 우려해 달성보 개방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어놨다. ⓒ뉴데일리 DB
    ▲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 농민들이 가뭄 피해를 우려해 달성보 개방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걸어놨다. ⓒ뉴데일리 DB
    이 교수는 "감사원 조사조차 1차 조사 이후 제대로 된 게 없는데 무슨 근거로 보가 홍수 피해를 유발했다는 거냐"며 "토목공학과 수문학에 정치적 프레임을 덧씌워 사실을 호도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4대강 보가 가뭄 피해를 막은 사례도 있다. 2018년 8월 충남 예산군 신양면 차동리는 짧은 장마와 폭염으로 인해 농업용수가 크게 부족했다. 이 지역의 주요 수원(水源)인 예당저수지는 당시 저수율이 29.8%로 전년(65.7%)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예당저수지의 갈수(渴水)로 농가의 피해가 예상되자 차동리에서 22㎞ 떨어진 금강 공주보에 저장된 용수를 긴급 활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금강 공주보는 4대강사업이 이뤄져 차동리에 공급할 용수가 충분히 저장된 상태였다. 이 덕분에 차동리 주민들은 다행히 가뭄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보는 홍수 예방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저장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해 가뭄 피해를 예방하기도 한다. 보는 원래 농경지에 물을 대기 위해 물을 모아놓는 수리시설의 한 종류로 강바닥을 파고 둑을 쌓아 수위를 높이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가뭄 피해 예방한 '금강 공주보'… 선진국도 보 설치해 수질 관리

    평소에는 물을 가득 채워 일정한 수량(水量)을 유지하다 갈수기처럼 가뭄 피해가 예상될 때 보를 개방해 모아둔 물을 농경지 등으로 흘려보내 가뭄을 예방하는 데 쓰인다. 4대강 변에 위치한 농민들이 보 철거를 반대하거나 수문 상시 개방을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가뭄 피해 예방 때문이다.

    선진국들도 자국의 강에 여러 개의 보를 지어 수량을 유지한다. 나라별 보 현황을 살펴보면 △영국 템스강(길이 336㎞) 45개 △독일 라인강(1320㎞) 86개 △프랑스 센강(776㎞) 34개 △미국 미시시피강(3767㎞) 43개인 반면 우리는 4대강(1502㎞) 16개 등이다.

    A교수는 템스강을 예로 보의 순기능을 설명했다. 그는 "템스강은 1957년 '생물학적 사망선고'를 받은 바 있는데 하·폐수처리시설 정비사업을 통해 수질을 회복했다"며 "이 하·폐수처리시설을 정비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 템스강에 설치된 45개의 보"라고 강조했다.

    A교수는 이어 "영국 정부는 템스강에 설치된 45개의 보가 홍수·가뭄을 막아줬고 그 덕분에 하·폐수처리시설 정비를 손쉽게 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며 "템스강과 우리나라의 4대강처럼 인간이 손을 대기 이전부터 홍수·수질·가뭄 등 문제가 있었던 강과 하천은 인간이 손을 대서라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영국 템스강이 이런 수질 정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수질 관리의 교과서"라며 "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하천환경학 강의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들"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