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北 소행' 부정해 당시 국방장관이 고발… 北 비자금 2500만 달러 송금도 시도
  • ▲ 박선원 신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뉴시스
    ▲ 박선원 신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박선원 신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자질 논란이 불거졌다. 국정원 예산과 조직관리를 총괄해 사실상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핵심요직에 반미·친중 성향이 뚜렷한 사람을 기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386 운동권 출신인 박 실장은 반미 학생운동 조직인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투쟁위원회)에 위원장으로 몸담았고,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 배후인물로 지목돼 구속, 2년6개월의 실형을 살았다. 

    박 실장의 강한 반미 성향은 미국과 정보공조 및 휴민트(인적정보) 약화 우려를 낳는다. 대북 정보수집보다 대북 접촉에 더 많은 예산과 인원이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실장은 이미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낼 때 대표적 '자주파'로 분류돼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외교관료들과 자주 충돌한 바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은 그를 "제갈량이고 꾀주머니"라고 평가했다.

    박 실장은 2010년 민주당 '천안함 사건 진상조사특별위 자문위원' '국회 천안함 진상조사특별위 전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천안함 폭침의 북한 소행을 부정하고 선체 결함 때문에 침몰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장관은 그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했지만 법원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미국, 중국에 북한 땅 떼주려 해" 발언 파장

    또한 박 실장은 2010년 12월 "통일 한국이 되면 북한의 일부지역을 중국에 떼어줘야 한다"는 말을 미국 고위관계자에게 들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워싱턴 고위관계자가 "김정일 정권이 곧 망할 텐데, 한국이 북한을 다 접수하면 중국이 싫어할 테니 좀 떼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폭로한 것으로, 한미 간 불신을 조장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박 실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본격적인 친중 성향을 보였다. 그는 2017년 8월 북한 김정은의 '괌 포위공격훈련' 대처 방안으로 "중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드 가동을 당분간 중단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5개월 뒤 문 대통령은 그를 상하이총영사로 임명했다. 박 실장은 6개월간 총영사를 지낸 뒤 사임하고 귀국해 국정원장특보로 일하며 서훈 전 원장과 측근관계를 유지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과거 반미 학생운동 전력에 대한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도 한 적이 없는 그가 안보 중추기관으로 가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편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돌파구로 운동권 출신인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대북송금사건 관련자인 박지원 국정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박 실장에게 국정원 '금고지기'인 기조실을 맡긴 것은 정보기관의 정책방향을 정보 수집에서 대북 접촉으로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盧정부 때 북한 비자금 2500만 달러 송금 시도

    박 실장이 2012년 발간한 회고록 <하드파워를 키워라>에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외교·안보정책 관련 이야기가 자세히 실려 있다. 이 책에는 2007년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예치된 북한의 비자금 2500만 달러의 동결 해제를 위해 박 실장이 미국 재무부와 협상을 벌인 기록이 담겼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도 등장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북한이 동결 해제된 2500만 달러를 찾아가지 않자, 박 실장이 미 재무부의 지원하에 수출입은행과 한국은행을 동원해 문제의 25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하려 했다는 부분이다. 북한의 비자금 송금을 위해 우리 국책은행 두 곳을 중개 경로로 활용하려 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책 추천사에서 "박선원 박사는 진보적이고 진취적이면서도 실력을 겸비했다"며 "비로소 능력과 진보적 정신을 겸비한 안보정책 전문가를 가지게 됐다"고 소개했다.

    이후 문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박 실장은 외교·안보자문 역할을 맡았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의혹' 이 불거지자 박 실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도 안 했고, NLL 포기 취지의 발언도 한 적이 없다"며 문 대통령을 엄호하고 나섰다. 

    박 실장은 2017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 선대위 안보상황단 부단장을 맡아 외교·안보자문그룹 핵심인사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