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연설서 정부·여당의 실정 맹폭…野는 박수 與는 침묵
  • ▲ 주호영 미래통합당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박성원 기자
    ▲ 주호영 미래통합당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0회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박성원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문재인 정권은 '도덕적으로 파탄난 전체주의 정권'"이라며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 권력형 성범죄, 외교안보, 부동산정책, 윤석열 압박, '조국·윤미향 사태' 등 정부·여당의 실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에 통합당 의원들은 "잘한다"고 박수 치며 응답했고,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등을 돌리고 동료 의원과 잡담하는가 하면 지루하다는 듯 졸기도 했다.

    주호영 "與, 의회권력마저 장악하며 일당독재로 가"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 존재 이유는 행정부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대통령권력을 추종하는 것을 넘어 옹호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라며 정부를 향한 여당 내 쓴소리 부재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대통령권력과 지방권력, 사법권력과 언론권력, 심지어 시민사회권력까지 완벽히 장악한 상황에서 이제 마지막 남아있던 의회권력마저 완전 장악하고 돌격태세를 구축함으로써 일당독재, 전체주의 국가가 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윤미향·인국공·성추행 의혹 등 열거하기도 숨 차"

    '공정과 정의'를 내건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그 가치들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고도 비판했다. 문 정부의 '내로남불'식 부정부패를 지적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조국 전 장관 일가의 부정·비리와 그 수사 과정,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의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관리 및 단체 운영 실태와 그 수사 과정,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드러난 불공정과 기회 박탈, 안희정·오거돈·박원순 등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의 성추행 실상과 처리 과정, 이루 열거하기도 숨이 찰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국민들은 이 정권의 위선에 큰 배신감을 느끼고, 들 나도 당당한 몰염치에 분노하고 있다"며 "공정과 정의를 비롯한 가치들은 그저 정권을 잡기 위한 구호에 불과했던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또 권력형 성범죄의 진실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초당적 특별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의 잇따른 성추행 의혹과 관련,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을 무려 4년이나 지속했다는 고소 내용도 경악스러웠지만, 사과도 설명도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도 큰 충격이었다"고 전제한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를 옹호하고 피해 여성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위한 특위 구성"을 제안한 주 원내대표는 "안희정 전 지사, 오거돈 전 시장과 박원순 전 시장까지 이어졌던 권력형 성범죄를 더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권을 향한 수사를 시작하자 정부·여당에서 압박을 가한다고도 비난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권력실세인 조국 전 장관, 울산시장선거 개입 등의 수사를 이어가자 여권은 돌변해 윤 총장을 나쁜 검사로 만들고 쫓아내기에 급급하다"며 "추미애 장관은 연일 윤 총장을 찍어 누른다. 우리의 약점을 건드리는 자는 누구든지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부동산대책, 文 사과하고 김현미 경질해야"

    주 원내대표는 특히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등 관계자들의 경질을 요구했다. 정부가 22번의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차도를 보이지 않는 만큼 관련자를 향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민들은 열심히 벌어서 내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이 평생의 꿈인데, 집값은 급등하고 대출은 막아 놓으니 '이생집망'(이번 생에 내 집 마련은 망했다)이라고 절규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따져 물은 주 원내대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조차 모르는 김현미 장관과 경제팀을 조속히 경질하고 대통령이 직접 국민께 사과해야 하지 않나"라고 주문했다.

    외교·안보분야에서는 정부의 굴종적 대북정책의 선회를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3년간 이 정권은 평화 프로세스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온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며 "하지만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북측의 입에 담을 수 없는 조롱과 모멸로 그 허상(虛像)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고 비판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 연설인데…與 의원 등 돌리고 졸기까지

    이날 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은 약 30분간 진행됐다. 주 원내대표는 연설에서 의석 수 차이에서 오는 열세를 만회하고 국민에게 직접 호소한다는 전략에 따라 상임위원장 독식, 부동산정책, '조국·윤미향 사태' 등 정부·여당의 실정을 폭넓게 다뤘다. 

    통합당 의원들은 38번의 박수로 연설에 화답하며 중간중간 환호와 함께 "잘한다" "맞습니다"라고 외쳤다. 연설이 끝나자 통합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주 원내대표를 맞았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꼼짝 않고 연설을 지켜봤다. 다만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주 원내대표의 연설 시작과 동시에 등을 돌린 채 뒤에 앉은 동료 의원과 얘기를 나눴으며,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연설이 지루하다는 듯 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