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 등 무죄 대법 판단 따라 원심 30년 대비 10년 줄어… "대통령으로 책무 못하고, 국정 혼란 연출"
  • ▲ 박근혜 전 대통령. ⓒ뉴데일리 DB
    ▲ 박근혜 전 대통령. ⓒ뉴데일리 DB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8) 전 대통령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보다 형량이 10년 줄었다. 강요죄 성립을 엄격하게 본 대법원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일부 강요 혐의가 무죄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10일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에서 뇌물 혐의에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원을, 뇌물 외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35억원을 명령했다. 

    2017년 10월 구속기간 연장에 반발해 모든 재판을 보이콧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기일에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했다.

    뇌물 징역 15년·직권남용 등 징역 5년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피고인이 대통령으로써 헌법상 책무를 다하지 못했고,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국정에 커다란 혼란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원하는 바는 아니었겠으나 정치권은 물론 국민 전체에 걸쳐 여러 가지 분열과 갈등 대립이 격화됐다"며 "그로 인한 후유증과 상처가 아직도 회복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고 이런 점에 비춰 그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여겨진다"고 부연했다. 다만 "범죄로 인해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액은 별로 없다고 보여진다"며 "이 점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고인이 이 건으로 정치적으로는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오늘 선고 외에 공직선거법 위반 징역 2년의 선고가 이미 나왔다는 점과, 집행이 종료되는 시점에서의 피고인의 나이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최서원(64·개명 전 최순실) 씨 등과 공모해 대기업들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할 것을 요구하고, 삼성으로부터 최씨의 딸 정유라(24) 씨의 승마 지원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17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과 관련해서는 징역 2년을 확정받은 상태다.

    대법원 "뇌물 혐의 분리 선고… 일부 강요죄 성립 안 돼"

    1심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고, 2심은 일부 뇌물 혐의를 추가로 유죄로 인정해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으로 형량을 늘렸다.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5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공직선거법에 따라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분리 선고돼야 한다며, 원심에서 병합해 선고한 뇌물 혐의를 별도로 판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또 기업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요구한 행위를 강요죄로 본 원심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강요죄가 성립될 만한 '구체적 해악의 고지'가 없었다는 취지다. 

    아울러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국정원 특활비 중 2016년 9월에 받은 2억원은 뇌물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한편 이날 선고 이후 방청석과 중계법정 등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이게 재판이냐" "조국이나 잡아가라"고 소리지르면서 법원 내에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우리공화당은 법원 앞에서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받은 최서원 씨는 지난달 재상고심에서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63억3676만원을 확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