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지시 거부하고 감찰 수용·권한쟁의심판 청구·지시 수용… "'강공' 추미애, '믿는 구석' 있나" 지적도
  •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마찰을 빚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8일 "하루만 더 기다리겠다"며 윤 총장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결국 '강 대 강(强對强)' 대결로 가겠다는 것인데, 법조계에서는 이에 따른 윤 총장의 선택지를 크게 3가지로 본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거부하고 법무부 감찰을 받거나 △권한쟁의심판으로 맞서거나 △지시를 수용하고 사퇴하는 방법이다.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공세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추 장관은 이날 오전 법무부를 통해 성명을 내고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른 견해를 밝히라는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추 장관은 "공(公)과 사(私)는 함께 갈 수 없다.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다"면서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도 했다. 

    추 장관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도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 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이라고 썼다. 윤 총장을 지휘라인에서 배제한 자신의 수사지휘가 올바르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

    秋 "9일 오전까지" 최후통첩… 윤석열 선택은

    당초 검찰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지난 6일 검사장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후 곧 견해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윤 총장은 그러나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위법·부당하다"는 취지의 회의 결과만 법무부에 전달한 뒤 이날까지 사흘째 숙의를 거듭하는 중이다. 

    이를 두고 윤 총장이 법무부와 검찰이 정면으로 부닥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견해 표명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윤 총장이 논란을 키우기보다 신중한 태도로 시기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추 장관의 최후통첩으로 윤 총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우선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무부는 곧바로 감찰이나 징계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가 윤 총장의 지시 불이행을 검사 징계법상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판단한다면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아울러 오는 7월로 예정한 검찰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검사장회의에서 "윤 총장의 사퇴는 안 된다"는 검사장들의 의견이 모인 만큼, 법무부 조치에 반발한 검사들이 집단 사표나 항명으로 맞서는 '검난(檢亂)'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윤 총장 감찰 가능성과 관련 "지금 시점에서는 말씀 드릴 것이 없다"고만 말했다.

    윤 총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재판소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에 권한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다툼이 생긴 경우 헌법 해석을 통해 유권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다만 검찰총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인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마지막으로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다. 윤 총장이 '검찰주의자' 혹은 '원칙주의자'로 잘 알려진 만큼 추 장관의 지휘를 전면 수용할 가능성은 작다. 때문에 윤 총장이 지휘를 받아들이는 대신 사표를 낼 가능성도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이면서 "검찰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尹 권한쟁의심판 청구할 수도… '강공' 추미애, '믿는 구석' 있나

    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은 "수사지휘의 위법성 여부를 떠나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과 충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권한쟁의심판까지 간다 해도 둘 다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법원에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이 법조인은 "그동안 천정배 전 장관을 제외한 역대 장관들이 지휘권 행사를 엄두조차 내지 않은 것은 검찰청법 8조가 이런 큰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여론 악화를 무릅쓰면서 윤석열 찍어내기를 이어나가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청와대가 배후에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정치공세"라고 일축한 상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법무부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문서로 사전에 보고 후 청와대로부터 승인받았다는 사실을 저희가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윤석열 죽이기가 추 장관의 독단적 행동이 아니라 청와대의 배후조종과 협력에 의해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추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무리한 돌출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나름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럴 거다"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실은 저게 겉과는 다른 대통령의 속뜻이거나 아니면 청와대가 대통령 뜻과 무관하게 돌아가거나"라며 "청와대로부터 서면지시를 받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법무부도, 청와대도 명확한 답변을 피하는 모양"이라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