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지시 거부하고 감찰 수용·권한쟁의심판 청구·지시 수용… "'강공' 추미애, '믿는 구석' 있나"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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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권 발동'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마찰을 빚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8일 "하루만 더 기다리겠다"며 윤 총장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결국 '강 대 강(强對强)' 대결로 가겠다는 것인데, 법조계에서는 이에 따른 윤 총장의 선택지를 크게 3가지로 본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거부하고 법무부 감찰을 받거나 △권한쟁의심판으로 맞서거나 △지시를 수용하고 사퇴하는 방법이다.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공세를 이어가는 것을 두고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추 장관은 이날 오전 법무부를 통해 성명을 내고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윤 총장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른 견해를 밝히라는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추 장관은 "공(公)과 사(私)는 함께 갈 수 없다.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다"면서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도 했다.추 장관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도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 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이라고 썼다. 윤 총장을 지휘라인에서 배제한 자신의 수사지휘가 올바르다고 주장한 것으로 해석된다.秋 "9일 오전까지" 최후통첩… 윤석열 선택은당초 검찰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지난 6일 검사장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후 곧 견해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윤 총장은 그러나 "추 장관의 수사지휘가 위법·부당하다"는 취지의 회의 결과만 법무부에 전달한 뒤 이날까지 사흘째 숙의를 거듭하는 중이다.이를 두고 윤 총장이 법무부와 검찰이 정면으로 부닥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견해 표명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윤 총장이 논란을 키우기보다 신중한 태도로 시기를 보고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이날 추 장관의 최후통첩으로 윤 총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우선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법무부는 곧바로 감찰이나 징계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법무부가 윤 총장의 지시 불이행을 검사 징계법상 '직무상 의무 위반'으로 판단한다면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의 징계를 내릴 수 있다.아울러 오는 7월로 예정한 검찰 인사를 통해 윤 총장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검사장회의에서 "윤 총장의 사퇴는 안 된다"는 검사장들의 의견이 모인 만큼, 법무부 조치에 반발한 검사들이 집단 사표나 항명으로 맞서는 '검난(檢亂)'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법무부 관계자는 윤 총장 감찰 가능성과 관련 "지금 시점에서는 말씀 드릴 것이 없다"고만 말했다.윤 총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법도 있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재판소가 △국가기관 상호 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에 권한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다툼이 생긴 경우 헌법 해석을 통해 유권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다. 다만 검찰총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인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마지막으로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다. 윤 총장이 '검찰주의자' 혹은 '원칙주의자'로 잘 알려진 만큼 추 장관의 지휘를 전면 수용할 가능성은 작다. 때문에 윤 총장이 지휘를 받아들이는 대신 사표를 낼 가능성도 있다.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부장관은 "6·25는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으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에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이면서 "검찰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尹 권한쟁의심판 청구할 수도… '강공' 추미애, '믿는 구석' 있나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은 "수사지휘의 위법성 여부를 떠나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과 충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권한쟁의심판까지 간다 해도 둘 다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법원에 판단을 받겠다는 것이 코미디"라고 지적했다.이 법조인은 "그동안 천정배 전 장관을 제외한 역대 장관들이 지휘권 행사를 엄두조차 내지 않은 것은 검찰청법 8조가 이런 큰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일각에서는 추 장관이 여론 악화를 무릅쓰면서 윤석열 찍어내기를 이어나가는 데는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한다. 청와대가 배후에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정치공세"라고 일축한 상태다.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법무부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문서로 사전에 보고 후 청와대로부터 승인받았다는 사실을 저희가 파악했다"고 주장했다.주 원내대표는 "윤석열 죽이기가 추 장관의 독단적 행동이 아니라 청와대의 배후조종과 협력에 의해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말했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역시 "추 장관이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고 독단적으로 무리한 돌출행동을 계속하는 것은 나름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럴 거다"라고 말했다.진 전 교수는 "실은 저게 겉과는 다른 대통령의 속뜻이거나 아니면 청와대가 대통령 뜻과 무관하게 돌아가거나"라며 "청와대로부터 서면지시를 받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법무부도, 청와대도 명확한 답변을 피하는 모양"이라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