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 고무보트, 6월 4일 보트, 5월 23일 보트 모두 밀입국용…군 레이더에도 3회 포착"
  • ▲ 지난 4월 이후 태안반도 일대에서 발견된 중국발 밀입국용 보트. 왼쪽부터 4월 20일, 5월 23일, 6월 4일 발견된 것이다.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4월 이후 태안반도 일대에서 발견된 중국발 밀입국용 보트. 왼쪽부터 4월 20일, 5월 23일, 6월 4일 발견된 것이다. ⓒSBS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5일 충남 태안반도 해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가 5월 23일 발견된 모터보트, 4월 20일 발견된 고무보트처럼 밀입국용인 것으로 밝혀졌다. “4월 20일 발견된 고무보트는 바다에 나간 적이 없다”던 해양경찰(이하 해경)의 설명은 거짓말이 됐다.

    합참 “4월 고무보트, 당시 레이더에 3번 포착”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4월 20일 의항 해수욕장 해변에서 발견된 고무보트가 5월 23일 인근에서 발견된 1.5톤급 모터보트와 같은 루트로 밀입국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5일 설명했다.

    합참에 따르면, 중국인 밀입국자 5명은 4월 18일 오후 5시께 중국 산둥반도 웨이하이 항을 출발, 19일 오전 10시께 일리포 해안에 도착해 4명은 내린 뒤 마지막에 남은 사람이 인근에 고무보트를 유기하고 도주했다. 이 보트는 20일 오후 2시 45분 인근 주민에게 발견됐다.

    지난 5월 23일 중국인 밀입국자들이 탄 모터보트가 발견된 뒤 합참은 전투준비태세 검열단 10명을 태안반도로 보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모터보트는 해안 레이더에 3회, 해안복합감시카메라에 6회, 열영상감시장비(TOD)에 3회 포착됐다. 하지만 육군 제32사단 98연대 해안대대(이하 해안대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합참은 이후 4월 20일 발견된 검은색 고무보트에 대해서도 검열단 8명을 보내 조사했다. 검은색 고무보트는 4월 20일 오전 7시 30분부터 해안 레이더에 3회 포착됐다. 당시 TOD는 일시적으로 고장이 난 상태였다. 해안복합감시카메라는 저장기간이 끝나 영상이 삭제됐다. 해안 대대는 또 ‘레저용 보트려니’하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합참 관계자는 설명했다.
  • ▲ 지난 4월 20일 태안반도 의항해수욕장 인근에서 발견된 고무보트. 당시 해경은 유실물이라고 판단해 이 같은 공고를 냈다. ⓒ해경 공개자료.
    ▲ 지난 4월 20일 태안반도 의항해수욕장 인근에서 발견된 고무보트. 당시 해경은 유실물이라고 판단해 이 같은 공고를 냈다. ⓒ해경 공개자료.
    해경과 군의 대응도 허술했다. 인근 주민이 “수상한 고무보트가 있다”고 112에 신고한 때는 20일 오후 2시 45분이었다. 경찰은 오후 4시 30분 해안대대에 연락했다. 해안대대 관계자가 해경과 함께 현장을 확인한 것은 오후 6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였다. 그리고 “대공 용의점이 없다” “CCTV 확인 결과 외부에서 들어온 배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경계 뚫린 것 아니다" 해경 해명 거짓으로 

    합참은 조사 결과를 설명하며 “경계에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이어 책임자에 대한 징계와 후속 대책을 약속했다. 그러나 해경은 “4월 20일 고무보트와 관련해서는 당시 있었던 자료로 알려 드린 것”이라고만 답했다.

    본지가 지난 5월 25일 검은색 고무보트와 관련해 “4월에도 서해안이 뚫렸다”고 기사를 냈을 때 해경은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서해안 경계가 뚫렸다는 말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군·경 합동으로 조사를 했고, 그 결과 대공 용의점이나 밀입국 가능성은 없는 것을 확인했다”며 “태안군청 CCTV를 봐도 고무보트가 바다에 나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해경은 당시 “최근 발견된 모터보트와 관련해서 ‘미확인 선박 및 불상자 신원 확보 관련 기존 수사 전담반’ 인력을 66명에서 74명으로 확대,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충남경찰청 지능수사대 전문가와의 공조를 통해 용의자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한 해경 관계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보트가 해안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 ▲ 태안 해경 추적팀에 검거된, 5월 23일 밀입국 중국인. 구속기소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태안 해경 추적팀에 검거된, 5월 23일 밀입국 중국인. 구속기소됐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대목에 대해서도 6월 5일 해경의 설명은 달랐다. “그때 보도 자료에서 밝힌 ‘기존 전담반’은 5월 23일 발견된, 밀입국용 모터보트를 수사하는 인력들을 말하는 것”이라며 “주인 없는 보트만 수사하는 전담반 같은 것은 해경에 없다”고 해경은 답했다.

    “그럼 현재 중부해양경찰청에서 관리 중인 ‘미확인 선박(주인 없는 보트)’는 몇 척이냐”는 질문에 해경은 “지방해경청은 별도 통계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태안해경만 놓고 보면 2018년에는 없었고, 2019년에는 3척이 있었다”고 답했다. 해경에 따르면, 3척 가운데 2척은 레저용 보트로 주인을 찾아줬고, 1척은 엔진이 없는 상태였으며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합참 “서해안 뚫렸다” 인정… 해경 “밀입국 없었다” 딴소리

    합참은 5일 중국인 밀입국용 보트를 막지 못한 것과 관련해 책임자들을 징계하고 향후 해안경계 체계를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중국인들이 야간에 소형보트로 출발, 주간에 서해안에 도착하는 식으로 밀입국 방식을 바꿈에 따라 대대급 UAV(드론)을 미확인 선박감시용으로 적극 활용하고, 해안복합감시카메라와 TOD 등 기존 감시체계 관리 철저, 운용 인력 확충, 연안 경비정 운용 강화 등을 약속했다.

    반면 이날 해경은 브리핑에서 “4월 20일 발견된 고무보트는 당시 야간 불법 잠수용 선박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만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태안군 일대에서 중국인 밀입국 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으며, 2009년 어선을 통한 밀입국이 있었다”고 해경은 밝혔다. “태안반도 일대에서는 소형 보트를 이용한 밀입국이 없었던 것으로 알라”는 뜻으로 읽혔다.

    한편 해경은 5일 오후 5시 무렵 태안해양경찰서장 하만식 총경을 직위 해제하고, 6일 부로 서해5도 특별경비단장 윤태연 총경을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