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1968·1979년의 무력감 재연… 복합적 위기상황 뒤에는 반드시 정권교체 있었다"
  • ▲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시위사태에 대한 대국민연설을 한 후 경호원들과 함께 밖으로 걸어 나와 인근에 있는 유서깊은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 서서 성경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0.06.02
ⓒ뉴시스
    ▲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시위사태에 대한 대국민연설을 한 후 경호원들과 함께 밖으로 걸어 나와 인근에 있는 유서깊은 세인트 존스 교회 앞에 서서 성경책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0.06.02 ⓒ뉴시스
    조지 플루이드 사망 이후 미국 전역에서 폭력사태가 일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 투입을 예고했고, 미국 내 보수언론은 폭도들이 정부를 전복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사태 잠재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우한코로나와 대규모 실업에 직면했던 미국에서 폭동까지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럴드 사이브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위원은 1일(현지시간) "많은 충격이 한꺼번에 가해지면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된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사이브는 우한코로나, 대규모 실업, 폭력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며 미국인들이 '무력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 역사적 사례에 비추어볼 때, 미국에서 현재와 같은 복합적 위기상황이 발생한 뒤에는 반드시 정권교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WSJ "대규모 복합위기 뒤에는 반드시 정권교체"

    사이브는 먼저 "경찰이 흑인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미국 전역에서 시위와 약탈이 확산했다"며 "백년에 한 번 있는 감염병 유행, 대공황과 유사한 경기침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최근 미국 상황을 평가했다. 

    이어 "위기가 진행 중이어서 이들 상황이 현상유지 형태로 사라져버릴지, 정치·사회적 구조를 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다만 여러 방향에서 발생한 충격이 누적되면 미국인들은 새로운 길을 선택할 수 있다"며 1968년 베트남전쟁과 1979년 이란 인질사태 등을 예로 들었다. 

    1968년 초 북베트남 군대와 베트콩이 펼친 '구정 대공세'에 맞서 미국은 곧바로 반격에 성공해 군사적 우위를 되찾았지만, 전쟁비용으로 인한 미국인들의 불만은 점점 높아졌다. 

    그보다 앞선 1967년에는 이른바 '1967년의 길고 무더운 여름'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폭동이 미국 전역에서 발생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디트로이트에는 공수부대가 투입될 정도였다. 또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그리고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의 암살도 역시 1968년의 일이었다. 존슨 당시 대통령은 그해 대선 출마를 접고 재선을 포기했다. 사이브는 이때 미국인들이 느낀 감정을 '무력감'이라고 표현했다.

    1968년 베트남戰, 대규모 폭동요인 암살 등에 '무력감' 

    1979년에도 미국인들의 '무력감'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전 세계적 석유파동으로 원유값이 급등하며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설상가상으로 그해 이란 테헤란 주재 미국대사관은 시위대의 습격을 받아 52명의 미국 외교관이 444일간 억류당했다. 미국 내에서는 카터 당시 대통령의 리더십에 회의감이 커졌고, 1980년 대선에서 카터 대통령은 레이건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사이브는 1968년과 1979년 모두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미국인들에게 '무력감'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 경제적 불평등과 인종차별이란 감정이 결합해 정치적 좌경화로 이어질 것 같다"며 "지금은 존재감이 없는 바이든도 11월이 되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79년, 석유파동과 이란 인질사태 때도 '무력감'

    사이브는  "현재 미국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차원적 위기로부터 자신들을 구제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고, 반대로 코로나 대응이 비효율적이었고 국민의 분노와 양극화에 따른 분열을 통합하는 능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조만간 둘 중 하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칼럼에 달린 댓글은 사이브의 분석과 정반대의 주장을 담은 것이 많았다. 한 미국 네티즌은 "지금은 트럼프의 순간"이라며 "진보성향의 주지사와 시장들은 경찰력을 제대로 운용하지도 못하고 시민들이 자신의 공동체를 불태우는 것을 만류하지도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것은 진보운동의 실패다. 11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진보주의자들에게 나라 운영을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