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에 대한 제안
  •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빌딩에서 '제21대 국회에 대한 제안'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 조영종 수석부회장, 류세기 협의회장이 참석했다. 
  •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이다.
    정파‧이념 초월한 제21대 ‘교육국회’ 촉구 기자회견문

    제21대 국회가 5월 30일 개원합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대의기관이자 입법기관으로서 국회가 앞으로 화해와 협력으로 국가 발전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교육계 역시 제21대 국회가 올바른 입법을 통해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열어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교육에는 좌우, 진보‧보수가 따로 없고, 또한 있어서도 안 됩니다. 교육이 정치에 휘둘려 좌우되고, 학교가 실험정책에 시달려서는 미래 교육에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습니다. 제21대 국회는 정파와 당리당략을 초월해 오로지 교육본질에 따라 학생의 성장과 대한민국 교육을 고민하는 ‘교육국회’가 되길 바랍니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한 헌법을 수호하고,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하는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특히 제21대 국회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을 함께 극복해야할 막중한 책무 또한 있습니다. 현재 교원들은 대면‧원격수업을 병행하면서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활동, 생활지도에 헌신과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학생‧학부모의 희생과 배려, 교육당국의 지원, 국민들의 격려가 모여 시련을 헤쳐 나가고 있습니다. 위기를 넘어 교육 정상화와 도약을 향한 그 발걸음에 국회가 함께 협력해야 할 때입니다. 이에 한국교총과 17개 시도교총은 제21대 국회의 개원을 앞두고 다음과 같은 입장과 제안을 밝힙니다. 

    9월 신학년제를 논의할 범국가적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합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9월 신학년제에 대한 청와대, 교육부, 교육감의 엇갈린 입장이 산발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 극복에 여념 없는 학교와 국민에게 혼란과 갈등만 부추길 뿐입니다. 감염병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9월 신학년제를 조급히 논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9월 신학년제는 장‧단점을 면밀히 따지고, 교육과정‧학사‧입시‧채용 일정 등 사회적 시계가 달라지는 것까지 고려해야 하는 거대한 사안입니다. 따라서 9월 신학년제가 진정 교육적‧사회적으로 필요한지, 그 실익을 따져 중‧장기적으로 논의하고 도입 여부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부터 형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정부, 국회, 교원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국가적 협의기구를 추후 구성할 것을 제안합니다. 

    취약계층 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교육복지기본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 과정에서 우리는 특수‧다문화‧농어촌‧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학생들의 디지털 격차와 교육 불평등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평상시보다 비상시에 더 교육 사각지대를 건너게 하는 ‘희망 사다리’가 필요함을 절감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특수‧다문화‧탈북 학생 등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은 제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법적 성격의 법률 제정을 통해 정책의 일관성‧체계성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감염병 등 비상시까지 염두에 두고 취약계층 학생의 온라인 수업을 위한 태블릿PC 제공, 학습보조 인력 지원 등을 강화하고, 학교지원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칭 교육복지기본법 제정을 통해 더 튼튼한 ‘교육 희망 사다리’가 복원되도록 힘써 주십시오.   

    과열 입시와 산업인력 수급 불균형 해결을 위해 가칭 ‘임금차별금지법’ 제정을 요청합니다. 
    역대 정부와 교육당국은 과열 입시경쟁 완화,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해 많은 대책을 추진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학벌주의 사회와 학력 간 임금 격차가 공고한 노동시장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대학 입시에만 매몰돼 교육과 노동의 고질적인 미스매치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대학진학률은 70%에 달해 평균 30~40%인 OECD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특성화고 학생들이 주로 진출하는 중소기업(231만원)과 대기업(501만원)의 월평균 소득은 2배 이상 벌어지는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GDP의 30%를 차지하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제조업은 청년층의 기피로 숙련기술자의 50대 이상 고령화가 가속화돼 경제의 근간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진학교육과 별도로 직업교육이 확대되고 활성화되는 ‘투트랙 교육체제’로의 체질 개선이 절실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고교를 졸업해 경력을 쌓으면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업무나 임금에서 차별받지 않아야 합니다. 이번 제21대 국회가 가칭 ‘임금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노동시장의 학력차별과 입시 경쟁을 해소한다면, 교육 정상화는 물론 산업인력 선순환구조의 능력중심사회도 반드시 실현될 것입니다. 

    청와대 교육수석비서관 부활에 협력해 주십시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며 국가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그러나 그간 대입제도를 비롯한 자사고 일반고 전환,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등 각종 교육정책에서 당‧정‧청 간 혼선이 빚어지고, 여론에 떠밀려 유예‧철회되는 혼란을 겪었습니다. 한마디로 갈등 조정능력과 리더십 부재를 드러낸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정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정무적으로 판단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국회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교육위원회를 분리한 것처럼 책임 있는 교육을 위해서는 청와대 교육수석비서관이 반드시 부활돼야 합니다. 현 정부가 사회수석 산하 교육비서관으로 격하시킨 교육수석이 다시 부활되도록 국회가 협력해 주십시오. 

    교실 정치화 방지와 학생 보호를 위해 18세 선거법 보완입법에 나서 주십시오. 
    지난 제20대 국회는 교실 정치장화 방지와 학생 보호 방안조차 없이 소위 ‘만18세 고3 선거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 고3 학생의 교내 정당활동, 선거운동을 전면 허용하고, 각 당 후보자가 학교에서 명함 배부, 연설 등을 할 수 있게 해 놓고도 이로 인해 초래될 학교 정치‧선거장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및 선거법 위반 피해를 예방할 대책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법 통과 2주만에 중앙선관위가 학교 정치화 및 학습권 침해 방지를 위한 재개정을 국회에 요청하는 부끄러운 일까지 있었습니다. 4‧15 총선이 끝났지만 당선자의 3분의1이 선거법 위반으로 입건‧수사 선상에 올라있습니다. 당장 내년 4월7일 재보궐선거가 있습니다. 서둘러 보완입법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교실의 정치장화를 막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데 제21대 국회가 나서 주십시오. 학교에서는 정당활동과 선거운동을 엄격히 제한‧금지하는 공직선거법, 정당법 개정에 나서 주십시오.

    오늘의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은 무엇보다 교육의 힘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선거 도구도, 선거의 전리품도 결코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치적 지평에 따라 교육이 뒤바뀌고, 좌우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학생과 교육의 미래도, 대한민국의 미래도 암울합니다. 제21대 국회는 정파와 이념을 초월해 올바른 교육 입법으로 학교를 되살리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진정한 ‘교육국회’가 되기를 전국 56만 교육자와 함께 요청합니다.   

    마지막으로 기자님들께 간곡한 호소 말씀 드립니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코로나19 감염 학생과 교직원이 발생해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그렇기에 학교와 교원들은 한층 더 철저한 방역활동에 불철주야 헌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감염 피해를 입은 학생과 학교에 대한 지속적이고 여과 없는 정보 노출로 낙인‧비난이 이어지는 등 2차 피해가 매우 우려됩니다. 이들 학교와 학생은 결코 낙인‧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누구보다 가슴 아픈 피해자임을 먼저 생각해 주십시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루속히 학생이 건강을 되찾아 학교로 돌아오고, 학교가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하는 일입니다. 감염 학생과 학교가 상처를 딛고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실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2020년 5월 28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및 전국 17개 시‧도교원단체총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