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수요집회 참석한 시민단체들, 정의연 옹호하고 검찰·언론 규탄… 보수단체 "수요집회 중단" 맞불집회
  • ▲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1441번째 '수요집회'를 열었다. ⓒ정상윤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1441번째 '수요집회'를 열었다. ⓒ정상윤 기자
    "보수단체의 무차별 고소·고발에 슬픔의 시간 보냈다. 언론도 정의연을 물어뜯고 할퀴고 아물 길이 없는 상처 내기에 바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92)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회계부정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1441번째 '수요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정의연 옹호와 검찰·언론 규탄이 이어졌다.

    시민단체 '전국여성연대'가 주관한 이날 수요집회에는 '조선·동아 폐간을 위한 무기한 농성단'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평화나비 네트워크' 등 각종 시민단체와 일반인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후 첫 집회인 탓에 취재진과 유튜버 수십 명이 몰리기도 했다.

    주관 단체, '위안부운동'보다 정의연 옹호에만 '집중'

    수요집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 및 인권회복을 위해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정기집회다. 그러나 이날 수요집회는 원래의 목적보다 최근 불거진 정의연을 향한 각종 의혹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정의연은 언론 보도와 검찰의 압수수색에 따른 비판적 심정을 위주로 털어놨고, 참가자들은 정의연 옹호와 언론을 향한 적개심만 내비쳤다.

    다만, 수요집회를 처음 시작한 김문숙 한국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장이 언론을 통해 "수요집회는 모금회로 변질됐다"고 비판한 것을 인식했는지, 이날 집회에서는 모금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지난 한 주는 고통과 좌절, 절망과 슬픔의 시간이었다"며 "보수단체의 무차별 고소·고발에 20~21일 양일간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몸이 편치 않으신 길원옥 할머니가 계시는 마포 쉼터에까지 (검찰이) 들이닥쳤다"며 "외부 회계 검증 절차를 추진하며 감사자료를 준비하는 중이었고, 자료를 임의제출하기로 검찰과 합의한 터라 (압수수색에) 충격과 서글픔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언론을 향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단독이라는 이름하에 왜곡·짜집기·편파보도가 쏟아졌다"며 "SNS에는 온갖 막말과 가짜뉴스가 넘치며, (정의연을) 물어뜯고 할퀴고 아물 길이 없는 상처 내기에 급급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부디 더이상의 억측과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달라"며 "사무실과 주차장을 점유하고 따라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등의 행동을 언론은 그만해달라"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25일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관련 의견도 냈다. 그는 "이용수 인권운동가의 기자회견을 안타까운 심경으로 지켜봤다"며 "마음이 아프고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깊은 고통과 울분, 서운함의 뿌리를 우리 모두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피해자의 고통이 지금도 해소되지 않고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을 돌아보며 재점검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했다. 

    이 할머니에게 사과하지만 회계 부정등 의혹에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운영의 미숙함으로 물타기하는 듯한 취지로 읽혔다.

    정의연, 검찰·언론 규탄하자… 참가 단체들 정의연 감쌌다

    이날 수요집회에 참여한 각 시민단체들과 일반 참가자들은 위안부 문제 해결보다 정의연을 감싸기에 급급했다.

    구로여성회 이근미 대표와 경기자주여성연대 이은정 대표는 참가자들을 대표해 성명을 낭독했다. 이들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발언으로 정의연의 과거와 도덕성이 의심받고 있다"며 "운동의 자성과 변화를 요구한 피해자 목소리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진실을 외면하고, 피해자들의 아픈 역사를 짓밟고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가공돼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화살은 평생을 헌신해온 윤미향 활동가와 정의연 운동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재외동포들의 정의연 지지 선언 비디오 등을 틀어놓거나 3분 안팎의 짧은 공연을 하기도 했다. 수요집회 시작 전에는 "언론개혁" "조중동 폐간"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한편 인근에서는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자유연대 등의 보수단체들이 정의연 및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정의연 전 이사장)을 규탄하는 맞불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집회에 참여한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소녀상을 철거하고 수요시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