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날치기' 문 열어준 당사자… "선거개혁 완전 실패" 뒤늦게 180도 입장 선회
  • ▲ 문희상 국회의장.ⓒ이종현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종현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21대 총선에서 등장한 비례위성정당과 관련 "야당은 어쩔 수 없다지만 여당은 절대 해선 안 될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지난 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상적인 선거제는 아니지만 나로서는 긍지가 있었는데, 현재의 운영방식은 오히려 '빠꾸(후퇴)'한 거다. 양당제도가 더 강화된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명분보다 실리를 챙기기 위해 더불어시민당을 탄생시킨 것을 강하게 질책한 것이다. 

    '4+1' 법안 날치기 돕더니…"누더기 선거법 고쳐야"

    문 의장은 그러나 민주당이 지난해 말 범여권 연합인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로 공직선거법 등 쟁점법안을 밀어붙일 당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합의가 없었는데도 본회의를 열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장본인이다. 

    그런 문 의장이 이제 와서 여당을 향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문 의장은 인터뷰에서 비례위성정당 탄생과 관련해 불만을 여당에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할 필요가 없었다. 자기네들이 먼저 하니까. 이유는 하나다. 명분과 실리 중 실리를 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고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야는 어쩔 수 없이 파트너다. 공동운명체다. 다시 양당체제가 돼 희희낙락하다가는 둘 다 망한다"고 말했다. 각 당이 실리를 챙기며 누더기가 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를 여야 합의를 통해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文, 검찰개혁 실패 때문에 노무현 사망했다고 생각

    문 의장은 검찰을 향한 문재인 대통령의 시각과 관련 "자책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성공 못해서 결과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는 자책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 임명에 반대했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서는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문 수석을 임명하면서 '내 말이 맞을 테니 이건 내 말 들으세요'라고 잘라 말했다. 나는 '눈초리가 너무 선하다. 백면서생인데 독기를 갖고 해도 될까 말까 한 일'이라고 반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범여권의 연합으로 탄생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성패는 "초대 공수처장을 어떻게 임명하느냐에 달렸다"며 "전폭적으로 (진보·보수) 양쪽의 신뢰를 받는 사람으로 인선을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 선거개혁은 완전한 실패"

    이달 임기를 종료하는 20대 국회를 향해서는 "제도화에는 실패한 국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개헌을 했나. 개혁입법을 제대로 했나. 검찰개혁은 모르겠는데, 선거개혁은 완전한 실패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문 의장은 지난해 12월23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임시회 회기 결정안과 관련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신청을 거부하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비롯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수정안을 기습상정했다. 이후 같은 달 27일 본회의를 열었다. 

    당시 한국당 의원들이 "역적 문희상" "역적 동탁" "선거법 날치기하면 안 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했지만, 문 의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본회의 개의를 선언 후 곧바로 선거법 개정안 표결을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