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합지 '사전투표'에서 공교롭게 공통적으로 밀려… "의문 있지만 증거는 없어"
  •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2020.04.10ⓒ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 날인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2020.04.10ⓒ뉴시스
    보수 야권의 참패로 끝난 이번 4·15 총선에서 접전지 승부는 대부분 사전투표에서 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광진을, 중-성동을, 부산 남을, 인천 연수을 등 주요 접전지에서 미래통합당 후보는 15일 본투표에서는 이기고도 사전투표에서 큰 표차로 져 결국 패했다.

    서울 광진을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만4210표(득표율 50.3%)를 득표했다.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는 5만1464표로 47.8%를 득표했다. 광진을은 관외사전투표와 관내사전투표 등 본투표 이전에 행해진 사전투표에서 고 후보가 크게 앞섰고, 오 후보는 본투표에서 고 후보에게 앞섰다.

    오세훈, 본투표에서 고민정보다 5000표 더 많이 득표

    관외사전투표에서 고 후보는 6439표를, 오 후보는 4177표를 득표했다. 관외투표에서는 고 후보가 2262표 많았다. 관내사전투표에서는 고 후보가 1만9280표, 오 후보가 1만3659표로 고 후보가 5621표 많았다. 하지만 본투표에서는 오 후보가 3만3469표, 고 후보가 2만8276표로, 오 후보가 5193표 많았다.

    민주당 후보가 사전투표에서 선전해 최종적으로 승리한 지역구는 이곳 외에도 많다. 서울 중-성동을에서는 박성준 민주당 후보가 6만4071표, 지상욱 통합당 후보가 5만8300표를 얻어 박 후보가 승리했다. 이 지역 관외사전투표에서 박 후보는 7310표를, 지 후보는 4773표를 얻었다. 관내사전투표에선 박 후보가 2만3498표, 지 후보가 1만5541표였다. 하지만 본투표에서는 지 후보가 3만7673표를 얻어, 3만2954표의 박 후보보다 4719표 많았다. 

    김진태, 본투표에서 2000표 이상 이겨

    또 다른 접전지인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역시 김진태 통합당 후보가 허영 민주당 후보에게 본투표에서 앞섰지만, 사전투표에서 허 후보의 표가 더 많았다. 관외사전투표에서 허 후보는 6323표를, 김 후보는 3080표를 얻었다. 관내사전투표에서는 허 후보가 2만6263표, 김 후보는 1만7733표였다. 하지만 본투표에서는 김 후보가 3만6216표를, 허 후보가 3만4038표를 얻어 김 후보가 2178표 더 많았다.

    부산 남을에서도 사전투표가 최종 결과를 바꿨다. 이 지역에서는 박재호 민주당 후보가 이언주 통합당 후보를 1430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하지만 본투표에서는 이 후보가 3907표 앞섰다. 관외사전투표에서 박 후보는 4773표를, 이 후보는 2938표를 얻었다. 관내사전투표에서 박 후보는 1만3504표를, 이 후보는 1만97표를 얻었다. 반면 본 투표에서는 이 후보가 2만6438표를 얻었고, 박 후보는 2만2441표에 그쳤다. 

    이언주, 본투표에서는 3900여 표 더 많았다

    특이하게도, 부산 남을에 포함된 동에서 사전투표는 모두 박 후보에게 쏠렸다. 이 지역구는 남구 대연1동, 대연3동, 용호1동, 용호2동, 용호3동, 용호4동으로 구분되는데, 이 6개 동 사전투표 결과는 모두 박 후보의 우위였다.

    인천 연수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지역에서는 정일영 민주당 후보가 민경욱 통합당 후보를 2893표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 하지만 본투표에서는 민 후보가 3357표 많았다. 사전투표가 결과를 바꾼 것이다. 관외사전투표에서 정 후보는 6185표를, 민 후보는 4460표를 얻었다. 관내사전투표에서는 정 후보가 1만5797표를, 민 후보가 1만1335표를 얻었다. 반면 본투표에서는 민 후보가 3만3932표를 얻어, 3만575표에 그친 정 후보에 앞선 상태였다. 

    민경욱도 본투표에서는 앞서… 용산도 사전투표서 패배

    이곳 역시 동별 사전투표는 모두 정 후보에게 쏠렸다. 이 지역구는 옥련1동, 동춘1동, 동춘2동, 송도1동, 송도2동, 송도3동, 송도4동 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 7개 동 모두에서 사전투표는 정 후보의 표가 많았다. 

    서울 용산은 강북에서 미래통합당 후보가 유일하게 당선된 곳이다. 이 지역에서 권영세 통합당 후보는 47.8%(6만3891표)를 득표해, 47.1%(6만3001표)를 얻은 강태웅 민주당 후보를 0.7% 차로 누르고 신승했다. 하지만 관외사전투표에서는 강 후보가 7555표를 득표했고, 권 후보는 5346표에 그쳤다. 관내사전투표 역시 강 후보가 2만4432표로, 1만7799표를 얻은 권 후보에 앞섰다. 

    한 통합당 후보 캠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저희가 심지어 유리한 동네에서도 사전투표에서 졌다. 의문은 갖고 있지만 증거가 없고, 달리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의 전국 사전투표율은 26.7%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사전투표율이 높게 나오자 모두 자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민주당에 크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