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진료' 김영재 부부 등 '부부재판' 사례 다수… 법조계 "특혜 안돼, 병합되는 것이 맞아"
  • ▲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 정경심씨. ⓒ정상윤 기자
    조국 일가의 각종 비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58)씨가 남편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의 병합에 대해 "부부를 한 법정에 세워서는 안된다"고 반발했지만 주장에 법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부부처럼 범행의 공모관계가 뚜렷히 드러난 경우 병합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비선진료' 혐의를 받았던 김영재 부부의 사례처럼 부부 재판이 이뤄진 경우가 다수 있는 만큼, 조국 부부에 대한 병합이 거부될 경우 또다른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씨 측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임정엽·권성수·김선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조 전 장관 사건과의 병합에 대해 "망신주기의 일환"이라며 반발했다. 정씨 측은 "부부를 한 법정에서 조사하는 게 맞는 것인지, 그걸 피하면서 재판할 방법이 없는 건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국가의 모든 권력작용은 피해를 최소하게 진행이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김미리 부장판사)와 논의한 뒤 병합문제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영재 부부·삼양식품 회장 부부 등 '부부재판' 사례 다수

    조 전 장관이 기소된 사건은 2가지다. 정씨와 공모한 자녀들의 허위경력 작성·사모펀드 등 가족비위 혐의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비위감찰을 무마시킨 직권남용 혐의다. 검찰은 이 중 가족비위 혐의에 대해 정씨와 조 전 장관의 혐의가 상당부분 일치하고 사실상 공범으로 볼 수 있는 만큼 재판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조 전 장관 사건과 정씨 사건을 병합해 심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정씨의 사건에 조 전 장관을 공범으로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기도 했다.  

    정씨 측의 반발에도 법조계에서는 "부부 재판은 안된다"는 정씨의 주장에 법리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국 부부 외에도 실제 부부 재판이 이뤄진 사례가 다수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사법부는 부부의 혐의가 상당부분 일치하고 공모관계가 있을 경우 부부를 함께 불러 사건을 심리했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비선진료'를 해주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등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의료법 위반 및 뇌물공여)로 기소된 김영재·박채윤 부부도 1심 법정에 나란히 서서 재판을 받았다. 김씨는 지난 2017년 5월 1심에서 징역 1년에 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받고 항소를 포기했고 박씨는 같은해 11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확정받았다. 

    경영비리로 50억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김정수 부부도 법정에서 부부재판을 받은 사례가 있다. 지난 2018년 4월 구속기소된 전 회장 부부는 같은해 5월부터 서울북부지법에 나란히 출석해 재판을 받았다. 전 회장은 2019년 1월 1심에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으며 지난 1월 실형이 확정됐다. 이밖에 지인들로부터 거액을 빌린 뒤 해외로 달아난 혐의(사기) 혐의로 기소된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의 부모도 부부가 함께 법원에 출석했다. 

    법조계 "공범이라면 병합되는 것이 맞아"

    법조계에서는 부부 재판이 법관의 재량으로 고려될 수 있겠지만 혐의가 일치한다면 일반적인 경우 병합되는 것이 맞고, 특히 조국 부부의 사건은 개인사건을 넘어선 범위에 있는 만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서는 병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국 부부 사건의 병합이 거부된다면 또다른 특혜 논란이 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두 사람의 혐의가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심리의 효율적 측면에서 병합하는 것이 맞다"면서 "같은 증인에 대한 신문을 두 번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재판부가 나뉘어져 있을 경우 같은 혐의에 대해 모순된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현 변호사(한변 청년위원장)는 "조국 사건의 경우 사익보다는 공익이 크다고 보여지는 대표적 사건 중 하나"라면서 "두 사람이 방조를 넘어선 공동정범이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서는 두 사건이 병합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도 "일반적 사건이라면 혐의가 같은 사건은 당연히 병합돼야 하며 이런 문제가 제기되지도 않는다"면서 "공범인 두 사람 사건의 병합이 거부된다면 또다른 특혜 논란을 낳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