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통합' 제안했다 거부당하고도 '러브콜'… "몸집 불린 뒤 독자노선" 시각도
  • ▲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정론관 밖 복도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미래한국당 공천관리위원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정론관 밖 복도에서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성원 기자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었지만, 사실상 문전박대당했다. 한선교 미래통합당 대표의 통합 제의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안 대표를 향한 '구애'를 당장 거둬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안 대표와 연합해 몸집을 불려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견제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한 대표는 11일 언론을 통해 "최근 안철수 대표와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며 국민의당과 통합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안 대표가 만나주겠다면 언제든 대구로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10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는 "안 대표와 통합하면 신설 정당의 대표직을 넘길 수 있다"고도 제안했다.

    한 대표는 또 복수의 언론을 통해 "안 대표가 비례정당으로 선회하겠다고 발표할 때부터 통합을 생각했다"며 "범보수가 통합을 이뤄냈지만, 안 대표가 합류해야 더 큰 통합이 완성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안철수·권은희 '정색'… 한선교 '머쓱'

    그러나 안 대표는 이를 즉각 거절했다. 안 대표는 4·15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면서 '보수우파 선거연대'만 우회적으로 수용한 상황이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대구에서 의료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누구를 만날 입장과 상황이 아니다"라며 "실용적 중도정치의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 제안에 따른 거절이자 실용‧중도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원색적으로 한 대표를 비난했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선교 대표가 어디서 약주를 하고 한바탕 꿈을 꾼 건가. 아니면 뭘 잘못 먹었을까.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사그라지는 중도실용정치를 모든 역량을 다해 지켜내겠다'는 정치적 결단을 분명하게 국민들께 약속드렸다"며 "그런데도 통합을 제안하는 것은 스토킹에 불과할 뿐"이라고 핀잔을 줬다.

    안 대표 측이 이처럼 정색하고 나서자 한 대표의 처지가 난감해졌다. 하지만 미래한국당이 국민의당과 통합 의지를 당장 거둬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미 안철수계 의원들이 대거 통합당에 합류한 만큼, 이를 가교로 삼아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중도‧보수 단일 비례정당'을 만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선거 양쪽에서 득표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한 대표의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한국당으로서는 잠재적 경쟁자인 국민의당과 손잡음으로써 여권의 비례연합정당보다 더 큰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안 대표가 대구에서 코로나-19 자원봉사활동을 펼치며 정당 지지율이 상승한 점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선교의 속내? "미래한국당, 통합당 통제영역 밖으로" 

    일각에서는 한 대표에게 또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안 대표와 합침으로써 실제로는 자신과 미래한국당의 힘을 키우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통합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안 대표가 만에 하나라도 미래한국당과 합치면 본말이 전도될 가능성도 있다. 미래한국당이 통합당의 통제영역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이라며 "한 대표도 이를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황 대표를 상대로 '삐딱선'을 탄다는 주장도 나온다. 두 사람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소재 한식당에서 비례대표 공천 관련 논의를 위해 회동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나우 대표 등 기존 통합당 영입인재들의 비례대표 우선순위 공천을 제안했지만, 한 대표가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한 대표는 이날 "안 대표가 우리 판으로 들어와 황 대표 등 여러 주자와 경쟁하는 게 대선을 앞두고 보수정당의 외연 확장은 물론 가치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말했다. '보수 외연 확장'이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황교안·안철수 간 대결구도를 염두에 둔 것을 시사한 셈이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선교 대표는 완전한 친박 아니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물 흘리면서 국회에서도 연설하신 분"이라며 "그런데 현재 통합당에서 친박‧친이가 공천에서 많이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감을 가진 한 대표가 미래한국당 운영에서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친박 공천이) 배려가 더 될 것"이라며 "안 대표도 현재 경쟁상대를 황교안 대표로 보기 때문에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래한국당은 10일 4·15총선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명단 434명을 발표했다. 비공개 97명을 포함하면 총 531명(남 436명‧여 167명)이다. 

    명단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황성욱 변호사, 길환영 전 KBS 사장, 김재철 전 MBC 사장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