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 '통합' 제안했다 거부당하고도 '러브콜'… "몸집 불린 뒤 독자노선"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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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국민의당에 손을 내밀었지만, 사실상 문전박대당했다. 한선교 미래통합당 대표의 통합 제의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 대표는 안 대표를 향한 '구애'를 당장 거둬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안 대표와 연합해 몸집을 불려 황교안 통합당 대표를 견제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한 대표는 11일 언론을 통해 "최근 안철수 대표와 계속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며 국민의당과 통합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안 대표가 만나주겠다면 언제든 대구로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10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는 "안 대표와 통합하면 신설 정당의 대표직을 넘길 수 있다"고도 제안했다.한 대표는 또 복수의 언론을 통해 "안 대표가 비례정당으로 선회하겠다고 발표할 때부터 통합을 생각했다"며 "범보수가 통합을 이뤄냈지만, 안 대표가 합류해야 더 큰 통합이 완성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안철수·권은희 '정색'… 한선교 '머쓱'그러나 안 대표는 이를 즉각 거절했다. 안 대표는 4·15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하면서 '보수우파 선거연대'만 우회적으로 수용한 상황이다.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대구에서 의료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정치적으로 누구를 만날 입장과 상황이 아니다"라며 "실용적 중도정치의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 제안에 따른 거절이자 실용‧중도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은 원색적으로 한 대표를 비난했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선교 대표가 어디서 약주를 하고 한바탕 꿈을 꾼 건가. 아니면 뭘 잘못 먹었을까.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사그라지는 중도실용정치를 모든 역량을 다해 지켜내겠다'는 정치적 결단을 분명하게 국민들께 약속드렸다"며 "그런데도 통합을 제안하는 것은 스토킹에 불과할 뿐"이라고 핀잔을 줬다.안 대표 측이 이처럼 정색하고 나서자 한 대표의 처지가 난감해졌다. 하지만 미래한국당이 국민의당과 통합 의지를 당장 거둬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이미 안철수계 의원들이 대거 통합당에 합류한 만큼, 이를 가교로 삼아 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이 '중도‧보수 단일 비례정당'을 만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선거 양쪽에서 득표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한 대표의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미래한국당으로서는 잠재적 경쟁자인 국민의당과 손잡음으로써 여권의 비례연합정당보다 더 큰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안 대표가 대구에서 코로나-19 자원봉사활동을 펼치며 정당 지지율이 상승한 점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한선교의 속내? "미래한국당, 통합당 통제영역 밖으로"일각에서는 한 대표에게 또 다른 '속내'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안 대표와 합침으로써 실제로는 자신과 미래한국당의 힘을 키우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통합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안 대표가 만에 하나라도 미래한국당과 합치면 본말이 전도될 가능성도 있다. 미래한국당이 통합당의 통제영역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이라며 "한 대표도 이를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최근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황 대표를 상대로 '삐딱선'을 탄다는 주장도 나온다. 두 사람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소재 한식당에서 비례대표 공천 관련 논의를 위해 회동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나우 대표 등 기존 통합당 영입인재들의 비례대표 우선순위 공천을 제안했지만, 한 대표가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고 답했다는 후문이다.실제로 한 대표는 이날 "안 대표가 우리 판으로 들어와 황 대표 등 여러 주자와 경쟁하는 게 대선을 앞두고 보수정당의 외연 확장은 물론 가치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말했다. '보수 외연 확장'이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황교안·안철수 간 대결구도를 염두에 둔 것을 시사한 셈이다.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선교 대표는 완전한 친박 아니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언급하며) 눈물 흘리면서 국회에서도 연설하신 분"이라며 "그런데 현재 통합당에서 친박‧친이가 공천에서 많이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감을 가진 한 대표가 미래한국당 운영에서 독자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박 의원은 "한 대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친박 공천이) 배려가 더 될 것"이라며 "안 대표도 현재 경쟁상대를 황교안 대표로 보기 때문에 어떤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한편, 미래한국당은 10일 4·15총선 비례대표 공천 신청자 명단 434명을 발표했다. 비공개 97명을 포함하면 총 531명(남 436명‧여 167명)이다.명단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황성욱 변호사, 길환영 전 KBS 사장, 김재철 전 MBC 사장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