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공관위, 254개 중 140개 지역 공천 확정… 친박‧비박‧친황, 각 계파에 잇달아 칼날
  • ▲ 김형오(오른쪽 두번째) 공천관리위원장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회의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뉴데일리DB
    ▲ 김형오(오른쪽 두번째) 공천관리위원장이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회의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뉴데일리DB
    미래통합당이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을까. 현재까지는 '순항 중'이라는 평가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탄핵논란의 대척점에 섰던 친박-비박 인사들의 '물갈이'를 잇달아 단행하면서 오랫동안 골머리를 앓던 계파색도 점차 옅어지는 양상이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김형오)는 지난 8일 기준 4·15총선 지역구 253개 중 140개(55.3%) 지역의 공천을 확정했다. 경선이 예정된 73개 지역구를 포함하면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셈이다. 

    부산‧대구‧인천‧대전‧울산‧세종‧충북‧충남‧경남‧제주는 전 지역구의 공천을 확정했다. 서울‧경기‧강원‧경북은 일부 지역구의 공천만 남아있고, 호남은 시작 단계다. 

    영남권‧친박계 컷오프 두드러져 

    통합당 안팎에서는 지금까지의 공천 결과를 두고 '공천 학살' '피의 공천'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당 지역구 현역 의원 중 16명이 공천에서 배제(컷오프)됐다. 이 가운데 11명이 통합당의 텃밭인 대구‧경북과 부산‧경남에서 나왔다. "영남권 물갈이를 이뤄내겠다"던 당초 공관위의 목표에 가까이 다가간 셈이다. 

    계파별로는 김재원 정책위 의장(3선·상주-군위-의성-청송), 윤상현 의원(3선·인천 미추홀을) 등 친박계가 6명으로 비교적 많다. 김 정책위 의장은 당 결정에 승복해 서울 중랑을로 옮겨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윤 의원은 공관위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컷오프 외에 불출마를 통해서도 친박계 다수 의원이 걸러졌다. 정갑윤(5선·울산 중)·원유철(5선·평택갑)·유기준(4선·부산 서-동) 의원이 공관위의 영남권 중진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종용이 이뤄지는 가운데 불출마를 택했다. 통합당 내에서 '친박계 중진'으로 분류되던 5명 의원 모두 싹쓸이된 것이다. 

    비박계‧친황계도 불출마 or 컷오프 다수 

    비박계에도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기는 마찬가지다. 탄핵정국 가운데 새누리당이 둘로 쪼개지면서, 탄핵 반대파에 의해 이른바 '탄핵 7적(김무성·유승민·정진석·김성태·권성동·이혜훈·하태경)'으로 규정된 이들도 대부분 이번 총선에 나서지 않는다. 

    김무성(6선·부산 중-영도)·유승민(4선·대구 동을)·김성태(3선·서울 강서을) 의원은 통합 전후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혜훈(3선·서울 서초갑)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한 차례 컷오프돼 서울 동대문을에 재신청했다. 

    하태경(재선·부산 해운대갑) 의원은 경선을 치른다. 통합당 텃밭이 지역구여서 안심하던 이혜훈‧하태경 의원이 해당 지역구에서 공천 배제되거나 경선을 치르게 된 것이다. 권성동(3선·강릉) 의원은 아직 공천 심사 중이며, 정진석 의원(4선·공주-부여-청양)만 유일하게 자신의 지역구에 공천받았다.  

    황교안 대표가 등장하면서 새롭게 형성됐던 '친황계'의 성적도 저조하다. 황 대표 상임특보단장인 이진복 의원, 법률자문위원장 최교일 의원, 비서실장 출신인 김도읍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첫 사무총장 출신인 한선교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하며 미래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상황이다. 민경욱 원내부대표와 원영섭 조직부총장은 컷오프됐다.  

    반면, 새로운보수당과 옛 국민의당 출신 안철수계 인사들은 대거 중용되는 양상이다. 새보수당 출신의 오신환‧유의동‧지상욱 의원과 정태근‧구상찬‧민현주‧조해진 전 의원은 공천을 확정받았다. 새보수 출신 현역 7명 중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과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정병국 의원을 제외한 5명이 모두 공천을 확정받았거나 경선을 앞뒀다. 안철수계의 이동섭‧김수민‧김삼화 의원과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도 모두 공천을 확정받았다.  

    "총선 후 계파갈등은 줄어들 것"

    이와 관련 "공관위 공천작업을 통해 당내 계파색은 확실히 옅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초기만 해도 공관위에 회의를 품었다던 통합당의 한 의원은 "전체적인 진행상황으로 봤을 때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초창기에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많이 나왔는데, 공관위 공천 과정을 불신했던 새보수 등의 불만도 잦아들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천작업부터 이런 단계를 밟아놓는다면, 당장 총선 과정에서 무소속 출마 등으로 갈등을 겪을 수 있겠으나 내부적으로는 계파색이 흐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계파색을 흐리는 대신 새롭게 '김형오계'를 꾸리는 것 아니냐는 '사천 논란'도 제기한다. 김형오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들이 단수 공천자로 확정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강남을에 전략공천받은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이 거론된다. 최 전 사장은 2012년 총선에서 부산 영도에 출마했으나 김무성 전 대표와 경선에서 패배했다. 이후 당내는 고사하고 정치권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던 그를 '통합당 텃밭'에 전략공천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다. 2012년 당시 최 전 사장은 '김형오 후계자'로 영입됐던 인물이다. 

    '김형오 키즈' 대부분 공천 확정

    김형오 위원장의 국회의장 시절 의정공보비서관, 국회 대변인실 부대변을 지낸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도 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에 단수 공천받았다. 

    배 이사장은 20대 총선에서 안상수 의원을 제치고 공천받았으나, 무소속 출마를 단행한 안 의원에게 패배했다. 이 같은 전력에도 공관위는 이번에도 안 의원을 인천 미추홀을로 이동배치하고, 배 이사장을 단수 공천했다. 

    이밖에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교수(서울 서초갑) ▲이수희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서울 강동갑)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서울 강남갑)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서울 동대문갑) 등 김 위원장과 정치적 인연이 있거나 이번에 직접 영입한 이른바 '김형오 키즈'들은 대부분 공천을 확정받았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임명만 하면 전부 '김형오계"라고 하는데, 거듭 말하지만 공관위가 끝나면 나는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계보가 나오지도 않았고, 계보 한 사람도 앞으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