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강화 국가' 알리면서 '중국' 대신‘칭다오’ 꼼수 표기… "비상식적 외교" 쇄도
  • ▲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종현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이종현 기자
    우한폐렴(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정부의 부족한 외교력이 도마에 올랐다. 중국 정부가 우한폐렴 역유입을 막기 위해 우리 국민을 강제로 격리하는데도 우리 정부는 제대로 항의조자 못하는 실정이다. 외교부는 입국절차를 강화한 국가를 공지하면서 '중국'이라는 단어를 빼고 '칭다오'라는 도시 이름을 넣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해외출장을 떠난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유엔 연설에서 우한폐렴 사태 원인으로 "특정종교(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했다"며 '국내 탓'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해 비난여론이 커졌다.

    中, 사전 협의 없이 한국서 온 입국자 강제격리… 외교부 '침묵'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는 25일부터 한국과 일본 등에서 입국하는 사람은 국적을 불문하고 강제격리한 뒤 14일 후 귀가시킨다. 웨이하이시는 이날 오전 웨이하이공항에 도착한 인천발 제주항공 승객 163명을 전원 격리했다. 이들 중에는 한국인 19명도 포함됐다.

    웨이하이시의 이 같은 조치는 한국 측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고 시행한 조치다. 중국이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는 것은 이곳뿐이 아니다.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역시 한국에서 들어온 탑승객들에게 전원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하는 등 입국 검역 조치를 강화했다.

    강 장관은 이 같은 중국의 조치에 "과도한 대응이 되지 않도록 소통할 필요가 있다"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내비쳤다.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가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했을 때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은 22일(현지 시각) 오후 7시30분쯤 대한항공 KE957편으로 텔아비브에 도착한 한국인 130여 명의 입국을 금지했다. 우리 외교부는 이스라엘 당국의 갑작스러운 조치에 즉각 항의했다. 당시 외교부는 이스라엘 정부와 주한 이스라엘대사관에 연락해 이들의 입국을 요청하고, 이스라엘 대사대리를 불러 강력하게 항의했다.

    베트남 '격리'엔 강력 항의… 입국 강화 국가 '중국' 아닌 '칭다오' 적어

    베트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4일 항공편으로 대구를 떠나 다낭에 도착한 한국인 20명이 현지 병원에 격리됐다. 베트남 측은 이들이 다낭공항에 도착한 즉시 시내 병원으로 이송했다. 베트남 당국과 우리 외교부 사이에 사전 협의는 없었다.

    외교부는 이에 "베트남 측에 외교 채널을 통해 이번 격리 조치가 우리 측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데 엄중히 항의했다"며 "우리 국민에 대해 과도하거나 불합리한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의 중국 '봐주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외교부는 25일 오후 '코로나-19 확산 관련 외국의 한국 여행객에 대한 조치 현황'을 갱신하면서 웨이하이시의 사례를 '입국 절차 강화' 국가에 포함했다. 그런데 외교부는 이를 공지하며 지역 구분에 '중국'이라는 국가명이 아닌 '칭다오'라고 적었다. 칭다오는 산둥성 전체를 관할하는 한국총영사관이 있는 지역이다. 다른 나라들은 모두 국가명으로 표기하면서도 유독 중국만 지역명인 칭다오로 표기한 것이다.

    이후 외교부는 "실무자의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현 정부의 친중(親中) 행보 때문에 외교부의 해명에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칫 중국 전체로 향할 수 있는 불만을 칭다오지역에 한정시키려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5일 기준 '한국인 입국 금지·제한 국가'는 모두 24개국이다. 오세아니아의 나우루공화국을 필두로 키리바시·홍콩·바레인·요르단·이스라엘·모리셔스가 입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외에도 중국·마카오·사모아·싱가포르·태국 등 17개 국가는 입국을 제한하거나 절차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내렸다.

    "우한폐렴, 국내 탓" 강경화에… "이해할 수 없는 행태" 비난 여론

    강 장관이 유럽 출장 중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연설에서 한 발언도 문제다. 강 장관은 “최근 며칠 동안 우리나라에서 다수가 밀집하는 모임을 진행한 특정종교(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 환자가 폭증했다”며 우한폐렴 확산을 국내 탓으로 돌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에 뭐라 못하니 국민 탓으로 돌린다”며 거센 비판이 일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외교부의 최근 행태를 두고 "중국을 배려하는 수준이 아니라, 중국에 꼼짝못하는 모양새"라며 "북한에도 일방적 사랑을 보내고 중국에도 일방적으로 사랑을 보내는 '짝사랑외교'가 현 정부의 특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현 정부의 외교 방침은 굉장히 비상식적"이라며 "자국의 안위를 우선시해야 할 정부가 중국에 아픔을 나누자더니 정말 같이 아프고 있다.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