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뇌물 논란에도 형량 늘어 징역 12년, 횡령 등 징역 5년… 재판부, MB 보석취소 법정구속
  •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항소심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1심보다 형량이 2년 늘어났다. 항소심 재판부는 보석을 취소하고 이 전 대통령을 다시 구속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은 항소심 재판부가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제안하며 만들어준 논리가 그대로 선고내용으로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재판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9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벌금 130억원과 추징금 57억8000여 만원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재임 중 발생한 뇌물범죄와 관련해서는 분리선고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규정에 따라 뇌물 혐의에 징역 12년과 벌금 130억원을, 횡령과 국고손실 등에는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징역 15년을 선고했던 1심 대비 형량이 늘어났다.

    뇌물 혐의 징역 12년, 횡령·국고손실 징역 5년

    재판부는 "피고인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지위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부정한 자금을 수수했다"며 "피고인과 다스가 삼성으로부터 받은 뇌물의 액수가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뇌물수수로 사적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 드러났다"며 "그 방법은 법률회사나 제3자를 통하는 것으로, 수법이 은밀하고 노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뇌물액이 원심 뇌물액 대비 27억원 정도 증가하고 이팔성 관련해서 17억원이 감소해 전체적으로 10억원이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원심보다 형량을 높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액 119억원 중 89억원의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67억원 중 61억원이 유죄로 인정된 1심보다 27억원가량 늘어났다. 또 뇌물수수 방식은 검찰의 최초 공소사실에 적시된 직접뇌물이 아닌 제3자뇌물, 즉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무형의 이익으로 제공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취임 이후 삼성으로부터 에이킨검프의 법률용역을 이용할 권리라는 무형의 재산상 이득을 봤다"며 "삼성 미국법인(SEA)이 에이킨검프 인보이스에 따라 지급한 것은 제3자뇌물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삼성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재판부의 판단은 항소심 재판 도중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제안하며 만들어준 논리가 그대로 반영됐다. 

    검찰은 기존 삼성이 에이킨검프에 매월 12만5000달러씩 정액으로 지급한 585만 달러(약 67억원)가 이 전 대통령을 향한 '직접뇌물'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에는 기존 뇌물액에 에이킨검프의 인보이스를 통해 실비로 청구된 430만달러(약 51억원)를 추가했다.

    재판부가 만들어준 논리, 유죄 판단 근거로 작용한 듯

    그러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에서 "자금이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재판부의 제안에 따라 '제3자뇌물죄'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자금지원에 대가성 없었다"고 증언하자,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에이킨검프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았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넣으라고 다시 제안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였다. 제3자뇌물죄가 적용되려면 뇌물의 대가성이 확인돼야 한다.

    재판부는 김성호 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4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에도 유죄 판단을 내렸다. 다만 국고손실 혐의만 인정하고 뇌물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10만 달러를 받은 혐의에는 "이 사건의 국고손실과 뇌물 혐의가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면서 뇌물 혐의를 유죄로 봤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 등으로부터 받은 뇌물 인정액은 1심의 약 23억원에서 약 4억원으로 줄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허가한 보석을 취소한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징역 17년의 실형을 선고함으로 보석은 오늘자로 취소된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법정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3월6일 보석으로 석방된 뒤 약 1년 동안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았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재판이 종료된 뒤 "재판 결과가 유감스럽다"며 "같은 법률가로서 같은 증거기록을 읽고 내린 판단이 이렇게 극과 극으로 다를 수 있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인으로서는 재판부 판단을 수긍할 수 없고 당연히 상고를 권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