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조선, 이현동 전 국세청장 등 재판서 '내용증명' 입수… "북한과 연결 단서도 포착"
  • ▲ '미국 내 김대중(DJ) 비자금'이 약 13억5000만 달러(약 1억6000만원)라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이 자금 중 일부로 추정되는 '1억 달러 수표'가 법정에서 증거로 확인됐다고 한 매체가 19일 보도했다. ⓒ정상윤 기자
    ▲ '미국 내 김대중(DJ) 비자금'이 약 13억5000만 달러(약 1억6000만원)라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이 자금 중 일부로 추정되는 '1억 달러 수표'가 법정에서 증거로 확인됐다고 한 매체가 19일 보도했다. ⓒ정상윤 기자
    '미국내 김대중(DJ) 비자금'의 일부로 추정되는 '1억 달러 수표'가 법정에서 증거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미국내 DJ 비자금'이 무려 13억5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에 확인된 것으로 알려진  '1억 달러 수표'가 북한과 관련된 단서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간조선은 19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 관계자들의 재판 과정에서 '1억 달러 수표'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1억 달러'가 '미국내 DJ 비자금' 중 일부로 보이는 단서도 포착했다고 한다. DJ 비자금 관리자는 총 4명이라고 한다. 

    매체가 확보한 문서는 'DJ 비자금' 최초 제보자 테리 스즈키(Terry Suzuki·62·미국 국적)의 법률대리인 측 내용증명 서류(2010년 10월8일자)다. 매체는 'DJ 뒷조사' 등의 의혹을 받는 전직 국가정보원 관계자들의 재판 취재 과정에서 '1억 달러 수표' 관련 내용이 담긴 서류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DJ 비자금' 최초 제보자의 내용증명 서류

    매체에 따르면, 사업가 스즈키는 2008년부터 중국 선양(瀋陽)에 월드트레이드센터(WTC)를 세우는 'WTC 사업'에 참여했다. DJ 일가와 친분이 있는 전성식 씨가 사업 참여를 권유해서였다. 

    전씨는 '미국내 DJ 비자금 관리자' 중 한 명이라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데이비드슨 공작'에 간여한 이모 국정원 전 처장은 재판 과정에서 '전씨가 미국내 DJ 비자금 관리자'라고 증언했다. 스즈키에 따르면, 전씨를 비롯해 총 4명이 DJ 비자금 관리자라고 한다. 

    당시 전씨는 스즈키에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걸 씨가 WTC 건립자금 1억 달러를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홍걸 씨가 사업에 앞장설 수 없으니 대신 실무를 맡아달라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스즈키가 참여의사를 밝힌 뒤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전씨는 2009년 2월 스즈키를 서울로 초청해 김홍걸 씨와 동북아재단 임원진, 삼일회계법인 등과 자리를 주선했다. 곧바로 동북아재단, 삼일회계법인, 스즈키 관련 회사 등은 WTC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 선양 WTC 사업'에 문제의 '1억 달러' 투자

    또 다른 'DJ 자금 관리 책임자'로 알려진 한스 루이는 같은 해 12월21일 LHL 투자회사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 김홍걸 씨는 3일 뒤인 12월24일 서울에서 스즈키를 만나 1억 달러 수표를 사본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12월21일 LHL에 투자된 1억 달러 수표의 사본이었다. 전씨는 이로부터 며칠 뒤 스즈키에게 팩스로 수표 사본을 보내줬다고 한다.

    사업은 이듬해인 2010년 초부터 틀어졌다. 당시 북한 평양과학기술대학(평양과기대) 총장이던 김진경 씨가 사업에 반대하면서다. 당초 'WTC 사업건'에는 '사업이 성사된 뒤 나오는 수익 일부를 평양과기대에 기부한다'는 조건도 있었다. 

    김진경 씨는 WTC 사업이 가시화한 2010년 1월, 'LHL에 예치된 1억 달러 자금이 DJ 비자금이기 때문에 (향후) 국제적 정치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이 같은 이유로 스즈키 등에게 투자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전씨가 스즈키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한스 루이가 오랫동안 여러 방법으로 DJ 비자금을 탈바꿈해왔고 (1억 달러는) 비자금으로 추적할 수 없는 매우 안전한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은 그러나 결국 좌초했다. 

    스즈키는 사업 추진에 쓴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며 김홍걸 씨와 전씨에게 각각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는 이후 2010년 4~5월께 국정원 측에 WTC 사업, 1억 달러의 출처 등을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과기대 총장이 사업 반대해 무산… 스즈키 폭로
     
    이와 관련해 김홍걸 씨는 '스즈키의 일방적 주장에 기초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는 견해다. 매체는 '1억 달러'와 대한민국 헌법상 반(反)국가단체인 북한 간에 관련성이 있다면, 국정원은 정상적인 첩보수집활동을 벌인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은 2010년 'DJ 비자금' 관련 첩보를 입수했다. '미국에 예치된 13억5000만 달러의 비자금 중 1억 달러가 북한으로 들어가려 한다'는 내용의 첩보였다. 이 첩보를 계기로 국정원의 'DJ 비자금' 관련 조사가 시작됐다. 일명 '데이비드슨 공작'이다.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 등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청장은 1심에 이어 1월31일 2심에서 무죄를, 최 전 차장과 김 전 국장은 1월16일 2심에서 각각 징역 1년6월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