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청와대 출입 강민석 중앙일보 부국장… 文 "비판한다면 받을 수밖에 없다"더니
  •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신임 국무총리 인선 발표를 한 후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신임 국무총리 인선 발표를 한 후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가 고민정 전 대변인 사임 후 네 번째 대변인으로 중앙일보 출신 강민석 부국장을 사실상 내정했다.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현직 언론인이 바로 청와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직행 논란'이 또 불거지는 모습이다.

    5일 복수 언론에 따르면 청와대는 강 부국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잘 이해하고 여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임명 시점은 이번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한정우 현 부대변인도 함께 인사검증했지만, 임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강 부국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를 출입했고, 중앙일보로 자리를 옮겨 정치부장과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최근 사표를 제출해, 지난 3일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8년 김의겸 한겨레 기자를 대변인으로 임명한 데 이어 지난해 1월에는 윤도한 MBC 논설위원을 국민소통수석에, 여현호 한겨레 선임기자를 국정홍보비서관에 임명한 바 있다.

    文 과거 회견서 "비판 달게 받겠다"

    당시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직 언론인이 바로 청와대에 오는 것이 괜찮냐고 비판한다면 비판을 달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권력에 대해 야합하는 분들이 아니라 언론 영역의 공공성을 살려온 분이 청와대의 공공성을 지킬 수 있게 해준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강 부국장의 대변인 임명이 현실화하면 적절성 문제를 알고도 강행하는 셈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당시 "공영방송의 언론인은 특히 엄정한 정치적 독립과 공정성, 정확성을 요구받는다. 그래서 당사자의 진정성이나 직업 선택의 자유를 떠나, 감시와 견제자에서 정치행위자로 직행하는 행태는 방송 독립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하고, 현역 언론인들의 진정성을 퇴색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 역시 "권력의 현직 언론인 공직 발탁은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허물고,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도 "권언유착을 조장하는 처사"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언론노조 "언론과 권력의 건강한 긴장관계 허물어"

    청와대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감지된다. 현재 청와대에 언론인 출신들이 많은 상황에서 또 다른 현직 언론인이 청와대에 입성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집권 4년차인데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바로 옆에서 공유해온 내부 인사를 대변인으로 발탁하는 게 옳다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 대변인 임명 자체가 주는 메시지도 있을 텐데, 보수진영 달래기나 껴안기 차원이 아니라면 왜 굳이 지금 시기에 중앙일보 기자 출신을 내정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CBS 노컷뉴스가 보도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는 동아일보 출신 이동관 대변인이, 박근혜 정부 때는 문화일보 출신 윤창중, KBS 출신 민경욱 대변인이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때마다 언론의 건강한 권력 감시 기능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는 현재 우한폐렴 대응으로 비상상황인 점, 현직 언론인 출신의 청와대 직행 비판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발표 시기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