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찬성해 국가위기 초래한 사람… 통렬한 반성 없으면 같이 갈 수 없다"
  • ▲ 도태우 변호사가
    ▲ 도태우 변호사가 "유승민 심판"을 외치며 2020년 총선에 대구 동구을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뉴데일리DB
    '박근혜의 변호인' '대한문의 연사'로 불리는 도태우 변호사가 2일 대구 동구을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12월29일 "2020년 4월15일을 유승민 심판과 자유대한민국 소생의 날로 만들자"며 출마를 선언한 지 3일 만이다.

    도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JTBC가 더블루K 사무실을 무단침입해 태블릿PC를 훔쳤다고 고발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선임돼 활동하며 대한문에서 열리는 태극기집회에 매주 참석해 연단에 올랐다.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을 빗댄 '친박' 등의 수식어가 여럿 탄생했지만, 도 변호사는 그 중에서도 '진박'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변호사다.

    이런 도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을 점찍었다. 유 의원은 지난해 12월28일 같은 곳에서 출마를 선언했다. 대구 동구을은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에는 지지기반이자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한국당 내에서도 비례대표인 김규환 의원이 공을 들이는 지역구다. 

    경쟁도 심할 터. 도 변호사는 고민하지 않았다. 도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 2일, 그는 "후보등록을 위해 대구에 왔다"며 전화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다음은 유승민 의원을 저격하며 총선 출사표를 던진 도 변호사와 일문일답.

    -수많은 지역구 가운데 대구 동구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예비후보자 등록을 위해 자유한국당에 입당하고 당원이 됐다. 얼마 되지 않았다.(웃음) 대구 동구을은 의미있는 지역구다. 다른 선거도 중요하지만, 특히 대구 동구을은 중요한 역사적 소명을 안게 됐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300명 중 한 명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큰 방향을 정하는, 71년의 과거에 대한 평가와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 걸린, 아주 결정적인 주사위를 던지는 행위가 될 것이다."

    -'큰 방향'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나?

    "오늘 안철수가 정계복귀하면서 여의도와 정치권이 이념전쟁에 찌들어 있다고 했다. 이런 파악은 굉장히 피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 위기의 현실은 서로 이념만 주장하고 국민의 실생활을 무시하는 정당이 싸우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안철수와 같이 피상적인 관찰을 하는 정치인 때문에 위기가 심화하는 것이다. 71년간 대한민국을 지탱해온 헌법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헌법가치가 심대하게 흔들리고, 의도적으로 그것을 흔드는 세력이 존재한다. 심각한 투쟁 양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국가의 기본적 합의사항과 근본 규범이 흔들리는 것이다. 이 세력들은 패스트트랙으로 개정된 선거법을 통해 총선 압승으로 개헌을 바라본다. 하지만 우리는 71년간 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킨 이 헌법이 맞다고 생각하는 세력이다. 물론 운용상의 부족함은 있다. 실용적으로 국가를 발전시키는 것은 항상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하지만 헌법가치를 확고히 하며 발전해나가자는 쪽과 근본 가치를 바꾸자는 쪽의 대립이 형성됐다. 이런 것들을 이념전쟁이라고 한다면 잘못되고 피상적인 그저 말뿐인 관찰일 뿐이다. 체제위기가 대한민국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3년 전 탄핵사태 이래 악화되고 패스트트랙 강행처리로 극점을 달리고 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제대로 바로잡지 않으면 사회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이다." 
  • ▲ 도태우 변호사는 이번 총선을 통해
    ▲ 도태우 변호사는 이번 총선을 통해 "대한민국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윤 기자
    -대구 동구을의 현역의원은 유승민 의원이다. 또 한국당에서는 '지역 일꾼'을 강조하는 김규환 의원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번 출마에 어떤 의미를 두나?

    "유승민 의원은 정치적으로 반드시 심판받아야 한다. 심판돼야 한다. 단순히 낙선하는 정도로 부족하다. 탄핵으로 지난 3년간 국가 위기와 파괴를 초래한 인물이다. 그리고 요즘 자꾸 거론되는 '개혁보수'라는 방향이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 단순히 지역 일꾼을 뽑아 유승민을 낙선시키는 것은 정치적 심판의 성격이 현저히 떨어진다. 중앙에서 일을 많이 하느라 지역에 소홀해 떨어진 것밖에 안 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정치적 심판은 유승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책임, 3년간 국가 위기를 초래한 책임, 유승민이 주장하는 보수의 미래 방향성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누군가를 선택해야 정치적 심판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런 점이 내년 선거에서 꼭 필요하다."

    -총선 직전 보수통합이 화두다.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말하는 보수통합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나?

    "유승민은 자신을 개혁보수라고 칭하고 보수가 자신들이 외치는 개혁보수로만 통합돼야 한다고 한다. 유승민이 주장하는 개혁보수론은 오히려 주적을 같은 방향에 있는 사람들로 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정당한 개혁보수라면 우리의 반대편에 서 있는 대척세력과 싸우며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한 사람들과는 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보수통합의 틀이다. 지금까지 유승민이 걸어온 행보를 볼 때 체제 위기와 국가 위기를 불러온 상대와 잘 싸워왔는지 묻고 싶다. 싸움은커녕 탄핵에 협조해 오늘날 패스트트랙 사태가 초래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다. 다른 보수세력을 모두 잘못된 보수세력으로 치부하며 자신을 중심으로 통합돼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유승민 의원이 제안한 보수통합의 3원칙이 있다. 그 중 탄핵에 대한 관점 차이가 큰 것 같은데?

    "유승민과 하태경은 탄핵 논의를 어물쩍 넘어가자고 하고 있다. 유승민과 하태경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전혀 책임지는 태도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중심에 서 있던 주동급 인물이다. 여전히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지, 아니라면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공식적인 절차가 있어야 한다." 

    유승민·하태경과는 통합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유승민·하태경과는 명확히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동조한 사람이 아니라 탄핵을 주동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까지 통합 논의에 함께한다면 정체성에 혼란이 오고 가치 자체가 불분명해진다. 단순히 문재인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정권교체만 하면 된다고 하면 결국 혼란이 생길 것이다. 100%는 아니더라도 핵심가치와 방향성은 공유할 수 있어야 진정한 통합이다. 이것이 없다면 기계적인 연립일 뿐이다. 유승민과 하태경은 탄핵이 초래했던 법치 파괴와 체제 위기에 대해 전혀 반성하거나 진지하게 자신의 행위를 평가한 적이 없다. 그런 것을 그대로 두고 통합한다면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의 국가파괴적 행위를 평가하고 비판할 수 없게 된다. 지난 3년간 이뤄진 국가 위기를 비판하고 대안세력을 주장해야 하는데 힘이 다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앞부분에 잘못을 묻지 않기로 했으니 말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탄핵의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는 것인가?

    "자신들이 법치 파괴와 체제 파괴를 하는 문재인 정권을 불러들인 주동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통렬히 반성하는 것과, 그것을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정치인으로서 책임문제가 따르니 어렵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정직하게 자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그런 것 없이 개혁보수만 외치는데, 유승민이 외치는 개혁은 법치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정당하게 발전시키는 방향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알맹이가 없는 개혁이다."

    -일각에서는 탄핵을 다시 거론하는 것이 통합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통합은 어떤 실천적 방향에서의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을 발휘해야 할 부분은 있다. 유승민·하태경 두 사람에 대해서는 공적으로 아주 큰 변화가 없는 한 결코 합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나머지 분들은 다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다른 분들이 얼마나 많나. 로봇처럼 유승민·하태경을 모두 따라야 한다면 그것은 민주적인 정치와 정당 원리에 맞지 않다. 두 사람이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유승민 의원은 새로운보수당 창당을 눈앞에 두고 있고, 세력 내에 영향력이 있다. 도 변호사의 주장이 통합에 현실성이 있나?

    "유승민과 하태경 외에 같이 있는 다른 분들이 많이 계시다. 원외에는 더욱 많다. 유승민·하태경에 엄정하게 해야 하지만, 나머지 분들은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당내의 심판과정 같은 것을 거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유승민·하태경과 같은 탄핵의 주동자들을 엄정하게 잘라내지 못한다면 모든 것은 혼란스러워진다. 아무리 계파 수장이라 하더라도 단순히 다른 분들이 유승민 의원 말만 따라 획일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대구 동구을 유권자에게 한 말씀 해달라

    "대구 동구을 선거는 지금까지 있어왔던 스무 번의 선거와는 다를 것이다. 총선의 큰 방향이 상징적으로 표출되는 선거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인 의미를 보시고 이런 큰 의미를 동구을 유권자들께서 부여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