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전문 저널리스트 버건…“매티스 등 참모들 '경제 박살날 것' 반대해 결국 취소”
  • ▲ 피터 버건이 새로 내놓은 책 '트럼프와 그의 장군들: 혼돈의 비용' 표지. ⓒ아마존 전자도서 캡쳐.
    ▲ 피터 버건이 새로 내놓은 책 '트럼프와 그의 장군들: 혼돈의 비용' 표지. ⓒ아마존 전자도서 캡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북한 김정은과 신경전을 벌이며 '말폭탄'을 주고받을 당시 서울에 사는 미군 가족을 모두 대피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최근 발행된 책 <트럼프와 그의 장군들: 혼돈의 비용(In Trump and His Generals: The Cost of Chaos)>’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고 소개했다. 책은 국가안보 및 대테러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피터 버건이 썼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주변에 있던 장성들 사이의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낸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트럼프가 최근 김정은을 다시 ‘로켓맨’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북한은 이에 맞서 신형 로켓 엔진을 시험한 정황을 보이는 등 현재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돼 이 책이 특히 흥미를 끈다”고 보도했다.

    책의 저자 버건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북한이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서울에 있는 미군 가족을 소개(疏開)하라는 명령을 안보담당 참모들에게 내렸지만, 트럼프의 참모들은 그의 성급한 판단에 반대했다”고 이 책에서 주장했다는 게 가디언의 보도 내용이다. 

    책에는 구체적인 날짜와 대화가 드러나 있다.  2017년 4월 백악관 대통령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이 같은 벌어졌다. 당시 대통령집무실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 최고위 참모들이 모여있었는데, 정보기관인 국가지리영상제작국(NGA)은 한반도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커피 테이블 만한 북한 지형 및 비밀 핵개발기지 모형을 제작했다. 여기에는 또 야간에 한반도와 그 주변을 촬영한 위성사진도 있었다.

    암흑천지 북한... 트럼프 "바다인 줄 알았다" 

    책의 저자 버건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은 밝게 빛나는 반면 암흑에 빠진 북한을 보면서, 그곳이 바다라고 생각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모형을 보면서 서울이 휴전선에서 48km 떨어진 것을 지적하며 “왜 이렇게 서울이 북한과 가까운가?”라고 물었다. 곧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은 2500만 인구가 사는 서울(수도권)을 보복공격해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설명을 듣고 충격받은 듯 “저 사람들(미군 가족들)은 저기를 떠나야 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고 한다.

    버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서울에서의 민간인 소개령’을 실행하지 않았으며, 그 사이 북한은 수소폭탄실험을 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은 계속 고조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1월 예비역 육군대장인 잭 킨 전 미국 합참차장이 폭스뉴스에 출연해 “한국에 배치하는 미군은 가족을 데려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본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안보참모들에게 “한국에 있는 미군 가족을 전부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참모들은 “미군 가족을 철수시키면, 이는 금융시장에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준비를 끝냈다’는 신호를 주게 돼 한국 주식시장이 박살날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저기 있는 미군 가족들 다 데려와”라고 거듭 명령했다. 참모들은 그의 명령 이행을 끝내 거부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가족 소개작전을 포기했다.

    버건은 “이 일은 제임스 매티스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무시한 사례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매티스 장관이 반대하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전쟁이 났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