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수사' 의혹 커지는데 수보회의 안 열어… 野 "대통령이 꼬리 자르기·책임회피" 질타
  •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열린 독도 헬기 추락사고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 영결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에서 열린 독도 헬기 추락사고 순직 소방항공대원 합동 영결식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독도해역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소방항공대원들의 합동영결식에 참석해 유족을 위로했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관련 검찰 수사를 앞두고 숨진 민정수석비서관실 특감반 소속 A수사관에 대해선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조차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 계명대 체육관에서 열린 합동영결식 추모사를 통해 "다급하고 간절한 국민 부름에 가장 앞장섰던 고인들처럼 국민 안전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다짐했다. 2004년 소방방제청 신설 이후 중앙정부가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영결식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방공무원 합동영결식에 대통령이 참석해 추도사를 한 것 또한 최초의 일이다.

    문 대통령은 통상 주초에 열리는 수석·보좌관회의를 이번주에는 주재하지 않았다. 전날 외국 가수인 'U2'의 리더 보노 접견에 이어 이날 영결식 일정을 우선적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른바 '친문 게이트'라 불리는 '유재수 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과 '울산시장 선거 개입 하명수사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 발표는 유야무야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결식에서 운구행렬을 따라 들어오는 유가족을 일일이 다독이며 위로했다. 순직 대원들에게는 훈장을 추서했다. 문 대통령이 숨진 공무원에 대해 이 같은 예를 갖추는 것은 지난 3일 A수사관의 발인식에 대통령 명의의 조화만 보낸 일과 크게 대비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A수사관을 조문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2시간30분 동안 빈소를 지키며 애도를 표한 반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약 15분 동안 빈소에 들러 얼굴만 보이고 떠났다. 고인의 사망과 관련한 검찰과 청와대의 관심과 배려의 온도차를 극명하게 드러낸 셈이다.

    숨진 수사관, 靑 민정실과 수차례 통화

    청와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과 A수사관 사망의 연관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세인들의 큰 관심을 끈다. 동아일보가 경찰의 통신기록 조회를 확인한 뒤 보도한 바에 따르면, 고인은 숨지기 전 열흘간 민정수석실 소속 한 관계자와 다섯 차례나 통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고인은 주변사람들에게 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형식적인 진상규명 지시는 물론 최소한의 유감표명조차 하지 않고, 오히려 통상적으로 열리던 청와대 회의까지 석연찮은 이유로 미뤄가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벌써부터 대통령을 위한 꼬리 자르기와 책임회피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일 "청와대 자체조사 결과 고인이 김기현 비리 의혹사건과는 무관하다는 게 밝혀졌는데도 고인을 의혹 덩어리로 몰아간 이들은 엉뚱한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갔던 것에 대한 미안함도 표하지 않았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려 오히려 언론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5명 숨진 '해병대 헬기 사고' 영결식엔 불참

    한편 문 대통령이 이날 영결식에서 순직 소방관을 '영웅'으로 칭하며 헌화·분향하고 어린 유족 앞에 무릎까지 꿇은 것은 지난해 7월 '포항 해병대 헬기 추락사고' 때 유족을 위로하던 모습과도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상치 못한 헬기 사고로 5명의 국가공무원이 목숨을 잃고 희생된 것은 동일한데, 그때는 왜 이 같은 추모 행보를 보이지 않았느냐는 지적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사건이 일어나자 대통령 명의의 조화만 보냈다가 3일 후에야 페이스북에 추모글을 올렸다. 이후 분향소에 비서관 두 사람만 보낸 바 있다. 또한 포항 해병대 헬기 추락사고 하루 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수리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사고 책임을 조종사 과실로 몰아가는 듯한 발언으로 눈총을 샀다.

    당시 문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은 해병 장병들의 영결식에 불참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영결식에 다녀온 뒤 페이스북에 "산화한 해병 장병 다섯 분은 이 나라를 지키다 순직하셨다. 과연 우리는, 국가는 이들의 죽음에 대해 마땅히 해야 할 도리를 다했는지 묻고 싶다"며 "국가의 부름에 기꺼이 자식을 내어준 부모가, 남편과 아빠를 잃은 아내와 아이들이 그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국가는 왜 존재하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