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아태평화위원장 담화...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으면 안타깝다" 추가도발 암시
  • ▲ 북한의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이 9일
    ▲ 북한의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이 9일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북한의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위원장이 9일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늙다리'로 묘사하며 "그를 망녕든 늙다리로 불러야 할 시기가 올 수 있다"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면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경고하자 내놓은 반응이다. 북한은 지난 7일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영철 위원장은 이날 아태평화위 위원장 명의로 낸 담화에서 "물론 자제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 국무위원장(김정은)은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아직까지 자극적 표현도 하지 않았다"며 "이런 식으로 계속 나간다면 트럼프에 대한 우리 국무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가 우리에게 보고 들으라고 한 언행이라면 트럼프식 허세와 위세가 우리 사람들에게는 좀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보인다는 것과,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다 웃지 않고는 듣지 못할 소리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망녕 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 올 수도"

    북한은 이날 담화에서 '연말 격돌'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는 조선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은데,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트럼프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면 놀랄 것이라고 했는데, (당연히)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데, 격돌의 초침을 멈춰세울 의지와 지혜가 있다면 진지한 고민과 계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늙다리'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의 부적절하고도 위험성 높은 발언과 표현들은 지난 5일 우리 경고 이후에도 계속됐는데, 참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대목"이라며 "이럴 때 보면 참을성 잃은 늙은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게 하는 대목이며, 트럼프가 매우 초조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경솔하고 잘망스러운 늙은이여서 '망녕 든 늙다리(mentally deranged dotard)'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도 보탰다.

    북한은 앞서 2017년 9월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로 빗댄 바 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성명에는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트럼프 대통령)를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역시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로켓맨'이라고 한 발언은) 2년 전 대양 건너 설전이 오가던 때를 연상시키는 표현"이라며 "(미국이 도발이 계산된 것으로 확인됐다면) 늙다리의 망령이 다시 시작된 것으로 진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선희 부상은 미북 비핵화 협상 총책을 맡고 있다.

    대미 협상라인 재등장한 김영철

    김 위원장의 이번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을 겨냥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이 적대적인 행동을 하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 사실상 모든 것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은 싱가포르에서 강력한 비핵화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며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끝내는 걸 원하지 않으며,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영철 위원장은 지난해 미북 실무 협상을 주도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났던 인물이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로 잠시 대미 협상 라인에서 물러섰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성명을 지난 10월 발표하며 다시 대미 라인에 등장했다. 그의 재등장을 두고 미북 정상 간 톱다운(top-down) 방식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북한이 알리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8일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해체했다던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ICBM용 엔진 시험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