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中 국영기업, 필리핀 전력망 장악"… 中, 포르투갈 국영발전사 지분 25% 인수도
  • ▲ 중국 국영 SGCC가 지난 7월 필리핀에서 태양광 발전소 착공 기념식을 갖는 모습.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 공개사진.
    ▲ 중국 국영 SGCC가 지난 7월 필리핀에서 태양광 발전소 착공 기념식을 갖는 모습.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 공개사진.
    중국 국영기업이 필리핀의 전력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으며, 남지나해 등에서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될 경우 중국이 단번에 필리핀 전력망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필리핀 상원 보고서 “중국, 필리핀 전력망 단번에 무력화 가능”

    미국 CNN은 25일(현지시간) 필리핀 상원의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중국 국영전력회사인 국가전망공사(SGCC)가 2009년부터 필리핀 국립전력업체(NGCP)의 지분을 꾸준히 매입, 현재는 40%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NGCP는 필리핀 전체 가구의 78%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10년 전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중국 SGCC가 지분을 인수했다.

    보고서는 “이 때문에 필리핀 전력망의 핵심적인 부분에는 중국 기술자만 접근할 수 있으며, 이론상으로는 중국 정부가 명령하면, 필리핀 전력망이 단번에 무력화될 수도 있다. 이는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라면서 이런 위험을 막을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NGCP의 지역 지사들은 중국 SGCC에게 전력망 관리의 핵심적인 권한을 모두 넘겼다. 전력망 관리에 필요한 장비도 화웨이 등 중국기업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다. 특히 ‘SCADA(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 시스템은 모두 화웨이 제품으로 대체됐다고 한다. 때문에 전력망의 핵심 관리는 중국 기술자만 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SGCC는 필리핀 현지에서 그저 NGCP의 협력업체에 불과하다”며 관련 내용을 부정했다고 CNN은 전했다.

    중국 외교부 “필리핀은 우리의 친구”

    중국 외교부는 “필리핀은 중국의 이웃이자 중요한 파트너 국가로, 우리는 법률과 규정에 따라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 기업들이 현지 업체와 서로 이익을 키우고 상생·협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필리핀 사람들이 열린 마음과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로 양국 간 협력에 나서기를 바랄 뿐이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 ▲ 2016년 10월 중국 베이징을 찾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10월 중국 베이징을 찾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화웨이 측도 “우리는 필리핀 NGCP에 그 어떤 전력제어 장비도 공급한 적이 없다”며 “우리 화웨이는 세계적인 ICT 업체로서 각 나라의 법률과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며, 고객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제품만 공급한다”며 보고서 내용에 반박했다고 CNN은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 상원의원 ‘리사 혼티베로스’는 “중국의 패권주의적 행태로 볼 때 그들과 NGCP를 공동 소유한다는 사실은 필리핀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중국 기술자들이 (필리핀 전력망을 관리하는데)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면, 이는 필리핀의 사회기반시설과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CNN에 말했다.

    필리핀, 2007년 전력망 운영권 중국에 넘겨

    CNN은 “필리핀과 중국은 남지나해에서의 영해 분쟁으로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에서 소송을 진행한 적도 있다”면서 “하지만 현 대통령인 로드리고 두테르테는 집권한 뒤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2018년 중국과 천연가스 공동 탐사작업을 벌이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친중적 행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필리핀이 중국에 국가 전력망을 넘긴 것은 12년 전부터였다. 2007년 12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중국 SGCC가 이끄는 컨소시엄을 필리핀 국가전력망 운영자로 선정했다. 39억5000만 달러(한화 4조6500억 원)를 제시한 SGCC 컨소시엄은 이때부터 25년 동안 필리핀 전력망의 운영 주체가 됐다.

    중국 국영기업이 해외 국영 전력·에너지 업체를 노린 것은 필리핀뿐만이 아니었다. 2012년 2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칭다오 무역관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SGCC는 2012년 2월 포르투갈 국영발전회사 REN의 지분 25%를 매입해 최대 주주가 됐다.

    2011년 12월에는 산샤댐을 관리하는 중국 국영기업 장강삼협집단이 포르투갈 국영전력회사 EDP를 인수했다. 다른 중국 국영기업 중국투자공사(CIC)는 프랑스 대형 에너지·발전 업체 GDF 수웨즈 그룹의 지분 30%를 인수했다. 중국은 이밖에도 브라질에서도 국가 전력망의 30%를 관리하는 업체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