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3시간30분 앞둔 3시30분에 "참가 결정"… 지소미아 연장 마지막 불씨 겨우 살려
  • ▲ G20 외교장관 회의가 22일 오후 일본 나고야에서 열렸다. 한국 정부는 막판까지 참석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다 회의 시간을 3시간 반을 앞두고 결국 참석키로 결정했다. ⓒ나고야 G20 외교장관 회의 홈페이지 캡쳐.
    ▲ G20 외교장관 회의가 22일 오후 일본 나고야에서 열렸다. 한국 정부는 막판까지 참석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다 회의 시간을 3시간 반을 앞두고 결국 참석키로 결정했다. ⓒ나고야 G20 외교장관 회의 홈페이지 캡쳐.
    '한일 지소미아'의 운명을 가를 일본 나고야 G20 외교장관회의(이하 나고야회의)에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결국 참석했다. 이 회의는 22일 오후 7시 만찬과 함께 공식 시작했다. 강 장관이 참석키로 결정한 것은 개회 3시간 반을 앞둔 이날 오후 3시30분이었다.    

    강 장관 참석 여부를 놓고 외교부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오후 3시가 넘도록 외교부 관계자들은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일본에서는 “국제회의 개최 당일까지도 참석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나고야회의는 한일 지소미아를 연장할 수 있는 마지막 협상 기회로 꼽힌다. 청와대는 21일까지 “일본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지소미아 연장은 없다”는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지소미아에 대한 최종 협의는 22일 나고야회의에서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아직 미정” '나고야회의' 참석 놓고 망설이는 외교부

    강 장관의 참석 여부는 이날 종일 미궁에 빠져 있었다. 회의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김인철 대변인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오후까지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일본을 담당하는 아시아태평양국 아태1과에 연락했으나 담당 과장은 부재중이었다. 아태지역협력과에 다시 연락했다. “우리 소관이 아니라 정보가 공유되지 않는다”며 국제경제국으로 문의하라는 답변뿐이었다. 국제경제국은 “장관님 일정은 국장실까지는 공유되지 않는다”며 “장관비서실에 문의해보라”고 답했다. 장관비서실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재웅 외교부 부대변인은 “장관께서 나고야회의에 참석하시는지 여부는 오전 중에 결정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대변인은 “나고야회의의 공식 일정은 오늘 만찬부터”라며 “장관의 (나고야회의) 참석 여부가 오전까지는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3시가 넘도록 강 장관의 나고야회의 참석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강 장관이 나고야에 가느냐 안 가느냐를 놓고,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장관이 참석하지 않을 경우엔 제2차관이 대신 가야 한다. 그런데 제2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하기로 돼 있었다. 반면 강 장관의 오후 일정은 비어 있었다. 출입기자들은 “그런데도 G20 장관회의 당일까지 참석 여부를 정하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외교부 “나고야회의 만찬, 언제 시작하는지 몰라”
  •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지소미아는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시스.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회의 첫 공식 일정인 만찬 시각을 놓고도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그 전에 강 장관이 나고야에 도착해야만 지소미아 연장을 다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들은 3시가 다되도록 “만찬 시간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외교 의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이 관계자는 “공식 일정은 보통 전날 만찬부터 시작된다”면서 “그런데 당일 오후까지도 우리 외교부가 만찬 시간을 모른다는 것은 뭔가 사정이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G20 외교장관들이 참석하는 국제회의의 경우 테이블 배치는 물론 수행원 배치까지 사전에 꼼꼼하게 조율된다"면서 "회의 당일까지 이런 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주최 측인 일본의 잘못이며, 거꾸로 한국에 통보했는데도 외교부가 모른다고 했다면 거짓말이 된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아마도 막판 물밑 협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나고야 운영위원회에 전화를 걸어 만찬 시각을 질의했다. 나고야 측은 “오늘 오후 7시부터 만찬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장관의 참석이나 일정 등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강 장관의 회의 참석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정 등에 대해서도 공식 통보한 바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해찬 “모두 일본 탓”... 윤상현 “지소미아 종료 철회해야”

    지소미아 종료를 몇 시간 남겨놓고 정부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여당은 “지소미아 종료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했다.
  •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 등을 만난 자리에서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해리 해리스 주한미대사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 태도가 변해야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우리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지속했지만, 일본이 요지부동이라 안타깝고 유감”이라면서 “지소미아 종료의 모든 책임은 일본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한일 지소미아는 박근혜 정부가 탄핵 직전 도입했기 때문에 정통성도 거의 없고, 지난 3년 동안 주고받은 정보도 몇 건 되지 않는다”며 “(지소미아 종료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동맹 간 신뢰의 파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지소미아 파기는 안보 파국, 경제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면서 “왜 문재인 정권이 고집을 부리는지 국민들은 그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소미아 종료 문제의 시발점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 일본과 합의할 수 있는 안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