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 해법"이라며 금강산 방문, 면회소 개보수 모색…‘전문가들 "꼼수" 반발
  • ▲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한 김연철 통일부장관. ⓒ박성원 기자
    ▲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한 김연철 통일부장관. ⓒ박성원 기자
    통일부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창의적 해법'이라며 이산가족의 금강산 방문과 이산가족면회소 개·보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무개념적 발상'이라며 통일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21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산가족의 금강산 방문과 이산가족면회소의 전면 개·보수를 검토 중이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은 미국 국무부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면담 후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남북관계 현안에 대해 충분히 우리의 구상을 설명, 논의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창의적 해법"… 전문가들 “무개념적 발상"

    통일부 관계자는 21일 통화에서 "금강산은 '관광의 장' '이산가족이 만나는 장' '문화 교류의 장' 세 가지 기능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감안해서 창의적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며 "국내 이산가족 상봉은 정부의 최우선 추진사항으로 인도적 문제이기도 하고, 북측과 협의 과정은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하며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3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2094호 결의안은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안보리 결의상 금지된 활동, 안보리 결의상 부과된 조치들을 회피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대량 현금 및 금융자산의 제공 방지를 규정했다. 이후 2016년에 채택한 대북제재인 2321호 결의안에서는 대량 현금이 안보리에 의해 부과된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재강조하며 회원국들의 주의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통일부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이산가족을 이용하는 것을 "개념 없는 행동"이라며 비판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남북관계가 좋고 북한 핵문제가 진전된 상황이라면 창의적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여건에서는 굉장히 엉뚱하고 개념 없는 행동"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핵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엄포성 발언까지 하는 상태인데다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론까지 흘러나오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6개의 유엔 대북제재는 매우 포괄적이고 구체적이며,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모두 제재 대상으로 보고 있다. 설사 이것을 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여건에 전혀 맞지 않는 무개념적 발상"이라며 재차 날을 세웠다. 

    "통일부가 작은 허점 이용해 대북제재 위반하려 해"

    전성훈 통일연구원 초청위원은 통일부의 '창의적 해법'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전 위원은 "북한이 금강산 시설에 대해 철거를 요구하고 안 가져가면 부수겠다고 하는데, 이런 게 말이 되나"라며 "우리의 피해보상액을 오히려 적시하고 박왕자 씨 피격에 대해 요구할 것은 요구하면서 남북관계를 위한 이정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위원은 이어 "유엔 대북제재에는 문안과 정신이 있다. 제재 내용 중에 '관광'이라는 것이 빠졌다고 해서 수십 명 수백 명이 가서 (북한에) 정기적으로 캐쉬를 들여보내는 것은 대북제재에 정식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대북정책은 국민 상식에 부합해야 하는데 이 시국에 국민들이 수긍하겠나"라고 질타했다.

    통일부 자체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대북제재의 정신이 뭐냐"며 "핵무기와 미사일을 만들고 그것을 제재하기 위해 하는 것이 유엔 대북제재인데, 제재의 작은 허점을 이용하는 것이 통일부가 할 일이냐"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사실상 필요 없는 조직"이라며 "통일부는 북한과 협조해 중국에 인신매매를 중단하라거나 북한 인권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하는데 이런 발상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기가 차다"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