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 동생도 분간 못해, 파리서 요양 중"… '알츠하이머 여인 영화 <시>가 최근작
  • ▲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주최 '제38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배우 윤정희가 공로영화인상을 수상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주최 '제38회 영평상' 시상식에서 배우 윤정희가 공로영화인상을 수상하고 있다. ⓒ뉴시스
    원로배우 윤정희(75)가 10년째 '알츠하이머(Alzheimer's disease)'를 앓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알츠하이머는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의 악화가 점진적으로 진행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윤정희의 투병 사실은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73)의 인터뷰에서 공개됐다. 백건우는 다음달 열리는 공연(백건우의 쇼팽)을 앞두고 딸 진희 씨와 함께한 중앙일보와 인터뷰(10일자)에서 "알츠하이머 증상이 10년 전부터 시작됐다"며 윤정희가 투병 중에도 함께 연주여행을 다니다 지금은 딸이 있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요양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백건우는 "결혼 후부터 단둘이 살고 모든 것을 해결해왔기 때문에 간호도 (자신이) 직접 했는데, 연주여행을 같이 다니면 환경이 계속 바뀌니까 본인이 너무 힘들어했다"며 "여기가 뉴욕인지 파리인지 서울인지, 본인이 왜 거기 있는지 겉잡지를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는 연주복을 싸서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느냐'고 묻고,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고 말하면 '알았다'고 하고서도, 도착하면 또 잊어버리는 식으로 상태가 심각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 사람이 요리하는 법도 잊어서 아침에 일어나면 접시에 약을 골라 놓고, 먹을 걸 다 사와서 먹여주고 했다"면서 "밥 먹고 치우고 나면 다시 밥 먹자고 하는 정도까지 됐었고, 심지어 딸을 봐도 자신의 막냇동생과 분간을 못할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백건우는 "올 초 한국에 들어와 머물 곳을 찾아봤는데 한국에서 너무 알려진 사람이라 머물 곳을 찾기 쉽지 않았다"며 "다행히 진희(딸)가 돌봐줄 수 있겠다고 해서 (프랑스에 있는) 옆집에 모든 것을 가져다 놓고 평안히 지낸다. 지금은 잘 있다"고 말했다.

    윤정희는 1960년대 문희·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배우다. 총 320편의 영화에 출연한 윤정희의 최근작은 아이러니하게도 알츠하이머 증세를 겪는 인물로 분한 <시>(이창동 감독 연출, 2010년 개봉)다. 이 작품으로 윤정희는 제47회 대종상영화제, 제31회 청룡영화상, 제4회 아시아태평양 스크린어워즈, 제37회 LA비평가협회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