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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해상에서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선박에 대한 혈흔 감식 등 정밀 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북측에 인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8일 추방한 북한 주민 2명을 살인자로 단정해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들의 범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혈흔 감식을 하지 않고 북에 송환한 것이어서 '졸속 심사'로 돌려보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북 선박에 대한 혈흔 감식 등 정밀 조사를 할 경우, 북측 입장에선 증거 훼손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혈흔 감식을 하지 않았다고 조선일보가 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우리가 혈흔을 확인하기 위해 혈흔 감식 등 포렌식 검사를 하면 증거를 훼손하게 된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증거 보존을 위해 선박에 대한 정밀 감식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누구의 피인지 확인도 안한 상태에서 북한 주민 2명이 16명을 순차적으로 살해했다고 단정한 정부의 입장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타고 온 배에 여러가지 흔적이 있었다"고만 했다. 이와 관련 '구체적인 흔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통일부는 "해당 내용은 기밀 사항으로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
이번 해상 살인 사건에서 나포된 2명의 진술 외엔 시신은 물론, 살해 도구 등 물증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16명을 살해한 것치고 이들 2명의 차림새는 비교적 말끔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들이 선상에서 선장과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시신과 살해에 사용한 둔기 등은 모두 바다에 유기했다고 밝혔다. 한 범죄 전문가는 "시신과 살해 도구가 모두 없는 상황에서 기초적인 혈흔 감식조차 하지 않고 범죄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조선일보에 말했다. 설령 북 선원 2명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해도, 이를 뒷받침할 최소한의 증거 조사는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증거 확보 등 실체적 진실 규명에 한계가 있는 점을 (추방 결정에) 고려했다"면서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음을 인정했다.
추방 당한 북한 주민 2명의 귀순 의사에 대한 김 장관의 설명도 달라졌다. 김 장관은 전날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선 추방한 북한 주민 2명에 대해 "우리 해군에 제압된 직후 귀순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위 회의에선 "(북측으로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심문 과정에서 '죽더라도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진술도 분명히 했다"고 새로운 주장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