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민주당' 두고 친문세력 분열… 북유게 "조국 수호, 이해찬 사퇴" vs 개국본 "이해찬 수호"
  • ▲ 지난달 5일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조국수호', '검찰개혁'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기륭 기자
    ▲ 지난달 5일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이 '조국수호', '검찰개혁'이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기륭 기자
    지난 주말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친정부' 성향의 촛불집회가 서울 서초동과 여의도에서 나뉘어 열렸다. 기존 '서초동 집회'를 주최하던 '개싸움국민운동본부'(이하 개국본)가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입법기관인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는 취지로 서초동에서 여의도로 집회 장소를 옮기자, 검찰개혁이 아직 미진하다는 '친문' 성향 네티즌들이 모여 서초동에서 별개로 집회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로 나뉜 '친문' 촛불집회의 주최 측이 서로 다른 요구를 하며 맞서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친문' 세력이 분열하는 분위기다.

    '새로운 서초동 집회'의 주축이 된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의 '북유게사람들(북유게)'은 검찰개혁과 함께 '조국을 지키지 못한' 이해찬 대표의 사퇴를 함께 요구했다. 반면, 개국본 측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선 이해찬 대표를 수호해야 한다"고 맞섰다.

    '친문' 성향 개국본, '친문, 친조국' 성향 북유게

    개국본 다음카페에는 6일 "이해찬 당대표 체제가 견고할 수 있도록 응원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닉네임 '개실장'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있다"며 "최근 이해찬 대표를 흔들고 사퇴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를 흔들고 위기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실장은 "이해찬 대표가 흔들리지 않도록 응원하는 글을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써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개국본의 카페에 이 같은 글이 올라온 이유는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 최근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비난 글이 다수 작성됐기 때문이다. 작성자들은 이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막지 못한 데다, 조국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데 불만을 드러냈다. 게시판에 글을 쓴 한 네티즌은 "대통령의 검찰개혁을 위해 싸우는 조국 가족을 모르는 척하는 여당과 그 당대표는 대체 뭐하는 것이냐"면서 "술만 X먹고 다닐 거라면 당대표 내려가서 술이나 먹으러 다녀라"라고 썼다.

    이처럼 '친문' 성향의 지지층이 분열하는 양상은 '검찰개혁 촛불집회'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개국본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공원 앞에서 '제12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지난 8월 검찰의 조 전 장관 수사가 본격화하자 검찰개혁을 요구하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시작한 촛불집회 장소를 옮긴 것이다. 선전 메시지도 '검찰개혁' '조국수호'에서 '공수처 설치'로 바꿨다. 개국본 측은 장소를 바꾼 배경에 대해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입법기관인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같은 날 개국본이 물러난 서초동에서도 집회는 여전히 열렸다.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의 '북유게'가 주축이었다. 이들은 '친문'이면서 '친조(국)' 성향의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검찰개혁과 함께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다. '조국사태'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이 대표가 제대로 역할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대표가 지난달 30일 조국사태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사과하고, 민주당이 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구명에 나서자 반발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북유게 게시판에 글을 쓴 한 네티즌은 "민주당 지도부는 책임져야 한다"며 "어째 정부여당이 검찰 하는 대로 다 되게 만드느냐. 이것은 방치했다고 밖에 설명이 안된다"고 질책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지난 2일 집회와 관련해 "민주당은 서초집회는 국민의 목소리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민주당에 비판적인 서초동 집회가) 공식적으로 알려지는 것은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민주당을 성토했다.

    '조국 수호' 북유게, 민주당·이해찬 향해 거센 반발… 친문 분열에 검찰개혁 집회 동력 떨어질 듯

    북유게 측은 오는 9일과 16일에도 '서초동 집회'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도 검찰개혁과 함께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계획이다. 한 네티즌은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것은 서초동 집회에서 '민주당 정신차려'라는 구호가 나올 때 가장 쩌렁쩌렁했다는 것"이라며 "다 민주당 들으라고 하는 거고, 총선에서 표 얻으려면 표를 줄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유게 측의 '민주당 성토'에 개국본 측은 반발했다. 개국본의 한 회원은 "똥파리(서초동 집회 참가자)들을 보면 검찰개혁보다 민주당 망해라, 이해찬 사퇴하라를 더 외치는 경우가 많다"고 비난했다.

    친문 세력의 주축으로 꼽히는 개국본과 북유게 측이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견해 차이를 두고 분열하면서 궁극적으로 '검찰개혁 집회'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11월로 접어들며 날씨가 쌀쌀해진 데다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연사들이 많아지면서 집회 시간도 길어지는 등 집회 집중력과 선동 능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개국본은 9월28일 열린 7차 집회는 200만 명, 지난달 5일 8차 집회는 300만 명이 참석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이후로는 더이상 참석 인원을 발표하지 않는다. 개국본은 당분간 매주 토요일 진행하던 집회를 잠시 중단하기로 하고 오는 30일 여의도에서 다시 대규모 집회를 추진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