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률 3%… 유해용·이정현·이명박 신청 모두 '기각'… 이재명만 받아주면 특혜 논란
  • ▲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상윤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상윤 기자
    도지사직 상실 위기에 몰린 이재명(56) 경기도지사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도지사 임기 만료일까지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미루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이지만, 법원이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인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등 최근 이뤄진 주요 재판에서도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모두 기각된 만큼, 법원이 이 지사의 신청을 받아줄 경우 오히려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 1일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은 사건 당사자가 사건에 적용된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려줄 것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헌재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심리는 일시 중단된다. 

    이 지사 측이 문제 삼은 것은 공직선거법 205조 1항(허위사실공표죄)과 형사소송법 383조(상고이유)다. 허위사실공표죄의 '행위'와 '공표'라는 용어의 정의가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등에 반하고, 선거법은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이 제한돼 ‘정치적 사형’ 선고를 받는데도 양형을 다루는 상고가 불가능해 과잉 금지 및 최소침해원칙 등에 반한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지난 9월6일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상 2심 선고 이후 3개월 내인 12월5일까지 대법원의 확정판결도 이뤄져야 하지만, 이 지사의 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대법원 판결도 헌재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소 1~2년간 중단된다. 

    지난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인용률 '3.2%'에 불과

    이 지사의 제청 신청은 자신의 도지사 임기 만료일까지 최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늦춰보겠다는 재판전략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지사는 상고심에 대비해 이상훈 전 대법관과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이 참여한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다. 헌재의 판결은 최소 1년에서 최대 2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대법원 심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 지사의 도지사 임기 만료일인 2022년 6월13일까지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법원이 사건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접수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건수는 389건이었지만 인용률은 3.2%에 불과했다. 제청 신청 건수는 2013년 309건, 2014년 413건, 2015년 480건, 2016년 318건, 2017년 373건 등 매년 300건 이상 접수되지만, 인용률이 10%를 넘긴 사례는 없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대부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재판 지연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이라는 것이 입법 당시부터 기본적으로 합헌이기 때문에 법원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면서 "또 기존의 목적과는 다르게 재판 지연 등 피고인의 방어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더욱 인용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유해용·이정현·이명박 신청은 모두 '기각'

    실제로 올해도 주요 재판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이뤄졌지만 대부분 기각됐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받는 유해용(53·사법연수원 19기)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지난 4월 검찰 신문조서의 증거능력과 피의자 출석요구권을 규정한 형사소송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검찰은 당시 유 전 수석 측에 공판 절차 지연 의도가 있다고 비판하며 "제청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받는 이정현(61) 무소속 의원도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적용 법률인 방송법에서 "'방송 간섭'의 의미가 불분명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며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지난 6월 직권남용죄에 대해 "모호한 기준이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제청을 신청했지만 재판부가 반응하지 않아 사실상 기각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주요 재판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모두 기각된 상황에서 대법원이 이 지사의 신청을 받아준다면 오히려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헌 한변 공동대표는 "현재의 김명수 대법원에서도 이 지사의 신청을 그냥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공직선거법과 관련해서는 많은 판례나 법 해석으로 정립된 것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대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치명타를 입은 차기 대선주자를 되살려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비판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