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미사일 큰 문제 아니다… 지켜보자" 방위비 분담에만 관심
  •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의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뉴욕의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오후(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쏟아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언급한 비핵화의 '새로운 방법'이나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보장 방안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상회담은 이날 문 대통령이 묵는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호텔에서 1시간5분 동안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열리리라 기대한다"며 "3차 회담이 열리면 아마도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세계사적인 대전환, 업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번 (트럼프) 대통령님의 판문점 방문은 행동으로 평화를 보여준 아주 세계사적인 장면이었다"며 "남북관계가 크게 발전했고, 북미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그건 지켜봐야 한다"며 "정상회담 성사를 사람들이 원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김정은과 좋은 관계 …미사일, 문제 아냐"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들로부터 북한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굉장히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미국과 북한은 전쟁상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아주 오랫동안 핵실험이 없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봐야 하지만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먼저 비핵화를 행동하고 제재를 해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까지는 어떤 행동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관한 질문을 받고 "우리가 단거리미사일 발사(금지)에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많은 국가들이 단거리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기존 견해를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한국과 군사장비 구입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최대 군사장비 구매국 중 하나이고, 우리는 매우 잘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담 의제로 예상됐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이날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시작한다.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 시작된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10분간 모두발언을 마치고 비공개 확대정상회담에 들어갔다.

    트럼프, '선 핵폐기-후 보상' 리비아 방식 비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회담 직후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의 리비아 방식을 비판하며 '새로운 방법'을 언급했고, 이에 더욱 유연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대북 강경파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경질되면서 미국 측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과 관련해 "그 콘셉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다만 두 정상 간 모두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진전시키기 위한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는 점은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두 정상 간 말씀은 없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며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언급은 나왔다"고 전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文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 강조

    이 관계자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 "문 대통령께서는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했다"며 "아울러 우리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국방예산 및 미국산 무기 구매 증가, 방위비 분담금의 꾸준한 증가 등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우리 정부가 기여해온 내역을 상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무기 구매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현황과 향후 3년간 계획을 밝혔다"며 "두 정상은 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상호 호혜적이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여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되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인 입장만 확인했을 뿐, 가시적인 합의 도출은 없었다. 한편 미국은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대대적인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고, 한국은 과도한 증액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며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양 정상은 지난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석 달 만에 만났다. 이번 회담은 아홉 번째로, 문 대통령의 숙소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우리 측에서는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이,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