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학원업계·학부모 모두 반대… 학원 운영권, 학생 학습권 침해 논란도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신영경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신영경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과잉학습을 막기 위한 ‘학원 일요일 휴무제’ 도입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확산했다. 학원 운영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반발 여론이 높아 제도 시행까지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시교육청은 16일 학원 일요일 휴무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문조사와 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빠르면 이번주 안에 시민 2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9월27일과 10월22일 두 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연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토론회는 공청회 성격으로 진행된다"며 "1차는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100명이 모이고, 2차는 서울교대에서 약 500명의 학생·학부모·교사·시민이 참여해 의견을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학원 일요 휴무제' 공론화… 영업권 침해 논란 불가피

    '학원 일요 휴무제'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014년 교육감선거에서 내놓은 공약이다. 사교육 개선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학생들의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게 목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부터 학원 일요일 휴무제 도입 타당성을 검토, 연구해왔다. 지난달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를 중심으로 공론화를 담당할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시교육청은 11월 말로 예정된 공론화 결과 발표에서 학원 일요 휴무제 시행 쪽으로 결론이 나면 이를 법제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서울 소재 약 2만 개의 학원과 교습소가 영향을 받아 일요일 영업이 금지된다.

    그러나 일요일에 학원이 운영할 수 없도록 조례나 법률이 정해지면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다수의 견해다.

    입시전문가 A씨는 “영업권 침해라는 학원업계의 반발이 커 법제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입시경쟁은 그대로인데 학원 영업만 일부 제한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쉴 권리가 확보되고 사교육이 감소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교육계도 학생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려면 학원 휴무제 도입이 아닌 입시경쟁부터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관계자는 "경쟁이 과열된 입시체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학원 일요 휴무제는 실효성이 적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전두환 정권에서 과외를 금지했을 때 고위층의 고액과외가 더 성행했다"며 "학원 일요 휴무제 역시 이와 같은 풍선효과가 나타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도입에 앞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여론조사를 참고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수저에게만 유리해"… 교육계·학원업계·학부모 모두 반대

    학원업계와 학부모들도 대입제도의 근본적 개선 없이 '설익은' 학원 휴무제를 추진하는 것은 풍선효과나 학습권 침해 같은 부작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우려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일요 휴무제와 관련이 있는 주요 대상은 중3과 고등학생인데, 서울시교육청의 취지대로라면 사교육 셧다운제를 해야 하는 게 맞다"며 "학원만 휴무제를 시행하면 온라인이나 과외 등 음성 교육시장이 활발해져 입법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과목을 보완하기 위해 휴일에도 학원을 찾는다"며 "대학 진학에만 몰입해야 하는 입시체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원 일요 휴무제는 학생이 스스로 학습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원 휴무제를 강제할 경우 고액과외 같은 사교육이 늘어나면서 불평등도 심화할 것"이라며 "조국 법무장관의 딸 같은 '금수저' 자녀들만 입시에 유리해지는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이 2017년 발표한 '학원 휴일 휴무제 및 학원비 상한제 도입 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지역 중학생의 33%, 일반고 학생 36%, 특목고 및 자사고 학생 51%가 일요일에도 학원에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