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년 미국 학교 다닌 딸, 같은 시기 부인은 영국서 박사학위… 고교 특례입학 지원자격 의문
  • ▲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이종현 기자
    ▲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이종현 기자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자간담회가 3일 새벽 2시16분쯤 끝났다. 2일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됐으니 꼬박 11시간가량 걸렸다. 조 후보자의 '기습적' 기자간담회는 자유한국당과의 인사청문회 증인을 두고 줄다리기를 하던 끝에 나온 더불어민주당과 조 후보자의 '정략적' 선택이었던 듯하다. 기자간담회 개최 과정과 형식, 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

    민주당은 2일 정오쯤 여당 출입기자들에게 조 후보자의 '무제한 기자간담회' 개최를 통보했다. 같은날 오후 3시30분부터 종료시간을 두지 않고 무제한으로 조 후보자가 의혹을 해명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 후보자가 당에 기자간담회를 요청했고, 고심 끝에 수락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열었던 국회 246호실을 간담회 장소로 정하고 당 대변인에게 사회를 맡겼다. 국회 정책위원회 위원장실을 조 후보자의 휴게실로 만들기도 했다.

    조국 기자간담회 장소, 국회법 위반… 민주당 의원총회 목적으로 대관

    문제는 이 같은 기자간담회의 형식이 '특혜성'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이 의원총회를 목적으로 대관한 국회 본청 246호실을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장으로 사용하게 한 것은 국회사무처 시설 관련 내규 6조와 7조 위반이다. 국무위원도 아닌 장관 후보자를 위해 집권여당이 특혜를 준 것이다.

    이처럼 '특혜'로 시작된 기자간담회의 형식과 내용은 '꼼수'로 일관했다. 조 후보자는 자신이 해명하고 싶은 대목에서는 긴 시간을 할애하는 정성을 보였지만, 정작 국민이 듣고 싶어하되 자신은 듣고 싶지 않은 질문에는 '모른다'로 일관했다. 기자들이 100개의 질문을 하는 동안 "몰랐다"는 대답만 50차례 이상 나왔다.

    이날 기자간담회 시작부터 참석했던 본지의 한 기자는 첫 질의 기회를 가진 뒤 같은날 오후 11시까지 질문기회를 갖지 못했다. 친정부 성향 언론사들이 최소 3~4차례 질문 기회를 부여받은 것에 비하면 주최 측의 '고의'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에 데스크에서는 같은날 오후 11시쯤 '선수교체'를 지시함에 따라 간담회장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인물'을 알아보지 못했던 탓인지 사회자인 홍익표 의원이 질문 기회를 줬다.

    기자는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 씨의 한영외고 입학 과정을 취재하던 중이었고, 이 과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조씨는 2005~06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학교에 재학했다. 이 학력사항으로 국내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한영외고의 입학전형은 일반전형과 특례입학전형으로 나뉘어 있었다. 일반전형은 내신점수와 국어·영어·수학 등의 필기시험을 치러야 했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지 않은 조씨가 특례입학전형을 통해 입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초등교육법에 따르면 특례입학 지원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2년간 외국학교를 다녀야 하고, 부모가 '같은 국가에 2년간 거주하고 1년간 체류'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2005~06년 조 후보자는 미국 하버드 옌칭연구소에 연구원 자격으로 거주했던 만큼 '거주와 체류' 조건을 충족시켰지만, 조 후보자의 부인은 당시 영국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 박사학위 과정에 있던 부인이 어떻게 미국에 2년 거주, 1년 체류라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부분이다. 부인이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딸의 고교 입학 과정도 '위법성'을 따져봐야 할 소지가 있다는 말이 된다.

    어렵게 얻은 질문 기회에 "따님이 2007년 한영외고에 입학할 당시 정원외 특례입학으로 입학했는지와, 2005~06년 당시 부인의 거주지와 체류기간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기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해당 학교에 시험을 보지 않고 입학하는 전형은 없다. 우리 아이는 시험을 보고 입학했다"며 질의 내용과 관계없는 답변만 짧게 했다.

    "부인의 거주와 체류 기간 확인해 달라"에 "시험 보고 입학했다"

    질의에 대한 답이 아니라며 재차 질문하려 하자, 간담회 진행을 맡은 홍익표 의원이 제지하며 마이크를 다른 기자에게 넘기라고 재촉했다. 마이크 없이 재차 질문했지만 이미 다른 기자의 질문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후에도 발언권을 요청했으나 기회는 없었다.

    2005~06년 조 후보자 부인의 거주 및 체류는 정치권에서도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던 사항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 부인의 영국 체류를 비판하며 "조 후보자는 자녀의 고교부터 의전원까지 전 과정의 총괄 설계자임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안이하고 불철저했던 것이 아니라 주도면밀하고 용의주도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달 21일 "조 후보자 측은 딸의 입학전형에 해당하지도 않는 것을 답변하며 오인을 불러일으키거나 점수가 상관없는 시험을 가지고 시험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영외고 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사무관리규정에 준해 5년이 지난 자료는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언론으로서는 사실상 조 후보자 딸의 고교 입학 과정을 명확하게 밝혀낼 수 없다. 조 후보자에게 질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조 후보자는 질문 기자를 바꿔가며 반박의 기회나 추가 질의 기회조차 묵살했다. 딸이 정당하게 한영외고에 입학했다면 부인의 출입국 기록을 공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