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 이용한 것" 한목소리…"학부모 참여 프로그램" 조국 주장에 이견
  • ▲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2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명했다. ⓒ정상윤 기자
    ▲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2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명했다. ⓒ정상윤 기자
    조국(54)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조 후보자 딸 조모(28) 씨가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경위, 단국대학교 인턴십 프로그램 이후 의학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 등 각종 의혹이 적법하게 이뤄진 절차라는 게 조 후보자의 주장이다.

    입시 전문가들도 조 후보자의 주장처럼 조씨 관련 의혹들이 ‘입시비리까지는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고려대 입학 면접에서 논문 저자 등재, 단국대·공주대 인턴 경험 등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판명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한 발언이다. 그러나 조씨가 명문대에 입학한 과정(수시전형)은 특권층만이 누릴 수 있는 경우이고, 나아가 조씨의 부모들은 일명 ‘돼지엄마(돼지맘)’로 불릴 만하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조 후보자는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투자, 웅동학원 재단 문제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약 11시간 동안 해명했다. 이 가운데 중 딸 문제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해명을 내놨다. 

    "(조씨를 의학논문 제1저자에 등재한 책임교수인) 단국대 장모 교수 아들이 (딸이 속한) 그 동아리에 속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인턴십은 고등학교 선생님이 설계한 '학부모 참여 체험활동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당시 정부 차원에서 권장됐다" "고려대·공주대가 각각 (검찰) 조사를 받고 있을 것이다. (검찰 수사라는) 공적 절차를 지켜봐 달라." 

    "당시 합법이었어도 제도를 이용한 건 맞다"

    조 후보자는 "1저자 등재는 저도 의아하게 생각하게 됐다. 지금은 허용이 안 되지만, 당시에는 1, 2저자 판단기준이 느슨하거나 모호해서 책임교수 재량에 많이 달려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하거나 "당시 합법이었어도 그 제도를 딸이 이용한 건 맞다"고 말하는 등 '합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입학사정관제를 이용했고, 특혜를 본 건 사실이라며 제도 문제로 시선을 돌리는 발언이다. 

    앞서 일부 입시 전문가들은 조씨 관련 의혹이 확산되기 전 '입시비리가 명백해 보인다'는 의견을 냈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입시비리, 즉 불법 여부는 검찰 수사 중이어서 확실히 판단할 수는 없으나, 조 후보자 가족이 제도를 제대로 이용한 것만큼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명 입시 전문가 A씨는 "논문 관련 의혹은 제1저자 감이 아닌데 왜 됐는지 등이 문제"라면서 "이런 부분은 사실 법적 문제는 없기 때문에 현재 나온 문제로만 따지면 '입시비리'로 볼 수는 없고, 위조 등 논문이 잘못됐다는 게 나와야 비리로 연결될 수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A씨는 "뭐랄까, 정보가 빠르다고 해야 할지, 위법은 아닌데 정말 제도를 잘 이용했다"며 "명백한 논문 위조 등의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문제의 본질은 조 후보자가 자신이 과거 했던 말이 부메랑으로 오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다른 입시 전문가 B씨도 조씨의 한영외고 입학부터 대학교까지 의혹은 많다면서도 A씨의 설명처럼 현재까지 나온 의혹만으로 '불법'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B씨는 "한영외고 입학 과정도 석연치 않은 것이, 외국에 살다 오고 영어도 잘한다는 딸이 왜 일반전형으로 갔는지가 의문"이라면서 "고려대 들어갈 때 문제의 논문은 제출하지 않아서 평가요소에 반영이 안 됐다고 하는데, 이러한 설명은 평가받는 사람이 할 이야기가 아니라서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는 비리 아니지만 돼지엄마에서 비롯된 문제"

    그러면서 "입시비리는 전형 요강에 있는 서류 중 특정부분에 허위, 과장, 원천적 결함 등이 발견됐을 때인데, 이 문제는 (수사를 하는) 법리적 문제"라며 "조 후보자 부부가 제도를 잘 활용했다는 말도 있지만, 이건 활용했다기보다 지도층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또 조 후보자 딸의 비리 여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며 "단정짓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다른 입시 관계자들도 "입시 전문가들이 보더라도 조 후보자 딸 문제는 모호한 게 많다"고 입을 모은다. 명확하게 비리 여부를 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입시 전문가 C씨는 "입시요강대로 잘 이용해서 들어갔기 때문에 지금 우리도 명확히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팩트만 놓고 보자면 틀린 것은 없다"는 또 다른 입시 전문가 D씨. 그는 그러나 조 후보자의 "인턴십 문제는 당시 고등학교 선생님이 설계한 '학부모 참여 체험활동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당시 정부 차원에서 권장됐다"는 발언 만큼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D씨는 "학부모 참여 체험활동 프로그램을 권장한 건 한영외고 등 일부 특목고 쪽에서 횡행했던 것이지, 정부가 권장하지는 않았다"며 "과연 (조 후보자 딸인) 학생이 알고 (대학에) 들어갔을까 싶을 정도로 이번 건은 학부모와 학교가 만들어낸 문제 같다"고 지적했다. 

    D씨는 조 후보자 딸과 관련한 의혹이 결국 '돼지엄마'(교육열이 높고 사교육에 앞장서는 엄마)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D씨는 "돼지엄마, 이런 엄마들이 (입시정보 등을) 알아보고 다니면서 커뮤니티도 하니, 전문가들보다 더 전문가스러운 분들도 많다"며 "조씨 건 역시 그런 경우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연 조 후보자 딸이 입시정보 등을 알았을까 "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조 후보자의 딸 조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8년 확장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E)급 의학논문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이어 조씨의 입시 관련 의혹이 불거졌다. 조씨는 2007년 7~8월 12일간 장모 교수가 근무하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생활을 했다. 장 교수는 조 후보자 부부와 같은 한영외고 '학부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지난달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 부부를 안다고도 했다. 

    조씨의 이 논문이 고려대학교 세계선도인재전형 지원과정에서 활용됐는지 여부도 문제가 됐다. 일각에서는 자기소개서에 논문 등재 여부를 기재했다고 지적한 반면, 조 후보자는 '제1저자로 등재됐다고 하지는 않았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논문을 제출하지도 않았다고도 했다. 조씨가 공주대 인턴 면접을 볼 때 조 후보자 부인과 동행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공주대 인턴 때 논문 제3저자로 올랐는지 등도 도마에 올랐다.